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에 대한 고찰
동물의 사고와 감정의 깊이를 속속들이 헤아리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개개인, 그리고 우리 사회 집단이 다른 동물들을 취급하는 태도를 재평가하게 된다... 이 과정은 우리에게는 동물들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고 연민과 존중심을 바탕으로 그들을 합당하게 대우할 기회가 된다.
얼마 전 우연히 본 영상이 있다. 소와 우정을 쌓은 작은 강아지가 나오는 영상인데, 어느 날 소가 (아마도 팔려가거나 도축되거나) 떠나게 되고… 강아지가 소를 쫓아가다가 먼발치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 영상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아본 결과 동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Cn6GN_yME0 )
드물게 목격되는 사례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양이나 개와 가족으로 살고 있는 반려인들은 알지 않는가? 뭔가 우리말을 알아듣는 느낌,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
본디 내 인생도 동물과 거리가 멀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정환경 상 동물은 그저 다큐멘터리 속 존재 혹은 아주 간혹 동물원에서만 만나는 존재일 뿐이었다. 극적인 변화가 생긴 건 결혼 이후이다. 그분의 뜻에 따라 팔자에 없던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됐고 데려온 첫날엔 제대로 들지도 만지지도 못했다. 허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아니던가(물론 그건 우리집에 온 고양이에게도 마찬가지). 이젠 고양이 울음소리의 뉘앙스로 무얼 원하는지 눈치를 채고, 가끔 고양이게 내게 '야옹~'하면 나도 그냥 '냐옹~'으로 답한다. 이런 대화가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냉혹하다. 생존을 위한 투쟁, 그게 동물의 세계 아니던가. 하지만 그 세계를 본능만이 지배하는 세계라 여기는 건 지나치게 편협한 해석이다. 그 세계에도 부모와 자식의 정은 있고, 가족과 친구가 있다.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동물도 있지만, 많은 동물들이 무리 지어 생활하며 인간보다 더 일상적인 협력을 추구한다. 인간보다 훨씬 민감한 감각을 가진 동물들에게 일상의 당연한 존재가 사라질 때의 공허함이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비단 우리에게 친숙한 고양이나 개만이 아닌 토끼, 원숭이, 침팬지,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에서 관찰되는 슬픔과 추모를 이야기한다. 물론 연구의 한계상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분석 자료가 많이 담기지 않았지만, 독자에게도 이성보다는 감성을 바탕으로 한 시간을 보내게 하는 책이다.
사고 능력과 언어 능력, 현재까지 이룩한 문명까지, 인간은 동물과는 격이 다른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적과 비인간적의 구분은 무엇일까? 때로 인간은 동물보다 더 비인간적이진 않은가?
(한편으로 저자는 동물의 감정에 대해 지나치게 의인화된 해석 또한 경고한다.)
슬픔을 느낀다는 건 결국 상대와 교감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 그럴 때 슬픔만이 아닌 더 많은 기쁨 또한 누릴 수 있고, 우리의 삶도 풍성해질 것이다.
참고로 2019년에 있었던 저자의 TED 강연 영상도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동물들도 사랑하고 슬퍼한다는 걸 아시나요?>
https://www.ted.com/talks/barbara_j_king_grief_and_love_in_the_animal_kingdom/transcript?language=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