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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May 31. 2019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

여자 셋이 떠난 베트남 푸꾸옥 여행 후기


동남아의 모닝글로리 볶음과 맥주를 먹으면 행복감이 200배로 증가하는 여자 둘과 땀이 많아 더운 나라를 극혐 하는 여자가 타협한 여행지는 베트남의 휴양지 푸꾸옥이었다. 태국처럼 습하고 무덥지 않으면서도, 동남아에 왔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배틀 트립>에 나와 유명세를 탄 푸꾸옥은 섬 자체가 공사장이라고 할 만큼 이제야 관광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황무지 같은 곳이다. 


떡볶이 집에서 첫사랑과의 설레는 연애를, 인생의 꿈을 이야기했던 15년 지기 고등학교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사실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와 육아로 지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가득 채워줄 수 있는 '함께하는 시간'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서 오히려 더 좋았던 푸꾸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JW 메리어트 호텔이다.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짜증 나게! 


JW 메리어트에서 가장 저렴한 방에서 본 전경


JW 메리어트 푸꾸옥은 대학 캠퍼스를 컨셉으로 한 호텔이다. 각 건물마다 컨셉을 대표하는 조형물들이 상당히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다. 평소 모던한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라 예약할 당시에는 별로 기대감이 없었는데 막상 호텔에 도착해보니 넓고 높은 공간에, 누군가 소품 하나하나의 마감까지 까탈스럽게 컨펌한 듯한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너무 예쁘잖아!


호텔을 처음 만나는 공간. 직원들의 유니폼이 너무 예뻤다.
곳곳의 소품이 너무 예뻐 셔터를 계속 누를 수밖에 없네
해리포터에 나올 것 같은 연회장
핑크펄 레스토랑 지하 공간. 이 곳에서 와인 한 병 오픈하고 싶었다.


푸꾸옥 섬 자체는 무척 작고 대표적인 관광지인 야시장도 태국의 짜뚜짝이나 카오산로드를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클럽이나 비치바 역시 한산하거나, 너무 비싸거나, 특색이 없어서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 조식 먹고, 수영하고, 마사지받으면 하루 일과 끝이다. 혈기왕성한 여행객이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만도 하지만 메리어트에 묶는다면 투숙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하루가 금방 간다. 


투숙객을 위한 안내 책자. 스튜던트 북이라니. 브랜딩이 기가 막히다.


액티비티도 풍성해서 하루 종일 호텔 안에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우리는 평소 한국에서 해보고 싶었던 비어요가와 호이안 랜턴 만들기 수업에 참여했다. 비어요가를 하며 맥주를 리필한 사람들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힘든 자세를 유지해야만 한 모금의 치얼스를 할 수 있는 요가는 진짜 취향 저격이었다. 


비어요가 꿀잼!


생각보다 어려운 호이안 랜턴 만들기


호이안 랜턴 만들기 수업은 유료로 진행되지만,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미만의 재료비만 내면 한 시간 반 동안 선생님이 함께 랜턴 만들기를 도와준다. 하지만, 랜턴 만들기가 난이도가 꽤 높아서 친구들과 나의 랜턴은 쭈굴쭈굴 못난이였다. 사실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는데, 우리의 티처였던 직원이 저녁에 찾으러 오면 더 예쁘게 만들어 준다는 게 아닌가! 


분명 우리가 고른 패턴의 랜턴이 맞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예쁜 랜턴을 받았다. 알고 보니 우리가 고른 패턴으로 새로운 랜턴을 다시 만들어 준 것이었다. 수줍게 NEW라고 이야기하는 직원의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푸꾸옥이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관광자본이 조금만 천천히 들어오기를, 급격한 변화로 사람들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처가 만들어준 새로운 등은 잘 가지고 한국에 왔다. 이사 가면 술방의 메인 등으로 달아둘 것이다.



JW 메리어트 푸꾸옥의 메인은 <핑크펄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참 아름다운 레스토랑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우리가 투숙하는 기간 동안 레스토랑이 오픈을 하지 않아서, 따로 단독으로 투어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핑크펄 레스토랑은 투머치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유일한 곳이었다. 


매일 저녁은 술과 함께
호텔 조식은 말이 필요 없고요
쥐가 나와서 계속 긴장상태였던 한 카페


친환경 대나무 빨대로 먹은 쓰어다 커피


평소 남편과 우리 집의 가훈은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라며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하곤 한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주변의 대부분의 것들이 치르는 비용이 비싸질수록 만족도도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것을 수 없이 체험했기 때문이다. 와인은 비쌀수록 맛있고, 여행지에서는 돈을 많이 낼 수록 몸이 편하다. 차도, 집도 대부분 비쌀수록 그 가치를 한다. 


JW 메리어트 푸꾸옥의 숙박비는 베트남의 물가를 고려했을 때 굉장히 비싼 편이다. 하지만, 15년 지기 친구인 우리가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편리한 여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푸꾸옥의 보물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친구들과 함께 걸어갈 인생에서 반짝이는 순간으로 이야기될 추억의 비용이라 생각하면 절대 돈이 아깝지 않다.


체크아웃하면서 생각했다. 

앞으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그래서 체력이 다하는 그 날까지 계속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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