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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 Sep 01. 2019

4남매 사진 찍던 날


87년생 첫째와 00년생 막내


나는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첫째 딸, 둘째 딸, 셋째 딸 그리고 늦둥이 아들인 넷째.
부모님이 마흔을 바라보실 때 돼서야 늦둥이가 태어나서 첫째 언니와 넷째와의 나이 차이는 무려 열세 살 차이가 난다. 셋째인 나와 넷째의 나이 차이는 8살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꼭 주변에서 하는 말이 있다.
"남동생은 누나들 사랑 듬뿍 받고 자랐겠네~"

누나가 둘 이상 있는 남동생들이라면 알 거다. 누나가 많은 집에서 남동생의 위치와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살가움, 다정한 성격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누나들과 심지어 나이차가 많이 나는 늦둥이는
같이 있으면 그저 적막뿐이다.(동생이 쳐다만 봐도 '뭘 봐'라고 하는 누나들.)
가끔 방에 들어가서 전하는 안부라고는

"방이 이게 뭐냐, 쓰레기 좀 제때 버려라"
"너 머리 안자르냐"
"도대체 몇 시에 자길래 여태 자냐"
"방 환기 좀 시키고 살아라"
"누나 이 옷 어때?"

이게 전부다. 정말이다. 동생은 눈만 꿈벅거릴 뿐... (가끔 대답도 안 한다고 혼나기도 한다.)
비록 대화방식은 이래도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 생일이나 때가 되면 옷, 신발, 가방 등 동생에게 필요한 건 말 안 해도 잘 사 주는 누나들이다.
그리고 그런 누나들에게 한 번도 때를 쓰거나 반항해본 적 없는 착한 남동생.

이런 4남매로 자라왔다.

평균 키 171cm인 누나들과 어느새 더 훌쩍 자란 막둥이.




우리 사진 한 장 남기자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가, 집 근처에 1장당 만원에 흑백사진을 찍어주는 카페가 있는 걸 발견했다.

무보정이었지만 그래도 사진 인화까지 해주는데 만원이면 저렴했다. 수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사진들을 찍었고 생각해보니 우리 집은 가족사진 한 장 없었다. 아쉬운 대로 남매끼리라도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네 명이서 사진 한 장 남기자!"

이번에도 먼저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나였다. 가족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던 언니들은 바로 동의를 했고, 남동생은 그저 누나들이 가자는 대로 따라나설 뿐이었다.

나는 바로 카페 예약 일정을 잡았고, 예약 당일날 예약시간에 늦지 않게 일찍 집을 나섰다.
나름 옷도 맞춰 입겠다고 네 명 모두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쪼르르 카메라 앞에 섰다.
거창한 스튜디오가 아닌 깔끔한 배경에 의자 정도 놓여있는 소박한 스튜디오 카페였다.
첫째 언니와 남동생은 의자에, 둘째 언니와 나는 그 뒤에 서서 전형적인 가족사진 구도를 만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마주 보던 적이 있었던가


"자, 이제 찍을 테니 포즈나 표정 지어주세요."

막상 찍으려고 하니 네 명 모두 카메라를 향해 어색한 미소만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사진이 자연스럽게 나올 리 없었다.

카페 사장님은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서로를 바라보자고 하셨고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모두 빵 터지고 말았다.

서로의 얼굴을 이렇게 지그시 바라본 적도 없거니와, 그냥 왜 그렇게 바라보면 웃음이 나던지..
좀 우스꽝스럽지만 그래도 자연스러운 컷들이 만들어졌고 사진을 다 찍은 후 인화할 사진을 고르기 위해 모니터 앞에 모여서 한참을 고민했다.
"빵 터진 건 자연스러운데 너무 웃기고, 미소 지은 건 괜찮은데 뭔가 재미없다."

모니터 앞에서 네 명이 결정을 못하고 한참을 고민하니 결국 사장님은 서비스로 2장을 만원에 뽑아주셨다.
서로 바라보며 웃는 사진이 버려지기엔 너무 아깝다며 두 사진 다 뽑아주시겠다는 것이었다.

사장님께 감사를 표하고 기분 좋게 사진을 건네받았다. 사장님이 폰에 넣어주신 원본 사진을 부모님에게도 전달했다. 인화된 사진 두장은 액자에 담아 부모님 댁 거실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

빵 터진 사진을 공개하기는 민망하니 얼굴은 가리는 걸로!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지만 그 날 만큼은 4남매의 웃음소리와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게 서있던 우리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으로 남아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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