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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석수 Jun 04. 2016

#02. 처음 만난 사회적 기업

기부에 대한 철학 확립_사회적 기업을 꿈꾸다.

1. 생애 첫 마주한 사회적 기업_freemed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freemed라는 한 사회적 기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다니던 교회 누나가 freemed 경영지원팀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누나에게 이야기를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실제 홍익대학교에서 회의하는 모습도 봤었구요. 그렇게 freemed와 첫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2008년 12월 당시 '희망제작소'라는 민간 연구소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 아이디어 대회를 열었는데요. 그 대회에서 연세대 의학과, 카이스트, 홍익대 학생 4명이 무료 병원이라는 아이디어로 대상을 받았고, 그들이 바로 freemed 였습니다. freemed는 2012년 부터 비영리민간의료단체로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훨씬 강했었습니다. 제가 freemed를 알게 된 시기도 초창기였습니다.


대학생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을 돕겠다는 메세지와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그들은 저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사회에 무언가 액션을 취하고 싶었던 한 청년이었으니까요.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씀드려 샘이 나는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이번 포스팅에서 freemed나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를 소개하고자함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Freemed 홈페이지< 클릭

사회적 기업이란< 클릭_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 서로 다른 이념

(이하 내용은 2009~2010년 당시 feemed의 활동을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폄하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으나 비판적인 시각으로 문제제기한 부분은 여럿 있습니다. 다소 언짢으신 부분이 있다면 정말 죄송하며 한 개인의 의견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2011년 이후의 freemed 행보는 잘 알지 못하며 비영리민간의료단체로 바뀐 현재의 행보에 대한 내용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의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사회 환원을 위한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만 비판하며 문제제기한 글이며, 그들이 했던 사회 활동에 대해서는 정말로 존경하고 감히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freemed뿐만 아니라 국제구호개발NGO(기아대책, 월드비젼 등) 등 여러 단체들과는 다른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추구하는 세상은 평상시 처럼 놀고, 먹고, 즐기면서 나도 모르게 남을 도와주는 그러한 세상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은, 인간의 착한 본성에 호소하지 않으며 외부의 스폰서쉽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품질 좋은 서비스와 상품으로 기존 기업들과 경쟁하여 막대한 부를 창출함과 동시에 대규모 사회 환원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2-1. 성악설

저는 일단 freemed뿐 아니라 여러 단체들이 부분적으로 추구했던 인간의 착한 본성에 호소하는 활동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착한 본성을 건드려 마음에 동요는 줄 수 있으나, 행동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고 행동하게 한들 지속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 간단한 결론이지만 심도있게 고민해봤었습니다. 저는 성악설에 동의합니다.

여기서 잠시, 수능 사탐의 스타 강사이자 요즘 TV에서도 자주 뵙는 최진기 선생님의 예전 윤리 강의에서 했던 말씀을 빌리겠습니다.


성악설은 사실 '인간은 이마에 666을 쓴 악마 같은 존재다 또는 본성이 굉장히 악하고 나쁜 존재다'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것. 본능에 충실하며, 또한 이기적인 것이 인간이다. 이기적인 것을 좋게 말하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약 10년 전에 들었던 내용이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제 식대로 해석하여 반영했을 수 있음을 말씀드리며, 무지하고 무식한 필자를 감안하여 너그러이 이해하고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남을 도와주는 것을 철저하게 이기적인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정말 가정 형편이 어려울 때에 당구장 몇 천원, 심지어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돈이 없어서 친구에게 얻어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바를 조금씩 하면서 대학 준비도 했었구요.


이런 저에게는 남들이 말하는 단 돈 몇 푼이라고 할 수 있는 금액을 지속적으로 기부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알바하랴 공부하랴 쉬고 놀으랴,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나갈 시간적인 여유 또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저하게 제 자신이 지속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구걸하시는 분이나, 또는 모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나칠때에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저같은 사람은 기부, 봉사 활동 등을 가끔 가다가 몇 번은 하겠죠. 하지만 이러한 일회성 이벤트로만 그칠 수 있는 행위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미없는 행위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보다 조금 나아지거나 현상 유지만할뿐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저의 이기심에서 출발했지만, 이것은 비단 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바쁜 생활 속 저와 같은 친구들, 우리의 청년들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경제적인 여유가 없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대규모 동참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규모라고 하려면 수백만은 되어야 겠죠. 이것은 착한 본성에만 호소해서는 절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합리적인 인간, 이기적인 인간을 동참시킬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2-2. 사고 싶은 제품

제가 freemed를 통해 안타깝게 느낀 부분은 그 당시 그들의 수익구조 중 하나였던 디자인 제품이었습니다.


freemed 디자인 상품

(몇 개의 제품이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래전 자료라 그런지 찾지를 못했네요. )


진짜 솔직히 약 6년 전에 제가 느꼈던 심정 그대로 옮겨 적자면...


