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
트라우마는 외적 사건이 근본 원인인 병입니다. 개인 내면의 갈등 때문에 생긴 게 아니란 거죠. 그래서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서는 근원적 요소인 외부 요인에 대한 명명백백한 정리가 먼저 필요해요. 이 거대한 분노와 억울함의 진원지에 대한 명확한 규명 없이 개인 내면만 치유하면 된다는 건 언어도단이에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을 살펴보면 물론 분노와 무기력증도 그를 힘들게 하고 망가뜨리지만, 결정적으로 살 수 없을 만큼 힘들게 하는 감정은 억울함입니다. (중략)
그러니 그 외부적인 요인에 대한 분명한 원인 규명이 없으면 세월호 트라우마의 치유는 한 발짝도 진행될 수 없습니다. 진상 규명이 치유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예요.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중 95~96쪽 (정혜신/진은영,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