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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May 25. 2016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23. 어떤 노란색

Volume 23. 어떤 노란색








색에

사로잡혀버린

기억이 있다






전시회를 통해 발표한 나의 작품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사진이 있다. 바로 이 사진인데, 사진 속 다갈색 머리를 가진 소년의 알 수 없는 눈빛과 몽롱한 표정으로 인해 무언가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한 까닭으로 이 사진은 한정 인화 5점이 모두 다 판매되었다.


내쪽에서의 이유는 바로 스쿨버스의 노란색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광택이 있는 따뜻한 노란색,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하면 색이 약간 바랜 달콤하고 몽환적인 노란색이었다. 완전히 말끔한 하나의 노란색은 아니지만, 버스의 광택이 세월의 흔적이 묻어 중간 색조의 색을 지내게 되어 있는 노란색 말이다. 그래서인지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은 주인공인 어린아이가 아니라 스쿨버스의 노란색이었다.  


사실 스쿨버스는 어떤 색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 누가 답을 해도 노란색이다.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 속 이 버스도, 아무개의 사진 속 버스도 모두 같은 노란색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만의 노란색을 예찬하려는 의도는 아님을 밝혀둔다. 그러나 이 노란색의 관한 기억은 각자의 기억이다. 고백하건대 어린 시절 나는 노란색을 좋아했었던 듯하다. - 그 시절 사진 속 내 옷은 주로 노란색이었고, 물론 어머니의 선택이었다 -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부터는 어쩐지 내 옷은 모두 무채색이다. 드레스룸에 내가 입는 옷은 검은색과 감색, 그리고 회색으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애플의 잡스처럼 - 그가 입었던 블루진과 터틀넥이 여러 개였던 거처럼 - 같은 디자이너의 같은 디자인의 옷들이 여러 개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미학자 르 몽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일일 것이다. 통념과 달리 우리는 옷의 색을 선택할 때 별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은 혼자 살지 않으며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뭔가를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 이 시선은 때로는 강압적이거나 압제적이다"


이번 기억이 색에 관한 것이기에 옷에 관한 이야기도 잠깐 하게 되었다. 그러나 본래 하려던 것은 노란색에 관한 것이었으니 다시 스쿨버스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보자. 옷에 관한 기억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그 겨울, 뉴욕에서 찍은 사진들의 8할은 흑백사진이었기에 - 흑백사진을 좋아하는 기질 때문이다 - 내쪽에서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색은 검정과 그레이 그리고 화이트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흑백을 선호하는 이유는 - 현실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그 진실된 색을 기억하고 싶은 이유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색에 의해 내 기억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욕심에서부터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 색이 가지는 그 뚜렷한 기억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남는 법이다. 나는 색에 관하여 민감한 편이 아니다. 단조로운 색이 좋다. 살다보면 누구나 이렇게 하나의 색에 사로잡히는 기억이 있다. 아니 어쩌면 기억에 사로잡히는 색일수도 있겠다. 바로 그러한 까닭이 내가 컬러사진을 포기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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