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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Nov 03. 2020

너, 일상 그리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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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엉킨 실타래 속의 너. 나는 네 안에 잠시 나를 묻어두었다. 고요히 숨쉬어본다. 가만히 기다려 본다. 닿을듯 풀릴듯 우리 관계는 위태했다.

너는 끝내 나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자꾸만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그런 너에게 조바심이 났다. 한걸음씩 다가 왔다가, 또 어느 순간 멀어져있다가 했다.


너의 일상은 우리가 주고 받은 대화들 만큼이나 단순했다. 어딜가든 환영받는 너는 나에게 만큼은 어리광을 부렸다.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 닿아있는 우리는 같은 달을 보면서 걸었다. 달을 볼 때마다 달까지 걸어보고 싶다던 네 얼굴이 동그랗게 떠올랐다.


먹고살 걱정에 밤 지새우던 날들은 잊은 지 오래다. 이제는 힘들여 벌어들인 돈을 어떤 곳에 사용할것인지를 고민하고, 가끔은 의미없는데에 써버리기도 한다. 허무함에 허공을 바라보고, 초점없는 눈빛을 하고 뒤로 걷기도 한다.

오늘도 밤이 길어 주머니에 차가워진 손을 넣고 이곳 저곳 돌아다녀본다. 보일듯 말듯한 너의 숨소리는 희끗희끗, 나를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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