전혀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그 당시 freemed는 자신들의 Mission을 제품 자체에 표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는데요. 이렇게 Mission이 제품 자체에 노출이 되면 동아리 단체티 느낌이 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 선물 받아도 잘 입지 않고 옷장 속에 오랜 시간 있을 법한 그런 제품이 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주, 또는 특별한 날에 멋을 낼 제품이 아니라면 구매할 가치가 있을까요? 또한 제품에 표현된 저 Mission 때문에, 제품을 소유한 사람이 밖에 들고 다니지 않는다면 freemed의 Mission을 널리 알릴 수 있을까요?


freemed의 제품 하나 팔릴때 마다 1,000원~2,000원이 기부금으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자주 입지도 않을 저 티를 5천 원 주고 살 바에야, 그냥 천 원 기부하는게 모두에게 이득일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준 TOMS 슈즈의 제품을 살펴보도록 하죠.


* 역시나 TOMS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TOMS 슈즈 창업자 스토리 <- 클릭_TOMS 한국 공식 스토어_TOMS 창업자 스토리

TOMS 슈즈 위키백과 <- 클릭_위키백과


TOMS 슈즈는 신발 한 켤레가 판매될때 마다 제 3세계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기업입니다. 이들의 슬로건은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며, 일대일 기부 공식(One for one)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당시 탐스 슈즈가 나왔을 때에 독특하고 편리한 디자인에 기부라는 것이 합쳐져 큰 이슈였습니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많은 이들이 신발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제품 자체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Mission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누가 보아도 디자인 상품 자체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 TOMS라는 브랜드 로고가 그들이 추구하는 모든 Mission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성공적인 브랜딩을 의미하며 TOMS가 사람들로 하여금 로고에서 그들의 Mission이 보이도록 브랜딩을 한 것입니다.


만약, freemed의 제품 처럼 저 신발 사이드에 "Shoes for Tomorrow" 나 "One for one"이 텍스트로 들어갔다면 구매가 망설여질 것입니다.


저는 '인간은 이기적이다' 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는데요.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고객의 필요성을 총족시키지 못하거나 사람들을 유혹할 만큼 아름답지 않으면, 고객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를 제 생각인 것처럼 얘기했네요....;;


TOMS 슈즈를 헐리웃 배우들이 신고 다니면서 파파라치에 사진을 찍힌 것이 TOMS가 유명해지는 데에 한 몫을 했습니다.


만약 제가 제품 판매를 통해 기부를 하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다면, 디자인 제품 자체에서 Mission은 감추고 '잇 아이템'을 만들어 한국 연예인들에게 착한 본성에 호소하든 이미지 메이킹의 소재로 활용하라고 딜을 하든 협찬을 해주고, 그들의 대규모 팬들에게 제품을 구매하게 하면서 기부에 동참시켰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부로 이어지는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행동을 먼저 이끌어 내어 기부에 대해 경험하게 하고, 그 속에서 착한 본성과 잇 아이템을 구매하려는 합리적인 마음을 건드려 재구매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TOMS가 그랬듯이요.


아무튼, freemed의 수익 모델 중 하나인 디자인 상품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참고 - TOMS의 역효과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TOMS 슈즈 얘기를 꺼냈으니 TOMS에 대한 것만 살짝 던지고 가겠습니다.

탐스슈즈가 1+1 기부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비판받는 이유  < 클릭_ㅍㅍㅅㅅ






3. 마치며


솔직히 Freemed의 행보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에 영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이 freemed를 칭찬하거나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기업, 기부 문화,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포스팅이었고, 제가 처음 알게 된 사회적 기업이 freemed여서 비판적인 내용이 많은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이번 포스팅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는 freemed뿐만 아니라 네이버 해피빈, 기존의 사회적 기업 몇 개 등, 그 속에서 제가 생각하는 그 당시 기부 시스템에 대한 문제들을 다양하게 적으려 했지만, 그러면 이번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다음 포스팅때 적어야겠습니다.


계속 문제제기만 하고 있네요. '그래서 대체 니가 생각한 해결책은 뭔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두세번만 더 포스팅하면 나올 것 같아요... 좀만 더 기다려 주세욥.



긴 글, 다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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