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한 너.
집에는 식탁으로 샀지만
나의 작업 공간이 되어버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책상이 있다.
언제나 늘 그렇듯 책상을 가장한
식탁에 앉은 내 옆에 오더니
갑자기 아이가 이면지를 뒤적거리며
"이거 써도 되?"
"응"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중에 하나를 여기다 옮긴다.
스스로 영어, 삶, 필요.라는
제시어를 두고 쓴 <영어가 필요할까?>란 시였다.
다른 시는 '상상인 신춘문예'에 응모
해보기로 했기 때문에.
<영어가 필요할까?>란 시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기 시작한다.
영어는 삶에 왜 필요할까요?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서?
삶에 필요해서?
삶에 필요해서가
더 정답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은 영어를 괴롭히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아이가 잘되기 바라서입니다.
그러니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짜증 날 땐 할 수 없죠.
그래도 스트레스라도 받지 마세요.
크크큭큽..
또 기절하듯이 웃어버렸다.
아니 도대체..
이건 무슨 시인 거야?
너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 거야?
아니면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인 거야?
그것도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 거야?
아니면 셋 다인 거야?
나는 생크림 빵처럼 빵- 터진다.
나의 웃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너는 또 적는다. 이번엔 소설이란다.
에필로그...라고 시작한다.
이 부분은 '프롤로그다...마.. '
말해주고 싶었지만
아이의 의지를 꺾는 것 같아
일단 내버려두었다.
>>프롤로그
평화로운 오전 9시 40분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아아악"이라는 고함소리와 함께 여자 화장실 앞에서 친구들이 서성이며 웅성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궁금한 나머지 우다다다. 복도를 뛰었다. 복도를 뛰면 안 되지만 지금은 뛰어도 될 것 같았다. 친구들이 모여 있는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 보니 피 같은 것이 여자 화장실 안에서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마치 학교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 같았다.
>>본편
1. 갑자기 일어난 초등학교 살인사건.
우리의 웅성거림을 듣고 선생님들이 뛰쳐나오셨다. 우리를 막아서고는 소리를 지르셨다. "빨리 각자 교실로 들어가!" 마침 그 소리와 함께 종이 쳤다. '딩동댕동'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다. 못 느꼈는데 오늘따라 종소리가 무서운 것 같았다.
이 부분을 브런치에 올려줄까?
라고 물었더니 기대한다. 어째서?
다른 작가님들의 생각을 듣고 싶은 것일까.
아이는 부모가 한 대로 자란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붉은 여자와 노란 남자가 만나
아이를 낳았다.
이 단풍 잎을 보며
어쩐지 아이가 떠올랐다.
어떻게 자랄지 궁금해지는 오늘이었다.
Jin의 25. 12. 01~ 02.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