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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석수 Jul 20. 2016

#06. 사회적 기업 창업 준비_② 기존 해결책 분석3

사회적 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은 맞지만, 사회적 기업 인증은 받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은 비교적 생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등 운영상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사회적 기업 인증을 통해 세금 감면, 인건비 등을 지원해주어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입니다.


자세한 것은 링크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적 기업 지원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 기업 인증 요건별 심사 기준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저는 2013년 실전 창업리그 슈퍼스타 v에서 2차 발표 예선을 할 때에, "사회적 기업이냐"라는 심사위원 질문에 "제가 창업하려는 것이 사회적 기업은 맞지만 사회적 기업 인증은 받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기업 인증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항상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그 이유는, 저는 사람들이 놀고 먹고 마시는 모든 상황 속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기부를 하는 것을 이끌어야 했기에, 일반 영리 기업처럼 이익을 극대화하고 투자를 받아 발 빠르게 성장시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폭넓게 시장을 확대해야만 모든 행동 속에서 기부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배분 가능한 이윤이 발생한 경우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하며, 취약 계층 고용, 지역사회 공헌 등이 주된 목적이어야 하는데, 일반 영리 기업처럼 운영되어야 하는 제 상황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각과 마음으로 제가 창업할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인정해준다면, 국가에서 인증해주는 사회적 기업 인증은 제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셜벤처

사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위한 설립 기준에 구애를 받지 않고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설립된 기업을 '소셜벤처'라고 합니다. 어느 날부터 영어냐 한국어냐 차이 말고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소셜벤처라는 말이 나와서 사회적 기업과 구분 짓다 보니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꽤나 되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의 차이입니다.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이지만 취약계층을 고용하지 않는 등 사회적 기업 인증에 부합되지 않는 기업도 있기 때문에 개념상 구분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죠.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서로 혼용해서 쓰이기도 하지만 차이점은 '인증 여부'입니다.


소셜벤처란? <- 한국 사회적 기업 진흥원


소셜벤처의 경우 대회를 통해 알리거나 상금,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사전 선발 등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2016 소셜벤처 경연대회


저의 경우는 소셜벤처가 되겠네요. 하지만 소셜벤처든 사회적 기업이든 저는 전부 사회적 기업이라는 범주로 보고 혼용해서 씁니다. 중요한 것은 소셜벤처냐 사회적 기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소셜벤처 대회 등에 참가하여 여러 기회를 얻어 사업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_취약한 비즈니스 모델


저는 사회적 기업 인증이 제게는 필요 없었지만,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지역 사회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는 곳은 인증을 통해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자생할 수 없는 사회적 기업을 볼 때에 씁쓸하기만 합니다.


사회적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 아닌 공공기관 우선 구매 제도를 타겟으로 하여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했을 때, 인터넷 기사로만 접하고 사업계획서를 썼었는데, 2013년에는 인천의 한 사회적 기업 대표님께 직접 사회적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2013년에 인천에서 창업 교육을 받을 때, 저처럼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형님 한 분을 만났고, 그 형님이 인천의 한 사회적 기업 대표님 한 분을 소개해줬습니다.


그 대표님께 제일 먼저 이야기를 들은 사회적 기업의 제품은 '장애인들이 만든 컵'이었습니다.


머그컵 이미지_내용과 무관

2013년 당시 제게 머그컵을 하나 보여주셨습니다. 그 머그컵은 이 대표님이 판매 위탁을 받아 당신의 사업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던 머그잔이었습니다.


- 대표: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게~ 이 컵이 얼마인 것 같니?"

- 필자: "4천 원 정도요?"

- 대표: "2만 원인데 살래?"

- 필자: "2만 원이요? 아니 뭐가 이리도 비싸요?"


그저 그냥 그런 컵 하나가 2만 원이라니... 너무 터무니없이 비쌌습니다. 다이소 3천 원짜리 컵이 훨씬 더 좋아 보였습니다.


- 대표: "이게 장애인들이 만든 컵인데, 장애인들이 만들었으니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져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어. 그런데 이걸 누가 사냐고. 그러니까 공공기관이 이런 제품들을 사들이면서 이 사회적 기업은 연명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애인들이 만든 컵을 판매하면서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상품성이 떨어지고 가격 경쟁력이 없으니 판매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이런 사회적 기업 제품을 사주니 사회적 기업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정부 지원이 없이는 자생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겠다며 나선 사회적 기업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자생할 수 없다.... 저만 씁쓸한가요...?


이런 머그컵 말고도, 공공기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보롤 휴지와 복사용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이 휴지를 쓰면서 뭐 이리 사포같이 까칠한 휴지가 다 있나 싶었죠. 복사용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블에이의 A4용지보다 질이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제품이 저렴하냐? 그것도 아니죠.



