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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Jan 08. 2024

Day2. 급할수록 천천히

23.12.11

Day1. 1년 만의 프다팡, 1년 만의 다이빙 
https://brunch.co.kr/@engbenedict/118


둘째 날은 예정대로 제한수역 과제들을 수행했다.

AIDA 강사과정의 개방수역 과제 충족 요건은 STA* 4min, DYN** 90m, DNF*** 50m이다.

제한수역에도 마찬가지로 노핀 종목이 포함되어 있다.

STA과 DYN 과제를 끝내고 나서 DNF를 차근차근 연습해 보기로 했다.


*STA(STAtic): 제한수역(또는 통제 가능한 개방수역)에서 숨을 참는 시간을 측정하는 프리다이빙 종목

**DYN(DYNamic): 제한수역(또는 통지 가능한 개방수역)에서 수평 잠영거리를 측정하는 프리다이빙 종목

***DNF(Dynamic No Fin): 핀을 신지 않고 DYN을 수행하는 종목


(좌) 동하 쌤, (우)나


나는 스태틱 워밍업은 주로 한 번만, 첫 번째 컨트랙션(Contraction)*이 올 때까지만 가볍게 한다.

이 날도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첫 번째 워밍업 후 본 스태틱을 는데,

미미한 컨트랙션 달래지 못하고 4분을 채 채우지 못했다. PB**에 한참 못 미치는 3분 30초 정도였다.

나는 스태틱을 할 때 눈을 감고 천천히 숫자를 세거나, 침대에 나란히 편하게 누워있는 상상을 한다.

첫 번째 스태틱에서는 후자의 방법을 썼는데, 마음이 평온해지기는커녕 온갖 잡념이 들었다.

머릿속 침대에서 나는 자꾸 뒤척였다.

사실 2분쯤 컨트랙션이 경미하게 시작되자마자 당장 물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컨트랙션(Contraction): 무호흡 상태에서 호흡 충동에 뒤따르는 수축 증상. 사람마다 시간, 증상, 정도에 차이가 있다. 주로 가슴과 배 부위가 움찔움찔, 꿀렁꿀렁하는 느낌.

**PB(Personal Best): 개인 최고 기록


동하쌤은 두 번째 워밍업을 한 셈 치고 한 번 더 해보자고 했다.

버디인 YR옆에서 볼 때 내 컨트랙션이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멀쩡하다가 갑자기 올라오겠다는 사인을 보내놀랐다고 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머릿속으로 숫자를 셌다.

천처언히 머릿속에 검은 배경을 깔아놓고 숫자를 써가며 

하나아 두우우우울 세에에에엣하고, 마흐으으은까지 센 다음 

다시 서른아호오오옵 서른여더어어얿하고 내려왔다.

머릿속을 완전히 (無)로 만들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잡념을 없애기 위해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숫자를 그리고 세며 평안을 찾았다.

4분을 넘겼다. 

이제 웬만한 가요는 숨을 참으며 들을 수 있겠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다. 


이어 YR이 본 스태틱을 들어갔다.

그녀도 앞서 한차례 4분을 채우지 못하고 올라왔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넘기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내가 옆에서 버디를 보는데 1분 30초 경부터 컨트랙션이 느껴졌다.

어라, 컨트랙션이 조금 빠른데, 싶었다. 

어라, 컨트랙션이 조금 빠른데, 싶었다. 

온몸이 꿀렁꿀렁 흔들리는데 YR은 눌러내려는 듯 고개와 어깨를 툭툭 털었다.

컨트랙션이 경련처럼 심해져 괜찮냐고 물었다. 

YR은 물속에서 왼손 검지를 까딱했다. 입수 전 미리 맞춘 바에 의하면 문제없다는 신호였다. 

그러면서도 몸은 흔들리고 있었다. 걱정이 됐다.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분 50초...51초...52초...

4분이 가까워져 카운트를 하니 그녀는 온몸을 떨면서도 버텼다.

4분!

유림 다이버는 올라와 회복호흡을 했다.

그런데 회복호흡이 잘 되지 않았다.

수면 위로 올라온 입이 다시 물속으로 잠기기도 했다. 경미한 LMC*였다.

나는 그녀가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면 당장 물밖으로 들어 올릴 준비를 하고 "마스크!" 외쳤다. 마스크를 벗으면 코로도 함께 숨을 들이마시며 회복호흡이 훨씬 수월해진다. 그녀는 내 외침에 직접 마스크를 벗고 회복호흡을 하며 이내 스스로 호흡을 회복했다.

나는 그녀가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면 당장 물밖으로 들어 올릴 준비를 하고 "마스크!" 외쳤다. 

마스크를 벗으면 코로도 함께 숨을 들이마시며 회복호흡이 훨씬 수월해진다. 

그녀는 내 외침에 직접 마스크를 벗고 회복호흡을 하며 이내 스스로 호흡을 회복했다.


