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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속 Jan 26. 2020

선택적 공개

몇 년 전, 내 사진전을 열었을 때 어쩐지 부모님이 와서 보는게 불편하고 싫었다. 누드, 특정 인물 사진도 아니었고 사실상 어디서 무얼 찍었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추상에 가까운 사진이었거늘. 이상하게 뭔가 밖에서 나쁜짓 하고 다닌 걸 들킨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이러지. 내가 부모님과 덜 친한걸까. 간단히 시작된 질문은 꼬리를 물고 머릿속은 한없이 엉켜나갔다. 내 '일'이 공공연하게 말 그대로 '공연'되는 일을 하면 이런 것까지 껴안아야 하는구나. 유명인들은 참 대단한 분들이네.


물론 그렇게 거창할 것까지도 없이 이미 SNS 활동을 통해 모두가 이런 문턱에 항상 놓여 있다. 가족과 부모님. 혹은 직장 사람들은 이런 내 영역을 몰랐으면 한다던지, 혹은 그 반대였으면 한다던지. 그래서 이중 삼중으로 계정을 분리해 쓰기도 하고 탈퇴했다 재가입했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혹시 차라리 물리학, 천문학, 원자력 등 넘사벽 영역에 있었다면 어떨까. 내가 학술지에 이런 저런 논문을 발표하고 인터뷰를 해가며 맘껏 뜻을 펼쳐도 가까운 사람들은 그게 뭔지 모르는 그런 것이라면 마음이 조금 홀가분할까?


아마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 그럴 리 없을 것이다.


답이 없다.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 나의 것을 발표해 공감 받고 싶은 마음과 한편으로 또 숨고 싶은 마음이 함께 뒤섞인. 기묘한 우리 본성에 기인한 문제니까. 스스로 적정선을 잘 찾아 보는 수밖에.




부모님은 이모, 이모부와 함께 오셔서 전시를 잘 보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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