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하 Dec 31. 2018

올해의 바다: 12월의 보홀

2018년의 첫 바다와 마지막 바다는 보홀

"바다 좋아하지?"라는 말을 많이 듣고 "바다 너무 좋아!!" 라고 많이 말했던 2018년. 올해는 유독 바다에 많이 갔고 바다를 더 사랑하게 됐다.

올해의 바다들과 짤막한 바다 여행기


마지막 바다는 올해의 첫 바다였던 보홀, 다시 프리다이빙




12월의 바다

다시 필리핀 보홀, 팡라오 바다. 두 번째 원정 프리다이빙 그리고 고래상어


올해가 가기 전에 또 보홀에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보홀에 다녀왔다. 혼자였다면 정말 못 갔을 텐데, 좋은 사람들과 좋은 타이밍으로 또 서로 조금씩 으쌰으쌰 하면서 다녀왔다. 종일 바다에 잠겨있어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 한 것이 아쉽다.


이번에도 첫 번째 바다에서는 조금 헤맸다. 프렌젤인 줄 알았던 것이 BTV였고, 7m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상으로는 세기가 너무 약해 안 뚫렸다. 나도 버디도 10m를 못 내려갔던 첫날의 바다.


결국 강사님이 우리 그냥 사진 찍고 놀까요? 해서 조금 내려놓고 놀고 있는데, 세상에. 갑자기 고래상어 등장! 저쪽 부이에 있던 사람들 옆으로 가족으로 보이는 큰 두 마리, 작은 한 마리 총 세 마리의 고래상어가 바로 아래로 지나갔다는 것. 우리 셋은 부이도 내팽개치고 미친 듯이 고래상어를 보러 달려갔다.


실은 대여한 핀이 조금 커서 핀이 달랑달랑 벗겨지기 직전이었고, 왜인지 다리에 자꾸 쥐가 나서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니었는데 강사님과 버디가 정말 미친 스피드로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떠나고 있었다. 여기서 저 두 사람을 놓치면 나는 진짜 큰일 난다는 생각에 덜컥 무서워졌고 버디의 핀 끝만 보면서 함께 질주했다. 고래상어도 보고 싶었지만 잘못하다간 바다에서 길 잃겠다 싶어서 더 열심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 그렇게 절실하게 따라갔지만 고래상어 가족은 너무 먼 곳에 있어서 나는 떠나가는 제일 작은 고래상어의 꼬리만 겨우 볼 수 있었다.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등과 꼬리, 그 무늬만 보았어도 짜릿했다.



다시 우리 부이로 돌아와서 터질 것 같은 다리를 부여잡고 진정하려는데 저쪽에서 다시 고래상어가 나타났다는 비명이 들렸다. 이번엔 배가 가까이 있어서 정신 없이 배에 올라타고 (분명 조금 전까지 다리에 쥐 나고 팔에 힘 풀려서 물에도 겨우 떠 있었는데 힘든 줄도 모르고 한 방에 배에 올라갔다) 고래상어 가까이 내려 바다로 들어갔다.



이번엔 정말 코앞에서!!! 아름다운 무늬가 눈앞에 생생했고 바닷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무리가 고래상어 옆으로 피어올랐다. 조금 작은 녀석이었는데 아예 우리랑 놀 생각이었는지, 오르락내리락 앞으로 갔다 돌아서 왔다가 우리 주변을 한참을 수영했다. 열심히 꼬리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쪽으로 얼굴을 돌려서 입 벌리고 다가오는 바람에 놀란 비명이 물속에서 들리고, 고래상어는 또 유유히 옆을 지나갔다. 너무 웃기고 귀엽고 경이로운 순간.



너무 열심히 달려온 바람에 숨이 딸려서 오래 잠수하진 못했지만, 잠깐이나마 고래상어 옆을 헤엄쳤고 사진도 남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웠던 고래상어, 놀아줘서 고마웠어. 덕분에 보홀은 영영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야.


첫날의 다이빙은 고래상어로 마무리하고, 다시 두 번째 트레이닝. 한방에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바다에 적응하는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다. 두 번째 날의 바다는 파도가 정말 높았지만 그래도 첫날보다 수월하게 바다에 적응했고 전날 또 벼락치기로 열심히 연습한 프렌젤도 뚫려서 17m까지 내려갔다. PB 경신! 미친 듯 흔들리고 높았던 파도에도 몸을 맡기고 릴렉스하는 기분도 정말 좋았고, 프리폴의 아찔함도 살짝 느끼고 프렌젤까지 빵빵 뚫렸던 감사한 두 번째 날의 바다.


세 번째 바다는 모두가 함께 보러 간 예쁜 바다. 발리카삭과 푼토에 다녀왔다.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아졌지만 바닷속에서는 괜찮았던 웃긴 날. 바다에 들어가면 신이 나고 배로 올라오면 또 죽어가고 바다에 들어가면 또 신나고, 뭍으로 올라와서 가장 상태가 안 좋아졌다. 하하.


단체사진 찍기 한번 어렵다~


컨디션이 안 좋아도 신이 날 만큼 발리카삭과 푼토는 너무 아름다웠지. 1월에는 발리카삭에 사람도 너무 많고 덕다이빙이 잘 안 돼서 깊이 못 들어갔는데 이번엔 깊이 들어가서 거북이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거북이는 귀엽고 빠르다.



산호가 아름답다는 푼토, 푼토는 정말 화려한 바다 정원 같았다. 이 포인트에서도 파도가 너무 높아 몸을 가누기 힘들었는데, 그래서 고요한 바닷속이 더 좋았다. 흐린 하늘, 거센 파도를 뒤로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흐렸던 시야가 맑아지고 색색의 산호와 그보다 더 색색의 물고기들이 있다. 내 상상 속의 산호는 물론, 처음 보는 모양의 산호들이 한 몸처럼 어우러져 있었고 꽃잎 흩날리듯 모여들었다가 흩어지는 작고 예쁜 색의 물고기들, 자유롭게 그사이를 오갈 수 있음에 벅차던 보홀, 푼토.


이번 보홀 여행에서는 정말 다 이루었다. 고래상어도 보고 PB도 경신하고 발리카삭 푼토 포인트 다이빙도 클리어! 좋은 사람들과 간 덕에 뭍에서도 행복했던 복 많은 프다 초보의 프리다이빙 여행.


올해의 처음과 마지막에 보홀의 바다를 만나서 행복했다.




떠나려고 마음 먹으면 꼭 바다로 가게 되었던, 항상 바다에 가고 싶었던 2018년,

오래오래 아끼면서 떠올릴 올해의 바다들.


1월의 바다

https://brunch.co.kr/@minhaaami/27


2월 3월 5월의 바다

https://brunch.co.kr/@minhaaami/29


6월 7월의 바다

https://brunch.co.kr/@minhaaami/30


8월 11월의 바다

https://brunch.co.kr/@minhaaami/31


12월의 바다

https://brunch.co.kr/@minhaaami/3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