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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난임성공수기공모전’에 당선 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by Jin

https://brunch.co.kr/brunchbook/madelia03


<새댁, 애가 하나뿐이오?> 브런치북을 적는 중에 블로그 부터 알고 지냈던 작가님께서 저에게 제12회 난임가족의 날 ‘난임성공수기공모전’ 에 관한 내용을 알려주셨다. 딩끄적 작가님이 아니였다면, 애초에 없었을 상이라,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딩끄적 작가님. 작가님 덕분에 이런 공모전이 있는 것을 알았고, 브런치북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해 조금이나마 세상에 꺼내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댁, 애가 하나뿐이오? : 부제 행복에 지름길이 있나요?>의 완결이 진행되고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의 목적은 분명했기 때문에 난임 수기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그럼에도 여러 복잡한 마음이 들어,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난임 성공 수기'


아마도 '성공' 이 말 때문일 터였다.

달리 말하면,


어떤 이들은

평생 써 볼 수 없는 글.

나도 어쩌면 쓸 수 없었을 글


이라는 말이므로. 그렇다. 이 공모전은 ‘임신, 유지, 출산’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성립해야 비로소 쓸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난임극복노력’ 이라 적힌 공모전의 심사 조건을 읽으며 숨을 깊이 들이 쉬고 내쉬었다. 저 '노력' 이란 단어 뒤에는 '성공'이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음을 알기에 자꾸만 눈물이 났다.


사람마다 노력과 성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세상에는 어떤 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나는 그 영역 중 하나가 출산(임신–유지–출산 풀 패키지)이라고 생각했다. ‘난임에서 성공했다’는 말의 의미가 나의 기준에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 영역은 내가 노력하면 할수록 나에게서 멀어졌다. 마치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없는 것처럼. 내가 아무리 애써도 삼신할머니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감동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점지해주는 아이는 나와 인연이 늘 짧았다.


뉴스를 보며 낳자마자 죽이거나, 버리는 이들에게는 건강한 아이를 점지해주면서, 왜 나에게는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을 점지하느냐고. 삼신할머니를 원망했다. 그 시절 친구에게 서슴없이 이런 말했었다. “삼신할머니, 요즘 치매이신 것 같아.” 내 친구는 그런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 말이 신을 모독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다른 어떤 이들은 아이를 쉽게 임신하고 쉽게 유지해서 낳는데, 나는 왜…? 그 질문이 끝없이 반복될 때마다 내 삶은 지옥 같았다. 물론 지금은 알고 있다.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던 그 시간들이야말로 지옥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시절의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삼신할머니는 꼭. 치매여야만 했다.


그래야 그 지옥 같은 순간을 틈틈이 잊고 숨을 쉴 수 있었다. 이 마음을 너무 쉽게 표현하고 하고 싶지 않아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도 ‘내 글이 오히려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고 계속 고민했다. <새댁, 애가 하나뿐이오? : 부제 행복에 지름길이 있나요?> 자체가 앞에 있던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건 얼마나 힘들었건, 슬펐건, 좌절했건. 마지막은 별 탈 없이 별 문제 없이 임신하고, 유지하고, 출산했기에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브런치북에 글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한 것은 <난임으로 고생하던 내가 출산을 성공했습니다!!!> 라는 성공기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였다. '포기하니 왔어. 라든지 운이 좋았어'라는 그런 말들을 마구잡이로 하고 싶지 않았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다 잊은 것 처럼 굴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 고민하다 공모전 글을 적었다.


적으면서도 생각했다. 공모전에서는 아마 ‘희망적인 이야기’를 원했을 텐데, 내 글은 그 취지와 조금 다르기에 당선되지는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일단 나는 시험관 시술을 한 적도 없었고, 반복적 유산에 있어 유지의 영역은 병원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무조건 출산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난임성공수기'의 탈을 쓰고 꼭 될 것이라는 희망만을 말하기보다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 모든 노력이 무가치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그 여정을 나와 당신이 기억하고 있다.” 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적었다. 우연히 내 글을 읽는 이들이 '성공' 이라는 이름 아래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 내 글에서 위안을 얻기를 바랐다. 그것이 나의 욕심이라 할지라도.


나와 같은 길을 걸었고, 지금 걷고 있는 이들에게 세상 사람들이 '난임' 을 바라보며 무정하게 굴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 어느 곳에서는 당신의 아픔을 아는 이가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문득문득 그 길 위에서 좌절해 울면서도 아이를 가지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지금도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단지 이 마음뿐이었던 글이, 감사하게도 ‘난임성공수기공모전(2025년 10월 20일 발표)’에서 장려상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브런치에 이 소식을 따로 올릴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중 11월 5일, 수상소감을 요청하는 문자를 받고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임에 관한 글을 쓰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많은 작가님들이 곁을 지켜주셨기에 브런치북 완결과 동시에 공모전 당선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이라고. 이 상은 내가 받은 것이 아니라 응원해주신 모든 작가님들과 함께 받은 상이라고 짧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저를 응원해주셨던

모든 작가님들 제가 앞으로

더 잘 할께요. 헤헤.



ps.

그리고 지금 이 글은 수상식을 마치고 올리려 예약되어 있던 글입니다. 하지만 작가님들과의 주고 받는 댓글에 .. 서울 당일치기를 끝내고 내려가며 글을 올리면.. 정말 많이 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싶어.. 서울에 사시는 많은 작가님들께 괜히 찔려 일종의 고해성사 같은 글… ( 도망가 도망가


네~ 저, Jin 서울에 월요일 당일치기로 다녀갑니다. 오랜 시간 체류 할 수 없어 작가님들을 만나뵙고 갈 순 없겠지만, 다음에는 꼭! 긴 시간을 내어 한 번 올라가겠습니다. 그때 꼭, 만나주세요. 아래 사진은 굽신굽신의 뇌물입니다.



달..달 이쁘지요?!


by. Jin




어떤 이들에게 어떤 단어가 자신들에게 닿았을 때 너무 당연해서 사소하고, 아무런 느낌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 단어를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불에 데인 상처가 되고,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의 아픈 단어가 될 수 있다.


모든 삶이 다 같을 수 없듯이

모든 단어도 그렇다.


내가 깨달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삶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 타인의 삶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단어라 할 지라도 그 단어가 가지는 이중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단어들을 모아 말을 할 때 정말로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웃으면서 스치는 단어도 조심해 사용했다. 나는 괜찮은 단어지만 누군가에겐 괜찮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노력’과 ‘성공’


난임을 겪으며 나는 내 세상 하나를 깨트렸다. 세상 하나를 깨트린 다는 것은 어쩌면 살면서 계속 해야 하는 일인지도 몰랐다. 나 외에 다른 이들의 삶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보고 그들의 단어를 관찰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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