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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Mar 29. 2023

산호천국 두마게티 아포섬 프리다이빙

w. 블루페블 프리다이빙


나는 항상 은은하게 '바다가고싶다'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작년 말 다이빙을 다녀와서 딱 3개월 만에 다시 '바다 무조건 가야 된다' 상태가 되었다. 그러면... 가야죠... 그래서... 나의 다이빙 여행이 늘 그렇듯 이번에도 매우 충동적으로 다소 급박하게 약간 무리하여 가게 되었다.

이번엔 처음으로 다이빙 투어를 신청해서 다녀왔다. 혼자 갔던 다이빙 여행도 좋았지만 이번엔 조금 떠들썩하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혼자서는 가기 좀 어려울만한,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곳에서 다이빙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에 투어 신청한 곳은 블루페블. 사실 교육생은 아니지만 여러 투어를 진행하는 것을 지켜만 보다가 이번엔 어떻게 일정이 맞을 것 같아서 냅다 투어 신청을 해버렸다.


그렇게 다녀온 곳은 필리핀 두마게티의 아포섬. 필리핀에서 발견되는 450종 산호 중 400가지를 이곳 아포섬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보홀에서도 산호가 많은 포인트를 좋아해서, 산호천국이라는 아포섬의 산호는 어떨지 정말 기대가 되었고 스포를 하자면,

걍 천국이었음



DAY 1.


이젠 제법 익숙하게 다이빙 짐을 싸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목적지인 두마게티는 마닐라 혹은 세부에서 경유를 해야 했는데, 세상에 경유 대체 얼마만이야...? 회사를 다니고부터는 시간이 정말로 소중해져서 직항이 있는 여행지만을 다녔다. 귀찮게 갈아타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마저도 너무 오랜만이라 기꺼웠다.

마닐라에서 내려 국내선을 조금 기다렸고, 국내선을 타고 두마게티로. 마닐라에서 두마게티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짧은 비행 내내 바다를 건너가는 항로라 계속계속 바다를 봤다. 하늘도 예쁘고 바다도 예쁘고 생각보다 바다 가까이 날아서 기분이 짜릿했다.


공항에 도착해 이번 다이빙을 같이할 분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밴을 타고 30분 정도 달려서 숙소에 도착! 했는데. 아니 숙소 미친 거 아니야? 지금 봐도 정말 놀랍다... 숙소 바로 앞에 바다가 있고 아름다웠고 심지어 숙소도 아름답고 깨끗했다! 너무 좋은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데?

다이버로서 바다 가는데 에너지 최소화할 수 있는 비치프론트 숙소, 정말 사랑하고요.

바다러버로서 바다가 코앞에 있는 숙소 그냥 백점만점에 오백점입니다요.

여기 두바하 다이브 리조트에서는 그동안 스쿠버만 받으시고 프리다이버는 블루페블 팀이 처음이라는데, 덕분에 좋은 곳에 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정말 귀여운 아기 강아지 아포도 있었다! 귀여워 보고 싶어



DAY 2. 첫 번째 다이빙


둘째 날, 그리고 첫 번째 다이빙데이! 밥 먹고 다이빙하고 밥 먹고 다이빙하고 밥 먹는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는 아포섬이고요 섬을 둘러가며 다이빙을 할 계획입니다. 사실 나는 일정을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오전은 트레이닝 세션 오후는 펀다이빙, 점심도 배에서 먹는다고 했다. 아, 이렇게 빡세고 본격적인 다이빙은 처음인데요? 너무 기뻤습니다...

저번 바다에서 귀를 다치는 바람에 수심을 못해서 라인 다이빙에 아쉬움이 많았는데 다시 해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번 투어에는 마스터, 어드밴스 다이버 분들이 많이 계셔서 부이가 세 개!

나는... 베이직 부이의 개고인물이었다.

전 수심 욕심 안 내구 즐겁게 노는 게 목표인 다이버인데요. 어느새 (레벨은 낮은) 고인물이 되었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수심을 조금 해보니 또 재미있더라. 확실히 나는 그냥 바다를 좋아해. 레벨업은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즐겁게 트레이닝했다!

