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부터 플룻을 배우고 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우연한데, 올해 초 멘탈이 힘들때 클래식을 많이 들었던 것과 그 와중 새로운 악기에 대한 욕망이 스믈스믈 일어났던 것이다. 일이 다 마무리되면 배울 의욕이 사라질지도 몰라서 빨리 레슨을 예약했고, 그 때 시작한 플룻을 지금까지 즐겁게 이어오고 있다.
플룻을 배우기 시작하고 1개월이 지난 후, 선생님을 한번 바꾸었다. 선생님이 별로였다기 보다는 시간과 레슨 위치 상의 이유였으나 결과적으로 새로운 선생님과의 연이 닿아서 감사할 뿐 아니라 플룻실력도 쑥쑥 늘고있다.
아무래도 레슨만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후다닥 정리하기에는 매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1시간 내내 배에 힘주고 플룻을 불기에는 체력적으로 긴 시간이기도 해서 중간중간 선생님과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오늘은 선생님이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거라며 내 피부의 비결을 물어보셨다.
"선생님, (선생님은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피부가 왜 이렇게 좋으세요? 뭐, 하세요?"
"아... 제 피부요... 솔직히.. 우리가 운동 열심히 한다고 막 콜라병 몸매가 되진 않잖아요. 피부도 그래요.. 어느정도 타고나서 뭐 특별히 드릴말씀이...."
"아... 그런거군요?"
"그래도 몇 가지.. 저도 유튜브에서 보고 배운것들이 있는데요. 알려드릴까요?"
"네! 얼른 알려주세요"
조심스레 내가 평소 하고 있는 피부루틴(정확히는 뾰루지 안나게 노력하는 루틴)을 말씀드렸는데, 일단 세수는 미온수로하기, 세수 시작하기 전에 5~10번 물 먼저 끼얹기, 이중세안 하지않기, 화장솜으로 피부 닦지 않기, 1회용 타올 사용해서 얼굴 물기 제거하기, 물기 제거하자마자 바로 로션바르기......를 말씀드리다 보니.. 매일 반복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던거지 생각보다 피부를 세심히 관리하고 있었던 거였다. 선생님은 1회용 페이스타올은 처음본다, 물을 먼저 그렇게 끼얹어야하는 지 몰랐다고 했고, 사소한 건데 이렇게 하니까 뾰루지가 덜나는것 같다라고 하니 반드시 실천해보겠다 하셨다. 근데 갑자기 몇 가지 더 떠올라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었는데,
"선생님, 그리고 잠 많이주무세요. 저는 매일 8시간은 꼬박꼬박 자거든요. 11-7이요. 그리고 매 끼니에 야채 드시면 좋아요. 못해도 하루한끼 샐러드 한 접시는 추천드리고요. 야채 먹기 귀찮으시면 오이라도 매끼 반씩 드셔보세요."
"상추에 오이싸서 먹으면 좋을까요?
"아이구 그럼요. 엄청좋죠. 야채가 피부에 좋아요."
야채를 일부러 매끼 챙겨서 먹기는 하지만, 이게 피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검증 결과도 없으면서.. 여러가지를 얹어서 알려드렸다. 그래도 뭔가 좋아진다고하면 해보는게 나으니까. 야채는 피부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으니까. (인생이란, 겸사겸사) 세상 모든 일은 한가지 원인으로 결과가 나오는 법이 없다. 결과는 한 가지여도, 그 결과로 인해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많을 수도 있다. 결과는 한 가지여도, 원인은 적어도 몇 가지, 혹은 수 십,수 백가지 복합적으로 일어난 결과다. 나쁜 결과든 좋은 결과든, 한 가지 원인은 없다. 그러니까 "넌 도대체 왜 그래?" "넌 왜 그런말을 했어?" 라고 물어볼 때는 "그 말을 한 이유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는거야?" 라고 역으로 질문을 하는 쪽이 더 명쾌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가지 결정을 내릴 때 수백가지 요소를 냉철하게 고려하기란 얼마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드는 일인가. 빠르게 판단하고 제대로 행동하려면 살면서 체득한 본능적인 직감에 의존하는 것이야말로 제일 정확하고 효율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