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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권하는 냐옹이 Feb 19. 2023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세계,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인간성에 대한 고찰

동물의 사고와 감정의 깊이를 속속들이 헤아리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개개인, 그리고 우리 사회 집단이 다른 동물들을 취급하는 태도를 재평가하게 된다... 이 과정은 우리에게는 동물들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고 연민과 존중심을 바탕으로 그들을 합당하게 대우할 기회가 된다.




얼마 전 우연히 본 영상이 있다. 소와 우정을 쌓은 작은 강아지가 나오는 영상인데, 어느 날 소가 (아마도 팔려가거나 도축되거나) 떠나게 되고… 강아지가 소를 쫓아가다가 먼발치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 영상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아본 결과 동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Cn6GN_yME0 )


드물게 목격되는 사례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양이나 개와 가족으로 살고 있는 반려인들은 알지 않는가? 뭔가 우리말을 알아듣는 느낌,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


본디 내 인생도 동물과 거리가 멀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정환경 상 동물은 그저 다큐멘터리 속 존재 혹은 아주 간혹 동물원에서만 만나는 존재일 뿐이었다. 극적인 변화가 생긴 건 결혼 이후이다. 그분의 뜻에 따라 팔자에 없던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됐고 데려온 첫날엔 제대로 들지도 만지지도 못했다. 허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아니던가(물론 그건 우리집에 온 고양이에게도 마찬가지). 이젠 고양이 울음소리의 뉘앙스로 무얼 원하는지 눈치를 채고, 가끔 고양이게 내게 '야옹~'하면 나도 그냥 '냐옹~'으로 답한다. 이런 대화가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냉혹하다. 생존을 위한 투쟁, 그게 동물의 세계 아니던가. 하지만 그 세계를 본능만이 지배하는 세계라 여기는 건 지나치게 편협한 해석이다. 그 세계에도 부모와 자식의 정은 있고, 가족과 친구가 있다.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동물도 있지만, 많은 동물들이 무리 지어 생활하며 인간보다 더 일상적인 협력을 추구한다. 인간보다 훨씬 민감한 감각을 가진 동물들에게 일상의 당연한 존재가 사라질 때의 공허함이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비단 우리에게 친숙한 고양이나 개만이 아닌 토끼, 원숭이, 침팬지,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에서 관찰되는 슬픔과 추모를 이야기한다. 물론 연구의 한계상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분석 자료가 많이 담기지 않았지만, 독자에게도 이성보다는 감성을 바탕으로 한 시간을 보내게 하는 책이다.


사고 능력과 언어 능력, 현재까지 이룩한 문명까지, 인간은 동물과는 격이 다른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적과 비인간적의 구분은 무엇일까? 때로 인간은 동물보다 더 비인간적이진 않은가?

(한편으로 저자는 동물의 감정에 대해 지나치게 의인화된 해석 또한 경고한다.)


슬픔을 느낀다는 건 결국 상대와 교감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 그럴 때 슬픔만이 아닌 더 많은 기쁨 또한 누릴 수 있고, 우리의 삶도 풍성해질 것이다.




<바바라 킹(Barbara J. King), 출처 : https://www.barbarajking.com/about/ )


참고로 2019년에 있었던 저자의 TED 강연 영상도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동물들도 사랑하고 슬퍼한다는 걸 아시나요?>

https://www.ted.com/talks/barbara_j_king_grief_and_love_in_the_animal_kingdom/transcript?languag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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