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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 Jul 10. 2016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25살 친구의 푸념.

11년 지기 친구들을 약 2년여 만에 만났다.

중학교 때 알게 된 이 친구들은 스타일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고, 정말 많은 게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11년이 지난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도 달랐다.

우린 그동안의 안부를 물어보며 삶 이야기, 앞으로 다가올 결혼 이야기 등 수다 떨기 바빴다.

다른 친구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리 중에 가장 개그감각이 뛰어나고  일명 '또 x이'라고 불리는 친구가 급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정말 아직도 모르겠어, 나도 이제 뭔가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뭘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 

마냥 웃고 떠들고 유쾌해 보이는 친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은 있었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겠냐, 그리고 그 답을 찾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어? 모르는 게 정상이야. 나도 디자인하고 있지만 진짜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지 아직도 고민될 때 많아. 그럴 땐 그냥 이것저것 다양한 일 해보면서 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하면 돼. "
나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친구에게 말해주었다. 두렵고 복잡한 친구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을까...

나는 어릴 적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프로그램을 보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더 편리하고 이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행복함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현재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내 직업이 디자이너라고 해서 내 꿈이 디자이너는 아니다. 

그렇다면 난 벌써 꿈을 이룬 것이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회사 면접을 볼 때 "꿈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oo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라는 말이 아닌,

"행복하게 사는 거요, 여행 다니며 글을 남기는 게 꿈이에요."라고 말을 한다. 
꿈이란 게 뭐 별거 있나. 어쨌든 내가 행복하면 됐지! 
내 직업은 단지 삶을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난 수많은 목표 중 하나를 이뤘을 뿐이다.

친구는 아르바이트하여서 모은 돈으로 미국 여행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매일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친구가 부러웠다. 지금 당장 급하게 취업을 하는 것보다 한 템포 쉬어가면서 자신의 인생에 더 좋은 추억을 남기는 게 더 값지니 말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개발자 '케빈'은 디자이너인 나보다도 그림을 잘 그린다. 일을하다가도 쉬는타임에 태블릿으로 그림을 종종 그리곤 하는데,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도 수준급의 그림 실력을 자랑한다. 

또 다른 개발자 '휴'는 공방을 다니며 가구 만드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점심시간 틈틈이 자신이 만들 가구 디자인을 리서 치하고 주말엔 공방에 가 가구를 만든다. 

개발자 케빈이 그려준글쓴이 (심각하게 미화된듯)

이 두 개발자만 보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매 순간 바뀔 수 있고,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내듯 단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꼭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괴로워 하지 말기를! 자신이 잘하는 것과 꿈에 확신이 없는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모르겠다면 집에만 있지 말고 단기 알바든, 여행이든 많은 경험을 하러 나오기를 바란다. 
먼 훗날 뒤돌아 보면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고 그때의 내 삶에 영향이 안 끼칠 일은 없을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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