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100번째 기념 이벤트
이웃 작가님들은 아시겠지만,
Jin은 77,88,99와 같은 숫자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로 송지영 작가님의 <널 보낼 용기.>는 나의 99번째 게시글로 딱이었다. 책을 소개한다라는 거창함 보다, 그저 한 명의 독자로서 어떤 문장에서 나의 아픔과 슬픔, 상실감들이 들끓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비슷한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살아지는지 말하고 싶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나를 살렸고, 또 다른 사소한 것들이 나를 버티게 했음을.
살기 위해 나는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는 것들에게 집착했었지만, 나의 부모도, 주변 어른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짓이라며 옆집 아주머니에게 뺨을 맞기도 했다. 나의 살기 위한 몸짓이 어른들에게는 그저 공부하지 않고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으로만 보였을 터였다. 그 쓸데없다던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을 버티게 했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책을 읽는 동안, 저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수많은 감정들이 밀물처럼 들이쳤다. 그 감정의 바닷물이 훅 밀려올 때, 나는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신발과 바지가 흠뻑 젖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불쾌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미 젖어버린 그 감각 덕분에, 두려움 없이 더 깊은 내 감정의 바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소리글님의 문장, “끊어져봤자 고무줄이고, 떨어져 봤자 공모전이지”를 오마주 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젖어봤자 신발, 옷이지. 젖으면 말리면 되는 것 아닌가.” 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릴까 두려워하며 움츠렸던 마음이, 송지영 작가님의 글로 인해 조금 더 단단해졌다.
제안 메일로 질문을 보내오셨길래 성실히 답해드렸다. 그 대답을 바탕으로 회색토끼님이 써주신 글이 너무 멋지기도 했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널 보낼 용기' 책의 리뷰와 회색토끼 작가님의 글이 자꾸만 한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운명!
데스티니?!
https://brunch.co.kr/@tpfpsldk920/67
토작가님의 2025년 그레이 어워즈를 읽으면서, 그녀가 나에게 얼마나 큰 애정을 건네고 있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다 드러나지 않는 온기들이 문장 사이에서 은은히 배어 나와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걸 느꼈다. 한 겨울 길에서 만난 떡볶이 가게에서 떡볶이 보다 어묵 국물 한 모금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그래서 나의 100번째 게시글은 회색토끼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올라와 생각지도 못한 글과 사투 중이다. 이 사투를 하며 그녀에게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군요. 토작가님. 당신의 기획력과 실행력, 필력에 치얼스. (찡긋)"
토작가님께서 확실히 편집자의 눈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이.. 저 등나무 에피소드 13, 14화는 내가 어렵게 적었던 챕터이다. 이서라는 인물의 심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부분이라 어디까지 보여주고, 숨겨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랬기에 '2025년 그레이 어워즈'를 읽으며 그녀가 이 챕터를 선택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토작가님이 저 회차 중에서 어느 부분을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3화에서 중요하다 생각했던 부분은 등나무가 피운 이 꽃들은 받쳐준 기둥의 것인지, 온전히 등나무의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삶을 견디기 위해 내가 붙잡았던 것들. 살아내기 위해 손에 움켜쥐고 있던 조각들. 그 조각 하나하나가 결국 너였다. 삶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찾았던 도피처들이 결국 너의 일부였다는 것을... 잊으려 했던 순간. 너를 잊고 싶지 않았던 순간. 두 감정 사이 어딘가를 오래 맴돌았다. 삶을 견디기 위해 내가 스스로 찾아낸 길이라 믿었던 것들이. 알고 보니 너의 흔적 위에 놓인 길이었다... 여름의 초입에 보랏빛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등나무꽃의 그 화려함은 과연 온전히 등나무의 것인가? 이 꽃들은 누구의 것일까? 등나무를 받쳐 준 기둥의 것일까, 아니면 온전히 등나무의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단단한 너라는 기둥에 매달려 만 있었다면, 나는 결국 자라지 못했을 거란 사실이다. 기둥은 등나무를 지탱할 수는 있어도, 꽃을 대신 피워 줄 수는 없으니까.
14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살고자 했다는 부분이었다.
꽃을 피워 낸 것은, 어쩌면 시작에 불과했던 셈이었다. 내 몸은 자는 동안 계속 슬퍼했고, 가끔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 '죽으면 끝나지 않을까'라는 종류의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남겨진 사람들이 얼마나 아픈지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더 이상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종류의 슬픔이 아니었다.... 1년에 걸친 상담 끝에, 나는 나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땐 몰랐다. 그 모든 질문들이 사실은 끝없이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아주길 바랐다는 것을. 나 역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확인받고 싶어서였다는 걸.... 상담사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들이 선명히 떠오른다. 마치 솜씨 좋은 정원사처럼, 삐뚤빼뚤 자란 등나무의 가지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구불거려도 괜찮다고, 그 자리에서 자라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내 안의 얽히고설킨 감정의 가지를 하나하나 다듬어 주었다. 햇빛을 향해 더 많은 잎을 낼 수 있도록, 바람에도 꺾이지 않게 더 단단한 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조급해하지 않고, 나를 기다려주었다. 스스로 자연스럽게, 설령 꽃은 피울 수 없더라도 잎사귀라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묵묵히..... 단 한 명에게라도 나의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는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울게 했다.
