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엉덩이 붙일 수 있는 공간은 귀했지
밴쿠버를 떠났고 다시 한국이다.
브런치에 아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어느새 돌아와 버렸다.
돌아오자마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이곳저곳 지원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밴쿠버에서도 이력서를 쓰고 여기저기 뿌리며 기다리는 일상을 보냈던 때가 있었지만 마음과 현실의 무게가 같을 순 없겠지. 코로나는 점점 더 심해지고 구직 시장도 얼어붙어 쌩백수의 마음은 쓰라리다. 하지만 불안해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내가 이 불안함을 온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것 둘 다 너무나 잘 알기에, 불안해하며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간과 불안함을 까먹고 즐거운 일을 하는 시간을 나눠보기로 한다.
어떡하지, 해야 할 일 사이의 딴짓이 너무 즐거워.
얼마 전에는 밴쿠버에서 찍었던 필름 사진을 현상했다. 사람보다는 사람 없는 풍경을 더 좋아하고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서 절반 넘게 바다 사진,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그 외 풍경 사진이다. 예쁜 풍경을 만날 때마다 아쉬운 마음으로 찍어서 그렇게나 많아졌지만 마지막 즈음에는 친구들의 얼굴을 더 많이 찍을걸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어떤 풍경들에는 나와 친구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겼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식사를 못 하게 되었을 때 친구들의 집에 종종 갔는데, 친구네 동네와 친구네 집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에 마음이 간다. 코로나 시대에는 내 방 밖에 엉덩이 붙일 수 있는 곳이 귀했다. 식당에도 앉을 수 없어 공원 아니면 친구네 집 정도였으니까. 서로의 집마저도 자주 갈 수 없었던 때였지만 그래도 종종 드나들었던 곳에서 모여 우리는 코로나 시대의 밴쿠버살이를 잘 버텼다.
흔한 밴쿠버 풍경이지만, 우리는 아는 곳. 나보다 먼저 밴쿠버를 떠난 친구가 살았던 곳,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에 봤던 예쁘게 노을 진 하늘, 같이 술을 먹다가 만취해서 카펫에 차례로 드러누웠던 곳, 꽃새우를 까먹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던 곳, 깔깔대며 저스트 댄스 게임을 했던 곳. 그런 기억들이 쌓인 친구들의 집.
사진을 보면 그때가 떠오르는 게 참 신기하지. 그래서 자꾸 필름 사진을 찍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