첫날 트레이닝은 FIM, CWT 모두 15m로 마무리!


방카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낮잠 좀 자고, 오후 펀다이빙 시작!

아, 이런 바다에서 다이빙을 했다니. 과거의 내가 부럽고 부럽다.

산호가 건강하다는 게 이런 의미구나. 다양했고 모두 생기가 넘쳐서 괜히 마음이 찡했다. 많은 바다를 다녀본 건 아니지만 분명히 내가 본 중에 가장 건강했던 바다.

다이빙을 하기 전에 산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연산호였는데, 처음 바다에서 경산호를 보고 진짜 산호는 이렇게 단단하구나 나무 같다, 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포섬에는 연산호도 정말 많았다! 오히려 이번엔 하늘하늘한 연산호를 보고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너무 신기해!!!!


사실 이번 투어 참여를 결정한 건 일정과 예산, 그리고 새로운 장소 정도로 큰 생각 없이 결정한 거였는데 골라보니 로또였다. 카메라가 세 대에 드론이 두 대인 투어가 어디 있겠어요..... 강사님들뿐 아니라 사진이 취미인 분께서 정말 취미+호의로 투어의 모든 순간을 잘 기록해 주셨다... 이번 글의 사진 대부분은 블루페블(@bpfreediving), 그리고 기혁님(@kei_eichi.88)의 사진! (감사합니다!)


https://instagram.com/bpfreediving?igshid=YmMyMTA2M2Y=

https://instagram.com/kei_eichi.88?igshid=YmMyMTA2M2Y=


신나게 다이빙을 하고 들어오면 반겨주는 풍경에 감탄하고, 씻고 나와서도 또 감동.

사실 다이빙 끝나고 돌아왔을 때 숙소에서 두마게티의 유명한 간식인 실바나스도 준비해 주셨는데 사진이 없네. 달고 차갑고 맛있었다.


저녁은 바베큐! 맥주 한잔 했다.

다이빙을 위해 한잔으로 참은 나 기특해요.


DAY 3. 다이빙 둘째 날, 세 번의 다이빙

둘째 날은 날씨가 더 좋다! 방카 타고 바다로!


이날이 바로 나의 퍼스널베스트를 기록한 날!

프렌젤을 하긴 하는 것 같은데 확실히 정석은 아니고, 연습도 자주 안 하고, 바다 가기 전 항상 벼락치기에 단련되어 있어서... 수심 늘리기가 좀 어려웠는데, 나도 드디어 20m에 도착했다. 드디어 드디어 나도 3기압 다이버.

이날 사실 기존 PB였던 17m 정도까지만 하고 다음날 경신에 도전해 보자고 했는데, 이날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숨도 괜찮고 귀도 괜찮고 자신감도 좋았고. 강사님께 내일은 안 될 것 같은데 줄 내려주시면 안 되냐고 해서 도전했고, 하길 정말 잘했지!!!!

20m가 대단한 기록은 아닐 수도 있지만, 바텀 찍고 올라오면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 첫 바다에서 처음으로 10m를 다녀올 때의 기분이 많이 생각났다. 뭐든 다 괜찮을 것 같은 기분. 그리고 괜찮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런 최고의 기분. 이 기분 때문에 자꾸자꾸 바다로 되돌아오는 거겠지.


수심 PB 찍고 신나게 펀다이빙을 했고, 사진을 많이 얻었다!

테이블같이 생긴 산호를 나 혼자 테이블산호라고 부르고 있는데, 널찍한 산호의 틈마다 작고 예쁜 보라색 파란색 애들이 몰려있어서 정말 아름답다. 다른 바다에서도 이 산호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크기별로 정말 많아서 즐겁게 구경했다. 좋아하는 산호랑 같이 찍힌 사진을 얻어서 기쁘다.

사진왕 스피드왕 돌아오자마자 사진을 보정하고 뽑아주심!


사실 이날 다이빙 끝나고 마사지를 받으려고 했는데 같은 시간에 나이트다이빙을 간다네요. 아 그럼 다이빙 가야지. 발광 플랑크톤 같은 건 멕시코나 저 멀리 가기 힘든 바다에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숙소 앞바다에도 있다고!!! 밤에 다이빙 꼭 해보고 싶었는데!! 대흥분!