자연물을 통해 자신의 사색을 드러내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그녀의 글을 단순히 우울하게만 또는 무겁게만 본다면 당신은 그녀의 글을 일면적으로만 본 것이다. 그녀가 다뤘던 소재가 우울할 순 있어도 그녀의 문체가 우울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녀는 가장 진솔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난 담백한 그녀의 문체가 좋다.
이 부분을 몇 번이고 읽었다. 그녀의 댓글에 이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이쯤 되니 토작가님의 예전 글벗 그녀인 '라이카' 님을 찾아 그랜절이라도 올려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이카님 덕분에 어느 날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토끼 한마리가 깡충깡충 뛰어 왔다고.
토작가님께서 계속 연급 하는 '절망사'는 사실 아무런 글쓰기 기반이 없는 내가 친구 독자 1을 두고 내 감정을 토해내듯 적어 내려 간 글이었다. 나는 토작가님에게 그리 해드린 것도 없는데. 새 글이 올라오면 깡충깡충 뛰어 내 브런치 문지방을 넘어 오셔서 나에게 끊임없는 칭찬을 건넸다.
마치 내 친구들이 나에게 해준 것처럼. 나를 살게 하려는 것처럼.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 토작가님이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어딜가'하고, MBTI 중 대문자 I인 나는 큰 맘먹고 작가님께 러브 톡을 했고, 서울에서 만났다.
서울에서 만남을 바로 적을 줄이야. 만난 것을 밝히는 걸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 해서 토작가님을 만난 부분을 축소해서 적은 것도 어쩐지 죄송했다. 이렇게 게시글로 적을 것이라 했으면 나도 크게 적었을 텐데 아쉬움에 머리를 긁긁 했던 기억이 있어 이 글에서 조금 다뤄본다.
https://brunch.co.kr/@tpfpsldk920/59
서울에서 그녀와 짧은 만남이었지만, 정말 즐거웠다.(사람 많은 것은 덤.. 무서운 사람들) 그리고 며칠 전 도착한 그녀의 사랑이 가득담긴 택배 안에는 송지영 작가님의 책(부탁한 사인북) 말고도 내가 알폰스 무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알폰스 무하의 굿즈까지 같이 사서 보내주셨다.
포스터나
몇장 주워 보내달랬는데.. ㅠㅠ
크리스마스 카드와 알폰스 무하 굿즈들이
내 손에 들어왔다.
토작가님 내가 선쭐로 혼내준다.
딱 기다려!
글을 적다보니
내 마음 표현하기가 부끄럽기도 하고...
토작가님께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녀를 기쁘게 해주긴 했는데 받은 것이 많아
언제 다 갚을까 싶다.
다 갚을 때 까지 오래도록 살아야겠쥐?
토작가님? 대답은?
브런치라는 이 공간에서 토작가님 외에
다 다룰 순 없겠지만 언니처럼, 친구처럼, 이모처럼,
할머니(우리 미미!)처럼 다정한 분들을 만났다.
모두 감사합니다.
앞으로 게시글이 100개 200개
300개 400개 될 때 까지
PS. 무지개교 입단 받습니다.
무지개교의 이름은 레몬트리님 글에서 레몬트리님과 Jin 댓글에서 출발하였으며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 받는 건전한 조직.. 아니 모임입니다. 일단 입단을 하고 나면 잠수 중 일때 무작위 게시글에서 끌어 올려 질 수 있다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특전은 구독 독자 수가 일시적으로 늘 수 있다는 점. 라잌수나 댓글수가 평소보다 2 이상 늘어 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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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미친PD님(요즘 바쁘셔 잠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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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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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밀리에서 돈워리와 브런치에서 작품이 되게 써라. 출간 에세이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의 저자이신 소위 김하진님 (포교 완!) / 남편계의 이단아 모든 남자들의 박멸(?) 대상이자, 모든 여성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섹남이신 퉁퉁코딩님 (포교 완!) / 회사를 게임처럼 그인지 그녀인지 사실은 외계인?! 뇌를 뜯어보고 싶은 초맹님 /
회원님들 모두 분발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만 오바!
너무 무겁지 않은
브런치를 즐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난도
서슴없이 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00번째 게시글 부제 :
어느 날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는 100개의 글을 적었다.
어머 세상에.@..@
이만 마칩니다.
쫑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