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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10k 레이스 - 서울하프마라톤

#9

by 김현우





하프마라톤에 비하여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달렸다. 그렇게 마지막 1km는 전력 질주하여 두 팔 벌려 웃으며 골인했다. 시간도 기록도 아닌 즐거움이야 말로 이번 레이스의 목표였다. 역시나 기록은 보너스 처럼 따라왔다. 결과는 46분 18초. 그럭저럭 예상했던 기록보다 30여 초 정도 빠른 기록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침 6시 15분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 이른 아침이라 조조할인이 되는걸 처음 알았다- 압구정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탔다. 광화문역에 6시 53분에 도착하였다. 내려서 광장까지 걸어가는 길은 일전에 하프마라톤 대회를 참여하느라 한번 다녀왔던 길이라서 그런지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어쩌면 이러한 루틴이 러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첫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처럼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놀랄 만큼 평화롭고 고요했다. 10km 레이스는 하프 그룹이 모두 출발하고 나서야 순서가 시작되었다. 8시 40분이 넘어서야 출발을 할 수 있었는데, 출발하는 러너들을 구경하다 보니 40분이 금방 지나갔다. (내가 배정받은 그룹은 c 그룹이었다. 10km 레이스가 처음이니 기록증이 있을 리 만무했다) 편안하게 앞자리에 자리해서 아이폰을 꺼내 들고 출발 카운트를 기다렸다. 함성과 함께 출발!







즐겁게 달리고 웃으며 질주하자!




힘을 아껴둘 필요가 없는 레이스라서 그런지, 달리는 내내 웃으며 즐겁게 달렸다. 지난번 하프마라톤에서 ‘난 왜 달리기를 하고 있는 거지? ' 라며 달리기의 본질을 고민하게 되었다. 너무 힘들었던 하프의 경험을 통해 이번 레이스에서 만큼은 달리기를 순수하게 즐기며 달리고자 마음 억었다. 고마운 시민분들의 응원과 나만의 속도에 몰입한 채 달리다 보니, 나를 위한 즐거운 달리기를 대회에서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나라는 캐릭터가 조용한 타입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기에, 언제나 이른 아침 혼자서 조용히, 부지런히 달리고 있으므로 이처럼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대회를 경험하는 것은 내 쪽에서는 크나큰 자양분이 된다. 평소에 아무리 연습을 실전처럼 한다고는 하나, 그 실전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마련이기에 리허설은 리허설일 뿐이라는 생각- 달리기 뿐만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그러하다. 나는 여태껏 리허설을 실전처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다.





포스터에 기록 스탬프를 하는 시스템이 쿨 했다




마지막 500m 정도는 스피드를 최대로 올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민의 데이터를 보니 410 페이스였다. 돌이켜보면 이처럼 마지막 질주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혹독한 인터벌 훈련. 덕분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광화문에서 시작하는 하프마라톤과 10K 레이스, 각각 하나씩 대회를 경험했고성장의 즐거움을 누렸다. 하반기에는 또 한 번 하프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미 서울어스마라톤 하프코스에 접수를 해버렸다) 이 대회에서 힘들지 않고 즐겁게 달릴 수만 있다면, 다음번은 풀마라톤에 도전해 보고 싶다.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즐겁게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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