*LMC(Loss of Motor Control): 대표적인 저산소증세로 경련, 근육 조절 능력/균형감각 상실, 예상치 못한 동작이나 움직임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경미할 경우 금세 회복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고 B.O.(Black Out)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DYN 90m는 둘 다 큰 무리 없이 한 번만에 해냈다.

프다팡의 풀장은 길이가 25m여서 왕복 두 바퀴를 돌면 100m가 됐다.

마지막 레인을 돌아올 때 동하쌤이 90m 지점에 웨이트를 하나 떨어뜨려 놓았다.

거기만 지나면 통과니 올라와도 된다고 했다.


Dynamic Apnea


다이빙 전 중성부력을 맞췄다. 수트를 입지 않고 수영복만 입어 웨이트는 넥 2kg로 충분했다.

동하 쌤은 호흡이 모자랄수록, 그러니까 조급해질수록 원래보다도 더 천천히 핀을 차야 한다고 했다.


마스터 다이버 과정 땐 얼른 70m를 가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빠르게 피닝(fining)을 했었다. 당시 세이프티(safety)*를 해주신 이호 쌤은 "누가 쫓아오냐"며 따라가는 데 숨이 찰 지경이었다고 했다.


*세이프티(safety): 다이버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 수심 종목이나 인도어 종목 모두 세이프티가 존재하며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AIDA를 포함한 모든 프리다이빙 단체에서는 각각의 종목마다 세이프티를 하는 방법을 과정 별로 자세히 가르친다.


세 번째 터닝(75m) 후 호흡 충동이 느껴져 조바심을 감추고 피닝을 더욱 천천히 했다.

90m 지점에 떨어져 있는 웨이트를 보고 10m를 더 가서 100m를 채웠다.


급할수록 천천히.


진부한 자기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이 말이 프리다이빙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진리'였다.

앞으로의 모든 다이빙에 적용해 명심 할 말이라고 생각했다. 


DNF과제 충족 기준은 레인을 왕복(50m)하면 되는 거였는데, 동하쌤이 연습인 오늘은 편도만, 되고 나면 턴까지만 해보고 했다.

DNF를 잘하려면 스트로크를 당기고 나서 글라이딩(gliding)*을 충분히 타야 한다.

아직 몸이 미끄러져 나아가고 있는데 추진을 더 주겠다고 몸을 움직이는 건 에너지 효율상 좋지 않다.

글라이딩을 타면서 25m를 최소한의 스트로크로 전진하는 연습을 했다. 

그 횟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했다.

25m를 가는 데 나는 6-7번 정도의 스트로크가 필요했다. 

동하쌤 왈, 선수들은 한 세 번이면 간다고 ㅎ..ㅎㅎ...

그래도 6-7번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킥이다.

프로그 킥(frog-kick)을 하려고 다리를 마름모로 접으면, 물살이 허벅지에 걸려 확 제동을 걸었다.

글라이딩을 방해하지 않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필요했다. 어렵지만 매력 있는 종목이었다.


*글라이딩(gliding): 스트로크로 물을 잡아 밀고 몸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과정




점심을 먹고 나서 레벨 1-4 내용을 모두 망라하는 이론 시험을 봤다.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레벨 2나 3 때만 해도 이론시험이 꽤나 번거롭고 신경 쓰이는 일이었는데

레벨 4 때까지 계속 반복해 듣고 강사과정에서 한 번 더 공부하고 나니 내용들이 머릿속에 잘 정리가 됐다.

최소한 교재 속 내용 정도는 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내일은 제한수역 교육 과제와 이론 발표과제가 있다.

풀장에서는 AIDA2 과정의 수강생에게 DYN을 가르치는 과제,

이론 시간에는 압력평형*을 가르치게 됐다.


*압력평형(Equalizing, EQ): 수심이 깊어지며 수압이 올라감에 따라 고막의 외압과 내압을 맞춰주는 행위. 발살바(valsalva), 프렌젤(frenzel), BTV(béance tubaire volontaire), VTO (voluntary tubal opening), 마우스필(mouth fill)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압력평형이야 말로 프리다이빙의 시작과 끝 아닐까.

AIDA2 교육생이 12m를 가지 못하는 것도 이퀄의 문제고,

100m 이상을 가는 세계적인 다이버들의 한계도 결국은 이퀄이지 않나.

어떤 과정의 교육생이냐이 따라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중요했다. 

AIDA2면 이제 막 프리다이빙을 시작하는 단계였다.

동하 쌤은 시청각 자료를 많이 찾아오라고 했다.


이 날은 Ubeco에서 과제 준비를 했다.

작년에 왔을 때 거의 매일 왔던 식당 겸 카페인데

가로등 없는 어두컴컴한 길에 뜬금없이 위치한 제법 외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시간엔 만석을 이다.

작년보다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나는 식사를 해본 적은 없고 올 때마다 망고가 쌓여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먹는다. 존맛탱.


Ubeco






Day3. 칭찬은 프리다이버도 춤추게 한다.
https://brunch.co.kr/@engbenedict/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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