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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 Jun 11. 2023

독서노트를 꼭 써야 하는 이유

독서노트를 쓰면 좋은 점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을 수 있다.


예전에는 ‘책을 몇 권 읽었냐’가 자랑이던 때가 있었다. 어떤 책 얘기가 나왔을 때 ‘나 그 책 읽어봤다’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부끄럽지만 읽은 책을 쌓아두고 사진을 찍은 때도 있었다.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온다. 책 제목은 아는데, 분명 읽었는데, 고개도 끄덕이고 공감도 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 날 때이다. 우리 모두가 겪어 본 순간이다.


같은 책을 두 번 읽으면 다른 책을 두 권 읽었을 때보다 성취감이 적기는 하다. 그런데 처음 읽을 때는 못 봤던, 새로운 재미가 발견되기도 한다. 똑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을 읽어도 이 정도인데, 독서노트를 쓰면 책을 네 번 읽는 것과 똑같다. 그 효과는 100배 정도 되지만 말이다.


내가 독서노트를 쓰면서 책을 네 번 읽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책을 처음 읽는 마음으로 (실제로 처음 읽는 거지만)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는다. 단, 읽으면서 지루해지거나 어려운 경우에는 독서노트를 쓰면서 읽는다.


2] 독서노트를 어떻게 쓸지 생각하며 읽는다. 그대로 따라 쓸 문장에 줄을 치기도 하고, 구조화를 하면서 읽는다.


3] 독서노트를 쓴다. 쓰면서 손에 익히고 머리로 생각하며 가슴에 새긴다.


4]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독서노트를 읽는다. 읽으면서 책에 나왔던 부분을 떠올리기도 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책을 다시 찾아보기도 한다. 학생 때 요점정리 노트를 반복해서 읽는 것처럼 독서노트를 읽는다.


손으로 쓰며 내 마음에 각인된다.


쓰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그동안 나는 무수한 국어 지문을, 시를, 문학을, 활자들을 보며 눈으로 익혀 왔지만 외울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어릴 적 한컴타자연습으로 타자를 치며 익혔던 ‘별 헤는 밤’은 중반부까지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진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계절과, 가을과, 하늘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타자를 치는 것도 그러한데, 하물며 이 문장을 연필로 쓴다고 생각을 해 보자. (물론 독서노트를 온라인으로 작성해도 된다!) 조금 느리겠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쓸 때마다 천천히 내 마음속으로 되뇌게 된다. 의식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의 글자체를 담아 독서노트를 쓸 때, 그 문장은 나의 것이 된다.


나만의 구조화를 할 수 있다.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우리는 독서노트를 쓰면서 구조화를 하게 된다.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나열하기 :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는 방법이다.

시간 순서에 따라 배열하기 : 주로 역사나 소설을 읽고 나서 이 방법을 쓰면 좋다.

목록화하기 : 차례를 참고하여 목록을 나누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각화하기 : 표지를 따라 그리거나, 내용과 관련되어 기억하기 쉬운 간단한 일러스트를 그려 넣는다.



책에 따라서 어떻게 구조화를 하면 좋을지 생각을 한 뒤에 독서노트를 쓴다. 이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수학 한 단원이 끝나면 나만의 마인드맵으로 정리를 해 볼 것을 지도하는데, 그때 아이들마다 그리는 마인드맵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 친구가 설명을 해 주기 전까지는 다른 아이들은 마인드맵의 의미를 잘 모른다. 즉, 구조화는 다른 사람이 볼 때 편안하게 쓰는 것도 좋지만 자기만의 의미를 담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구조화를 한 것은 또 내 것이 된다.


책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또 구조화를 하게 되면, 전체 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예: 게으름 탈출법) 책을 보면 목차가 있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책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안다. 하지만 독서노트를 쓰게 되면 이 전체 흐름이 내 머리에 아주 잘 들어온다. 예를 들어 게으름 탈출법이라는 책은 level 1부터 level 6까지 게으름을 탈출할 수 있는 비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저자의 꿀팁들을 읽고 메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찬찬히 독서노트를 쓰고 있자니 level 1부터 6까지가 한눈에 보였고, 머릿속에, 독서노트에 정리되었다.



작가의 마음이 되어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와닿는 문장이 있다. 앞서 말했던 ‘보석 같은 문장들’이다. 지난 겨울 방학, 책을 읽기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여유와 한적함을 느끼며 조용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손흥민의 아버지가 쓰신 책인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었다.


대한민국에서 손흥민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은 아주 평범하고 평범한 삶을 산다. 그럼 손흥민 아버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꼭 축구가 아니라도 좋은 내용이 많다고 해서 책을 펴기는 했는데, 과연 내가 이 책을 읽는다고 와닿는 것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옆에 두고 읽었고, 잠이 오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다. 그렇게 손웅정 님의 삶을 마음으로 따라가며 읽으니, 어느새 내가 살아보지 못한,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삶을 전생에서나마 살아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이 문장을 독서노트에 필사하며, 손웅정 님의 삶을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나는 그저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 삶의 길목길목마다 어리숙하나마 내가 세운 가치관과 판단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 삶인데 왜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가. 그 간단한 바람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일인지, 일찍이 알 수밖에 없었다. 참 지난하고 반복되는 삶의 가르침이었다.


나의 마음이 와닿은 구절을 실제로 필사해 보니 정말 나의 생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뿐인가,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내가 뉴욕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뉴욕 타임스를 읽는 것, 가로수가 펼쳐진 길을 지나며 조깅하는 것, 토요일 파머스 마켓에서 뉴욕의 사계절을 느껴보는 것...


한 달에 천만 원도 더 든다는 뉴욕. 독서노트를 쓰면서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골라, 뉴욕의 카페에 있을 것만 같은 잎사귀를 골라 붙였다. 책에서 읽은 음식들을 하나하나 상상하며 기록했다. 나는 정말로 뉴욕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외에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 들춰보기 쉽다.(가성비가 좋다.)

책을 더 읽게 해 준다.

나만의 독서노트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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