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적응자가 10년동안 회사다니면서 느낀 것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다. 나는 그 외로운 사람중 상위 0.1% 정도쯤에 위치해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음악 없이는걸을 수 없다. (에어팟 배터리가 나가버린 날을 위해 여분의 유선이어폰을 하나 더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한다.) 나는 길을 걸을 때 조차 음악이라는 친구가 필요하다. 잠을 잘 때는 옆에 따뜻한 온기와 가슴 팍을 가득 메꿔주는 인형이나 쿠션이 필요하다. 나는 잠도 혼자 잘 수 없는 인간이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가만히 옆에만 있기만 해도 안정이 되는 나는 정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인간인것 같다.
회사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돈을 버는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끼리 아무리 친해봤자 회사 벗어나면 의미없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누구와 신나게 상사욕을 하고, 쿠키 하나를 시켜 반씩 나눠먹고 싶었다. 그럴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오래가지 못했지만.
그때는 왜 사람들과 멀어지는 건지 이유를 알수 없었는데, 이제는 알것 같기도하고, 여전히 모를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잘되겠다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것 포기하고 바둥바둥 살았다. 회사에서도 그랬다. 나는 전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남들보다 2,3배 아니 10배는 노력하지 않으면 그들의 발꿈치까지 쫓아가기도 벅찬것 같았다. 아직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내 인생에 크게 의미없다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나에게는 사람들과 가까워질 노력과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누군가 다가와 아무리 친해진다고해도 결국엔 쉽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겨우 친해진 사람들과 있을 때 조차 외로움을 느꼈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관계를 확장해가려는 생각이었던것 같다. 이 사람들과 멀어질 경우를 대비해, 더 주변을 기웃거리며 "인간관계 보험"을 들어두려고 했던것 같다.
욕심도 많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나는 차라리 바글바글 사람들이 가득한 조직생활에서 멀어지고 싶다. 회피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볍고 얕은 관계, 언제든지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어하는 타입인것 같다. 멀어지더라도, 연락이 뜸해지더라도,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어도 이 사람이 왜 나를 갑자기 멀리할까? 이제 내가 싫어진걸까?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내가 잘못한 건 무얼까? 하며 스스로 나를 고문하는 시간들로부터 멀어지고, 마음 속 잔잔한 호수를 어지럽히는 것들과 멀어지며 인간관계도 미니멀라이즈해버리는 삶.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인간관계로 치유해한다는 이상적인 원론이 아닌 내가 직접 그린 컴팩트한 바운더리 안에서 계산없는 사랑만 존재하는 주관적인 삶.
일방적으로 사랑을 주기만해도 만족스러운, 재지 않아도 괜찮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지 않은 삶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