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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Apr 29. 2024

구독자 307분께 드리는 인사

구독자 님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창창한 날들의 구독자 수 앞자리가 드디어 3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4월 6일의 일이었어요.


4월을 앞두고 세월호 10주기 행사에 최대한 참여하자는 각오가 있었던 터라 자축할 마음이 아니었던 데다, 290 선에서 자꾸 줄었다 늘었다를 한 달 동안 되풀이하는 걸 보아서 며칠 지켜보자는 마음도 있었어요.

늦었지만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2024년 4월 29일 지금 이 순간, 구독자 307이 선명히 보이네요. 그 수는 며칠 째 줄지 않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4월 6일에 캡처해 놓음.





며칠 전 <일요일 저녁, 무전으로>가 느닷없이 조회수 10000 명으로 올라가더라고요. 지난 1, 2월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는 저를 발견했어요. 이렇게 담담해져 가는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씁쓸했어요. 제가 더 절실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요리 이야기에서 반응이 와서 말이에요. 그래도 우리 삶은 입체적이니까 관심도 입체적인 거겠지 하고 넘어가기로 했어요. 가끔 요리 이야기도 쓰자 그러면서요.




요즘 부정적인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어요. 내 안에서 나를 나무라는 소리가 자꾸 들려서 말이에요.

너 도대체 뭐 하고 있니?


그래서인가 어제 <동행>이란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어요.

'시골살이' 브런치북 인기에 이어 제가 좋아하는 것들 즉, '여행'과 '사람'이란 키워드로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긴 했는데, 당장 다닐 시간도 없고, 경비가 문제가 되더라고요.

가려고 생각한 여행지는 가성비 좋은 소박한 장소였지만, 그마저 못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3월은 취업과 관련한 교육과 상담을 받았고,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시간을 보냈어요.

4월은 세월호 참사 10주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면접을 세 군데 다니느라 매일이 바빴어요.

여성 단체 울림에서 맡은 임무인 회원 인터뷰를 틈틈이 진행하고 그 글을 정리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매일,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긴 했는데 돈 주는 곳은 없어서 상황은 자꾸 코너로 몰리는 기분이 된 거죠.


네 주제에 얼른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니?


올해 말까지 백수로 당당히 살아보겠다는 다짐은 시골살이 다녀온 2월부터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어요.

4년 동안 저의 발이 되어주고 여러 친구들을 태우고 다녔던 카니발이 문제가 생기고 비용이 연쇄적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불안이 저를 잠식하더니 집안 여기저기 수리비를 달라 하는 것도 모자라, 작년 5월에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서울로 왔다 갔다 하며 지나가버린 종합소득세가 폭탄으로 날아온 거예요. 국세청 가서 읍소했지만 십만 원도 깎이지 않았고 고스란히 300만 원을 내게 됐답니다.


구독자 분들께 감사 인사드리는 것이 취지였는데, 저의 하소연을 하게 되었군요.

위와 같은 이야기를 쓰려고 시작한 글이 아니어서 가운뎃줄로 그었는데, 맥락을 위해 흔적은 남길게요.


라이킷 한 번 누른 적 없다는 분들께서 제게 어떤 어떤 글 잘 읽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경우가 꽤 있어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독자 분들께 때로는 <지금이 젤로 젊다 GOGO> 보다 오늘 같은 조금은 씁쓸하고 무겁게 쓴 글이 마음에 닿으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하긴, '여행 다니는 창창'보다 이런 구질구질한 글이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창창'의 모습이 그대일 테니까 더 진실에 가까운지도 모르겠어요.

여행 이야기 쓰면서 아래와 같은 의문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도대체 뭐 하는 여자이기에 여행을 척척 다녀?


저, 가진 것 없는 여자이고요. 하지만 마음만은 부자로 살고 싶은 여자랍니다.

제 주변에 제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저를 좋아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많은 것이 부자로 살고 있는 걸 인증하는 게 아닐까 해요. (인증 그 따위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저는 사람여행이야말로 최고의 여행이라 믿는 사람이니까, 이 글을 빌어 앞으로 <지금이 젤로 젊다 GOGO>에서는 명소를 다니는 여행기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도 들려드릴까 해요.

사람을 사귀고, 사랑하는 일 역시 지금 이 순간에 하면 좋은 거니까요.


며칠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월간 십육일>에서 이슬아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읽었어요.


내가 슬프기 싫어서 안 보는 마음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제 친구 요조의 글을 읽고 다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 마음 아플까 봐 못 보겠다, 이 말이 얼마나... 그것을 감당하고 맞서서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는 진짜 얼마나... 작고 좁은 마음인지 알겠더라고요. - 이슬아 작가의 말


4월 동안 세월호 행사에 매일 참여한 뒤 집에 오면 자소서를 썼고, 면접 준비도 했는데, 아무튼 제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자꾸 나를 탓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였어요.


네 앞가림이나 하라고!


그런데 이슬아 작가의 말을 읽으니 '오늘의 나를 자꾸 인정해 주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구직과 취업을 위해 노력했고, 유가족들이 지치지 않고 슬픔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 계신 옆에 가 있었잖아. 그 시간들 모두 소중했어.

이제 5월에 할 일을 하면 돼.


구독자 1000, 20000명과는 거리가 먼 307이란 수에 감동하는 제가 호들갑인가 싶지만요.

앞으로 1만 명이 되는 날이 와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구독자 님들, 감사합니다.

여러분께 단 한 문장이라도 가 닿도록 진심을 담아 쓰겠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도,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새싹 같은 기운과 영감 찾아내는 오늘 하루 보내기로 해요.


창창한 날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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