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마케팅의 고도화
과거 서비스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주로 신규 유저 획득과 리텐션 증가 두 가지를 중점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목표는 신규 유저를 획득하는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것, 한 번 들어온 유저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곳곳에 만들어 두는 것이었습니다. 서비스 초반에는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특효약이 바로 '할인'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쿠팡이 '이렇게 할인 많이 하면 망하는 거 아니야'하고 생각할 만큼 할인 쿠폰을 뿌리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할인 쿠폰이 없으면 주문하지 않았고, 며칠 내로 할인쿠폰을 쏙 받아 주문하는 체리피킹이 가능했고요.
하지만, 이제 성장기를 지난 서비스들이 '할인' 하나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데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고객이 매일 양치를 하듯 친숙하고 일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아이의 생필품을 구매하면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마케팅 프로모션을 기록합니다.
최근 3개의 멤버십을 가입하거나 한 달 무료체험을 통해 경험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만족도는 쿠팡의 로켓 와우가 가장 좋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유지하고자 하는 멤버십은 G마켓 스마일클럽입니다.
** 쿠팡 로켓 와우
월 2,9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도 놀랍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와우한 빠른 배송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격을 더 주고라도 배송시간이 중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여행을 위해 액상분유를 구매했어야 했는데, 주변 이마트/홈플러스 등에는 액상분유가 없고 수유에 필요한 멀티 커넥터도 구하기 어려웠죠. 믿고 쓰는 쿠팡을 켜고, 오늘 주문하고, 내일 오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받을 수 있었던 쇼핑 경험은 놀라웠습니다.
로켓 프레시 역시 이마트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쓱배송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로켓 배송 서비스도 만족스러워서 배송시간을 조금 당기기 위해, 배송비 허들을 없애기 위해 로켓 와우를 유지할지 고민입니다. (하지만 다음에도 급하게 물건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때의 경험을 통해 로켓 와우 멤버십을 가입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위메프 특가 클럽
쿠팡보다 비싸면 00배 보상! 마케터로서 선호하지 않는 마케팅 콘셉트이지만, 이 것만큼 효과적인 워딩도 없겠다 싶습니다. 요즘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는 위메프는 멤버십 가입 프로모션 역시 '특가'였습니다. 최근 위메프 특가 클럽에 가입한 것은 10만원을 구입하면 50%인 5만원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이벤트 때문이었습니다. 위메프 특가클럽 가입비 9,900원을 제외하고라도 파격적인 핫딜 금액으로 기저귀를 구매할 수 있어서 무엇엔가 홀린 듯 멤버십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특가클럽의 혜택을 살펴보았는데, 안내도 잘 안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매력도도 떨어져서 멤버십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 G마켓 스마일클럽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핫딜 품목이 아니라면 몇 천원 내외일 것입니다. 왠지 핫딜가가 아니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몇 번이고 검색해서 최저가로 구매하지만, 만원도 안 되는 가격을 할인 받기 위해 몇 시간 내 노동력과 시간을 썼다는 생각을 하면 허망한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것을 할인쿠폰이나 프로모션을 검색하는 공을 들이지 않고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제공하는 멤버십이 G마켓 스마일클럽입니다. '분유'를 사기 위해 쿠팡, 위메프, 네이버 쇼핑 검색 등에서 검색해봐도 G마켓 스마일클럽 쿠폰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함을 몇 번 확인한 이후 가격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의 핫딜 방에서 스마일클럽 쿠폰으로 저렴하게 구매한 후기들을 볼 때마다 계속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핫했던 두 가지 프로모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토스 자동충전을 하면, 네이버 페이를 제공하는 것과 로켓 머니를 충전하면 연 5%의 이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로켓 머니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입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고객이 서비스에 돈을 미리 충전하는 것은 회사에게 두 가지 강력한 이점이 될 것 같은데요. 하나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이 많아지는 것이고(이로 인한 부수익이 증가할 수 있고), 두 번째는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자극하여 결제까지 완료시키는 것이 무척 쉬어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쿠팡과 토스의 이러한 프로모션이 네일아트 회원권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네일아트 회원권을 30만원 등록하면, 20%가 넘는 할인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고객은 두고두고 쓰면 오히려 이득이라 생각하고 고액 회원권을 결제합니다. 첫 번째는 기본적인 네일을 하다가, 아직 쌓인 돈이 많다고 생각하면 화려한 손톱 디자인을 하고 싶어 지고 결국 기본 디자인에 2배가 넘는 비용을 한 번의 네일아트에 지불하게 됩니다. 한 번 주문의 객단가도 높아지고, 충전된 금액 때문에 우리 샵만 이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습관이 형성되면 다음 회원권 결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고객의 지갑을 장악하기 무척 쉽습니다.
최근 출국할 때 토스에서 미니 여행자보험을 들었는데, 토스의 충전금액이 있다 보니 실속형 보다 윗단계의 보험을 몇 초의 고민도 없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쿠팡 로켓머니 역시 내가 충전한 금액이지만 사이버머니처럼 좀 더 쉽게, 자주 물건을 구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앱카드, 카카오페이 등을 통한 모바일 결제가 무척 편리해졌지만 충전된 로켓머니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만큼 편리한 것은 없겠죠. 재테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역대급 프로모션이라 생각되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지갑을 쉽게 장악할 수 있는 영특한 프로모션입니다.
기존까지 가족의 마켓컬리 아이디를 이용하다가, 새롭게 마켓컬리에 가입했습니다. 첫 구매 고객에게 100원딜로 맛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게 하였고, 두 번째는 설문조사와 함께 7천원 할인 쿠폰, 세 번째는 20% 할인쿠폰 .... 할인율은 줄어들지만, 지속적으로 할인쿠폰을 제공하여 마켓컬리에 한 번은 방문하는 메시지가 계속 옵니다.
마켓컬리같은 식품은 구매습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한 번 들어온 신규유저에 대한 지속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인지 손님이 집에 오는 전 날이면 11시가 되기 전에 마켓컬리를 둘러보는 습관, 새로운 이유식 재료가 떨어졌을 때 마켓컬리의 유기농 코너를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품점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에게 계속 쿠폰으로, 상품으로 말을 거는 마케팅이 무척 중요합니다. 좋은 상품이 있는 마켓컬리의 대화에 저는 쉽게 응대해주고 있네요.
++
마케팅 필드에 있었다면 몇년 전부터 콘텐츠냐 퍼포먼스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메시지를 만드는 콘텐츠 마케터, 만들어진 메시지를 적합한 타켓에 효율적으로 노출시키는 퍼포먼스 마케터. 물론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을 수 있는 마케터가 좋지만 숫자에 강한 마케터가 말랑말랑한 메시지를 만드는 것, 메시지로만 소통하던 사람이 데이터와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을 모두 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저는 메시지를 발굴하고 포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콘텐츠 마케터의 길을 걸었지만 그로스해커다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시대의 목소리에 늘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최근 소비자로서 경험한 온라인 커머스의 마케팅 프로모션들을 보면서 앞으로의 시대에서도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모두 중요하다는 점을 느낍니다. 소비자가 우리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용하게 하는 새로운 기획과 메시지들이 변화무쌍하게 세상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고, 서비스 마케팅에서의 콘텐츠의 역할은 늘 중요하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유익한 마케팅 프로모션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