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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속 Jun 04. 2016

간절함에 대해

살다 보면 무모함이 다스려지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이 단단히 성이 나버린 것.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우리는 충동적으로 새벽 고속도로를 달려 동해로 향했다.


2007

얼마후 하늘에서 먹색이 옅어지기 시작하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우리를 구원해주던 밤이 걷혀가고 또다시 따가운 현실이 쏟아질 것 같은 위기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둠 속을 달리는 차 안에서, 분명 찍어 봐야 안 나올 줄 알면서도 뭐에 홀린 듯 연실 늘어지는 셔터를 막을 재간이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 '제대로' 나온다는 것은 어떤 이미지를 뜻할까. 중얼거리며 그렇게 계속 카메라를 괴롭혔다.


어떻게 찍혀 나오는지 보다 어떻게든 찍는다는 행위 그 자체가 앞섰던 것 같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에 앞선 것처럼, 찍고 싶은 마음이 찍을만한 장면을 압도하던 날이다.


2015



조금 옛날 사람 같지만 사진을 필름 카메라로 시작했다. 날씨가 좋으니까. 하면서 ASA100 필름을 넣고 기분 좋게 사진을 찍다가도 잠시 숨 돌릴 겸 카페에라도 들어간다 치면 너무나 손쉽게 흔들린 사진이 나왔다. 그 시절엔 그렇게 흔들리고, 어둡고 초점 나간 사진이 무척이나 우리 가까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런 어두운 환경에서 내가 견뎌낼 수 있는 셔터 속도 한계선은 1/15초 근방이었는데, 경우에 따라 1/4초, 혹은 B셔터까지 감수하고서라도 어떻게든 찍어보려 했다.


물론 결과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촬영 환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엉망으로 무너져 내린 장면들은 그 때 찍은 사진이라며 어디 내놓을 수 없는 것들 뿐이었지만 어쨋든 그렇게라도 그 순간을 담을 수 있음에, 또 어떤 식으로든 그 때를 다시 기억할 사진이 남았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다.


요즘은 손에 쥐고 있는 폰카로도 손쉽게 나는 새도, 달리는 차도 멈춰낼  있고 야경도 흔들림 없이 선명하게 담을 수가 있게 됐다. LED 조명 덕에  풍경도 전보다 훨씬 밝고 디테일해져서 1/15 셔터와 외줄타기를  일도 거의 사라졌고, 상황을 막론하고 뭐에 홀린  셔터에 의지하게 되는 그런 순간을 만나는  자체가 어쩐지   생기는  같다. 어지간하면  사진을 찍을 만한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어쩔수 없이(?)  간절해졌고 요즘 찍는 사진은  불가피하게(?)선명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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