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고, 개인적인 일기
최근 브런치에 글을 적는 것이 머뭇거려졌다. 실제로 이런 글을 써두기도 했다. 결국 올리지는 못했지만.
다른 작가님들은 잘도 산뜻하고 밝은 글을 쓴다.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도 센스 넘치는 예쁘게 생긴 하얀색 구름처럼 만들어 넓은 하늘에 슬그머니 띄워올려둔다. 사람들은 그 예쁜 구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하루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 나 역시 수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동경하며 손가락 끝에 맡겨본다. 하지만, 나는 매번 물기를 잔뜩 머금은 회색빛 구름같은 글을 쓰고야 마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센스도 유머도 없는 마이너 같은 나의 글. 실은 행지길(새댁)을 적으면서 계속 고민했더랬다.
브런치에서 멀어지지 않으려 찰나의 글을 올리긴 하지만, 영 마땅치 않다. 글을 산뜻하게 적고 싶은데 내가 살아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부정적 감정을 내 안에서 길어올려 바닥에 쏟아버리는 기분이 든다. 왜 그런 기분이 들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내 안에서 길어올리는 그 과정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발행>을 눌러 쏟아내는 것은 찰나의 과정이 너무 쉽게 느껴졌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이 드니 글을 올리시는 작가님들에게 댓글을 달기가 어려워졌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끝내 발행을 눌렀을까. 그래서 그나마 마음이 편한 분들에게 가서 장난스러운 댓글을 달았다. 감사하게도 다 잘 받아주셔서 나는 언제라도 도망치고 싶은 이 마음을 숨기고 브런치에 한발을 걸치고 서 있을 수 있다.
오랜만에 책을 집어 들었다. 언제라도 도망 갈 수 있는 기세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책을 읽으면서 나를 이해하려 애쓴다. 그러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기에. 다양한 생각이 스며들었다.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 다던데 역시 사진을 찍어 차곡차곡 일기처럼 마음을 쌓아두는 편이 좋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떤 날은 비가 왔고, 어떤 날은 해가 눈이 부시게 떴다. 어떤 날은 더웠고, 어떤 날은 추웠다.
종잡을 수 없는 게 딱 나 같았다.
그래서 금목서가 피기를 기다렸다. 금목서 나무를 보며 1년을 기다렸다. 지금 나를 위로 해줄 수 있는 것은 내 자신도 아닌, 금목서의 향이었다. 금목서 아래에서 하루 종일 향을 음미하리라. 하지만 여름 내 오지 않던 비가 추석을 기점으로 계속 내리기 시작했다. 때 아닌 가을 비는 막 피어난 금목서의 주황빛 목과 향을 모조리 앗아가버렸다.
금목서의 꽃들이 바람에 비에 후득후득 떨어지는 모습에 마음이 쓰라려 발을 동동굴렀다. 가을을 알리는 금목서의 향이 비에 휩쓸려 전부 사라질 것 같아서. 조금 이라도 더 기억해 두기 위해 비가 쏟아지는 날 카메라를 메고 우산을 쓰고 아파트 입구 앞에 쭈그려 앉았다. 킁킁. 목이 따인 금목서 꽃은 그래도 금목서일까. 짙은 향을 풍기며 아스팔트 바닥에 주홍빛 꽃을 피우고, 사철나무에 때 아닌 주황빛 꽃이 피었다
그리고 전부 다 져버린 줄 알았는데 뒤 늦게 꽃을 피운 녀석들이 주황빛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숨이 멎을 것 처럼 품어내던 금목서의 향은 더 이상 짙게 나지 않았다. 나무 아래에서 한 동안 강아지처럼 킁킁거려야 겨우 금목서의 향을 찾을 수 있었다. 급하게 온 가을의 최대 피해자는 금목서라는 사실을 오늘 이 일기장에 기록해 둔다.
가을 길을 걸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쓰는 글이 왜 인지 저 가지 끝에 간신히 버티다 차가워진 바람에 조금만 스쳐도 바닥으로 떨어진 낙엽같이 느껴졌다. 가을의 끝 무렵 낙엽을 모아두고 바스락바스락 밟으며 좋아하는 것이 취미였던 내가 요 며칠 잔뜩 떨어진 낙엽을 밟는 것이 미안해 까치발로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이쯤에서 그만 둘까.
누군가와 비교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내가 자꾸만 누군가와 비교를 하는 모습이 보여 스스로 괴로워졌다. 어자피 사진도 아무에게 보여주지 않았지만, 계속 찍어 낸 것 처럼 글도 그렇게 써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러한 마음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브런치 북을 시작하기엔, 마음이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글을 올리지 않기엔 나의 고지식함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이서의 사담도 다른 작가님들의 산뜻한 글처럼 쓰고 싶은데 내 맘과 다르게 살아오며 느꼈던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수 많은 감정들을 내 안에서 길어올려 바닥에 쏟아버리는 것 같다고. 나의 슬픔과 분노, 무기력감, 우울과 같은 각종 종합세트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은 나의 욕심이라는 그 마음도 지울 수 없다고. 이 마음을 블로그에 짧게 적어뒀었다.
저 글을 읽고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시던 분께서 나에게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렇구나. 나는 이 댓글을 보고 눈물이 왈칵 났다. 죄송하고, 감사하고, 이 징징거림도 이해하고 받아주는 그 분께 나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전에 적어둔 글의 마지막은 이런 내용이었다.
가볍게 읽을 수 없는 글은 요즘 트렌드가 아니기도 하고, 앞으로도 절대로 가벼워 질리 없는 나의 마이너 같은 글에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 맞는지 나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나는 나를 의심한다. 의심하고 있다. 의심 할 수 밖에 없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음을
하지만 이 댓글과 더불어 마음의온도 작가님의 글을 보며 생각했다.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글을 한번 써 봐야 겠구나. (마음의 온도 작가님의 아님말고 글 바로가는 링크)하고. 나는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어 삶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기도 하고.. 이 부분이 나의 삶에 얼마나 마이너스인 줄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고치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지. 어제 문득 자다가 오랫동안 작가의 서랍에 있던 이 이야기를 꺼내며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글을 다시 한번 써 봐야지 싶었다. 너무 오랫동안 글을 쉬었다. 작가님들이 부산에 사는 귀여운 Jin을 잊으신건 아니겠지?!!!
ps.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쓰고 싶은 글이 생겼습니다. 많이들 이뻐해주십사.
굽신굽신.
뇌물로 무지개 사진입니다.
아차, 브런치북 만들기 전에
밀..밀린 댓글 부터 조금
어떻게 =ㅁ=ㅋㅋㅋㅋ
다다다닷 하고 달고 시작하겠습니다.
자..자신이 없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