이처럼 보통 사회적 기업의 제품은 일반 영리 기업에 비해 비교적 비싼 편인데, 그 이유는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어서 제품의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비교적 비싼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매번 구매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려운 경제에 따라 윤리적인 소비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또한 국내 사회적 기업의 제품이 진입하고 있는 시장은 성장이 둔한 시장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흔히 본 사회적 기업의 제품은 복사용지, 휴지, 공정무역, 카페, 컵 등입니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가격 경쟁력이 낮은 사회적 기업의 제품은 기존 시장에 진입해 있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공공시장 우선 구매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의 생산품과 서비스를 공공기관에서 우선으로 구매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에서 산 것처럼 해달라”… 실적 쌓기에 막힌 공공시장 <- 조선일보_더나은 미래_2013년 기사


위 링크의 기사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공공시장 우선 구매 제도'라는 것이 애초에는 권고 수준이었으나, 2012년 8월부터 구매실적 공고가 법으로 의무화되고 제품구매 실적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이용되면서 폐단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또한 ‘최저가 입찰제’ 방식은 가격 경쟁력이 낮은 사회적 기업이 공공기관에 조달하는 데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분이 공무원이신데, 실적 때문에 비교적 가격이 비싼 사회적 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에 불만을 토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 고용 노동부 자료를 보면 사실 총구매액의 0.8%가 사회적 기업 제품 구매 실적이었습니다.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3,178억 원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죠.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저는 '공공기관 우선 구매제도'를 통해 이 3천억 원어치의 사회적 기업 제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해보게 하고 만족스러웠던 사람들이 재구매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 음식을 사러 갔을 때, 시식을 안 해본 것보다 시식을 해보거나 전에 구매해서 먹어봐서 맛있었던 것을 구매할 가능성이 큰 것처럼 말이죠. 다시 말해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를 통해 사회적 기업 제품을 사용해본 경험을 토대로 가정과 다른 직장에서도 사회적 기업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제품 자체가 비싼 가격에 비해 품질도 떨어진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실적을 위해서 말고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기를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현실을 알아갈 때마다 저는 더더욱 자생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 인증은 받지 말고 일반 기업들과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이익을 극대화시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회적 기업의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어떻게 해결할 방도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제 영역 밖의 일이고요. 관심을 갖는 것이 전부지만 늘 응원하겠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사회적 기업, 목적전치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2013년에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만났을 때, 그중에서 두 명에게는 조금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습니다.


바로 그 두 명 모두 사회적 기업의 대표가 되면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에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는데, 거기서 학위를 따서 컨설팅 회사를 차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컨설팅 회사로 대박 날 것이라고.... 그렇게 두 명은 각종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대회를 나가면서 자신들의 사회적 가치를 얘기하며 자신들의 속내를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하늘도 아는지 다행히 그들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컨설팅 회사를 차린다는 계획의 말을 듣기 전까지 '이들은 정말 사회적 기업가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하며 존경했었는데....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사회적 기업은 그저 카이스트 MBA를 가려는 수단으로만 보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남다른 이유를 갖고 있는 저로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취약계층을 돕는 게 아니라 그들을 이용하려는 생각뿐이라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꽤 친하게 지내고 배울 것이 많다고 느꼈었는데, 속내를 확인한 후 그들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현재까지 연락을 안 하고 있습니다.


이 일화를 통해, 사회적 미션에 얽매여 사업의 본질이 흔들려서는 안되지만, 이 사회적 미션을 수단으로 내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은 없었나 반성하게 되었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목적 전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되돌아보고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마을 기업 등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고 곳곳에서 사회적인 미션을 가지고 활동하고자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에 얽매여 사업의 본질이 흔들려서는 안되지만 사회적 미션을 수단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일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결론

1.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을 극복하려면 먼저 사회적 가치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2. 목적 전치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항상 되돌아보며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 목적을 되새기자



이번 포스팅은 정말 너무 머리가 아팠습니다. 진짜 할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봉사활동과 기부라는 행동에 대한 결과론이나 동기론이냐의 논쟁부터 더욱 참혹한 현실의 사회적 기업 운영 실태를 전해 들은 이야기 등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면 내용이 산으로 갈 것 같아서 대표적인 것만 포스팅했네요.


사실 3년 전에 했던 고민을 3년 만에 다시 생각하여 꺼내어 정리하려니 쉽지가 않았습니다. 3년 전이었으면 과감하게 써내려 갔을 텐데.... 지금은 머리가 아프네요... ㅎㅎ






여기까지가 창업 동기와 배경, 그리고 기존 해결책 분석을 통한 기회 발견 부분이었습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창업 대회 1차만 합격하고 2차에서 열심히 까인 저의 사회적 기업 아이디어, 아이템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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