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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Mar 31. 2024

<응원하기>로 새로운 분기점에 서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 A를 만났다. 그녀는 소설가이다.

<브런치스토리>의 응원하기 시스템을 들은 친구는 회사와 작가가 몇 대 몇 비율로 가져가는 건지 물었다. 실은 확실히 아는 바가 없었다. 어디에도 명시된 적이 없었다.

"응원하기로 정산해 본 작가님이 경험담을 쓴 글이 있어 읽어봤거든. 브런치가 40%를 가져간다고 하더라. 회사 측 비율이 너무 크지?"

브런치 환경은 외부에서 독자가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작가들끼리 제 살 깎아 먹듯 응원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회사는 40%의 이득을 보는 것이고.


잠시 후 친구가 말하길,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는 4:6, 미술관은 작가들과 7:3이나 8:2로 계약한단다. 이어서 이런 말도 해 주었다.


작가들이 브런치를 빛내 주는 게 맞지만,
깔끔한 플랫폼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건 브런치 덕분이니
그 대가다 생각하면 어떨까?
글을 허투로 쓸 수 없으니 네가 발전할 기회도 될 거야.




당당하게 글값을 요구할 정도의 필력은 아직 아니다. 아마 완벽한 필력을 갖추려면 십 년, 아니 이십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고.


브런치에선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는 시기로 마음먹었는데, 브런치 측에서 느닷없이 응원하기를 사용하라고 물길을 열어 놓은 바람에 혼돈 상태가 되었다.

나는 언제 당당하게 내 글을 구독하세요! 응원하기 눌러도 후회하지 않을 글입니다! 하고 말할 수 있을까. 분기점을 언제로 할까.  


RM은 BTS의 리더이자 유엔에서 '나를 사랑하자'라는 주제로 연설한 일로 유명하다. 그즈음 여행 모임에서 그 글을  소리내어 읽을 기회가 있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RM이 힘주어 는 거기에서 더 읽지 못했다. 느닷없이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동행한 분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기다려 주었다.

나중에 그 일을 떠올리며 왜 그랬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 즈음 나는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것 같다. 내가 지워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글을 읽은 얼마 뒤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수 년 전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 나를 글 쓰게 만든 RM이 이번에는 브런치 작가로서의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다시 힌트를 건넨다.  


에미넴, 나스, 칸예 웨스트에게는 없는 나만의 모서리가 있다고 믿었어요.


大작가에게는 없는 창창만의 모서리가 있다는 뜻일 테다.

창창만이 경험하여 쓴 글과 사유에 공감하는 분이 적게나마 있다는 뜻일 테다.

어차피, 완벽한 글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성장 과정에 있는 것을.


실은 응원하기와 관련된 씁쓸한 경험이 있었다. 내가 좋아한 작가님들 글집에 어느 날 응원하기 버튼이 생겼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공감됐어요, 도움됐어요, 잘 읽었습니다와 같은 긍정의 댓글을 쓰기가 겁이 났다. 응원하기를 누르지 않으면 진심이 진심이 아닌 게 되는 기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댓글을 지우고 도망나오고 말았다. 난 돈을 아끼려고 책도 안 사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빌려다 읽는 걸 선택한 사람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응원하기' 오픈을 망설이는 내게 친구 B가 이런 말로 웃음을 주었다.


독자들이 바보니?
돈 쓰는 것 쉽게 결정하지 않아.
그러니 네가 독자 마음이나 처지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친구 C는 이렇게 말했다.

"꾸준히 글을 쓰는 창창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은데 어떡하는 게 좋을까 하던 중이었어. 그런 방법이 있다니 좋다. 참 좋다."


친한 동생 D는 이렇게 말했다.

"출간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잖아. 언니, 출간해서 돈 안 받고 책 줄 건 아니잖아. 미리 연습한다 생각해."


오늘부터 [응원하기]를 열겠다는 안내문을 장황하게 썼다.

이러니 나는 어디 가서 돈을 꾸지 않는 게 좋겠다. 한양의 갑부인 변 씨로부터 1만 냥을 당당히 빌린 허생의 자존감을 감히 따르지 못하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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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라이킷 1초와 다정한 댓글(한 줄이라도 무조건이에요^^)은

저에게 다음 글을 쓸 에너지로 팍팍 충전된답니다.^^

재미있고, 도움 되는 글을 수 있도록, 글값에 부끄럽지 않도록 저의 삶도, 생각도, 성장을 늦추지 않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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