아쉽게도 사진은 전혀 찍히지 않아 눈에만 담고 왔다. 버디와 손 붙잡고 숙소 앞 방카까지 랜턴 불에 의지해 수영해 갔다. 도착해서 랜턴을 껐고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봤다. 손을 휘젓거나 핀을 저으면 그 주변으로 불빛이 달라붙어 반짝였다. 다른 분이 살짝 잠수해 다이나믹을 하자 몸이 반딧불에 둘러싸인 것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날 하늘도 깨끗해서 머리 위로는 별이 한가득, 은하수까지 선명하게 보였는데, 바다에 얼굴을 담그고 플랑크톤을 구경하다가 얼굴을 하늘로 두고 마스크까지 벗고 둥둥 떠서 별을 구경했다. 몇 번쯤 아무것도 안 보이는 밤바다로 잠수해 들어가기도 했는데 유독 우주에 있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이라도 더 플랑크톤을 보려고 손가락을 쫙 펼치고 앞으로 뻗고 헤엄쳤는데 손가락 사이로 별가루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정말로, 오래오래 기억해야지.


DAY 4. 마지막 다이빙데이

전날 펀다이빙을 끝내고 돌아올 때만 해도, 와 나이트다이빙까지 아직도 세 번이나 다이빙이 남아있다! 고 기뻐했는데 어느새 마지막 승선, 마지막 다이빙데이.

이날은 조금 조류가 센 곳으로, 큰 바다생물을 찾으러 가보기로 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잭피쉬떼가 모여있는 곳이 있다고. 코군이라는 포인트였는데 지금까지 갔던 포인트와 달리 대양 쪽이라서 조류와 너울이 훨씬 심했다. 잭피쉬 떼를 찾으러 이 야생의 바다를 한참이나 헤엄쳤는데 결국 잭피쉬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바다 아래서 보는 파도와 햇빛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이 출렁이는 바다를 수영한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바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흑흑 난 바다가 너무 좋다.

잭피쉬 추적을 멈추고 잠깐 수심트레이닝을 하고 (역시나 전날보다 귀가 좀 아팠고, 이날은 가볍게 마무리) 마지막 펀다이빙!


이미 정말 많은 사진을 얻었기 때문에 이날은 산호와 바다생물을 열심히 구경 다녔다. 마지막 바다니까 눈에 꼭꼭 담아두려고 열심히 잠수했다.

이성업님 영상 중

덕분인지, 이날 처음으로 물뱀을 봤다. 얘네는 맹독인 데다 땅뱀처럼 바닥만 기는 게 아니라 사방으로 갈 수 있어서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래서 바로 피하려고 했으나, 조금 신기해서 바닥을 스르륵 헤엄쳐가는 모습을 잠깐 구경했다. 그런데 조금 후에 강사님 어깨너머로 수면 가까이를 헤엄치는 물뱀을 봤고 진심으로 소름이 쫙. 아무 사고 없이 아무도 안 물리고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펀다이빙에서 거울셀카 성공! 사실 한 스쿠버 분의 블로그에서 거울 셀카 보고 너무 귀여워서 한번 찍어보려고 거울을 챙겨 왔는데 거울을 챙겨서 바다에 내릴 정신이 없었다. 주머니도 없고… 그렇지만 마지막 바다니까 아쉬움 따위 남기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가지고 내려왔고, 귀여운 파랑이들이랑 셀카 성공 ~.~

아무런 사고 없이 즐겁게 마지막 다이빙을 끝내고 돌아왔고, 모두가 애써 참던 술을 신나게 마셨고

다음날 결항 소식을 들었다.

ㅎㅎ


즐거운 얘기만 남기고 싶으니 여기에선 길게 투덜거리지 않겠다. (필리핀 항공은 잊지 않겠다)

늘 바다에 다녀오면 꿈만 같은데, 이번엔 유독 사진이 많이 남아 손에 잡히는 꿈같다. 아직 해파리 자국도 빨갛게 익은 발목과 등도 여전하지만 다시 바다 가고 싶다. 또 열심히 돈을 벌어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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