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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Jan 09. 2024

Day3. 칭찬은 프리다이버도 춤추게 한다

23.12.12

Day1. 1년 만의 프다팡, 1년 만의 다이빙 
https://brunch.co.kr/@engbenedict/118
Day2. 급할수록 천천히 
https://brunch.co.kr/@engbenedict/119


오늘도 오전엔 풀장 교육을 진행했다. 

풀장에 들어가기 전 요가장에서 

AIDA2 수강생(역할을 하는 동하 쌤)을 대상으로 DYN* 이론 교육을 진행했다. 

DYN이 뭔지, DYN 전 중성부력을 어떻게 맞추는지, 

입수는 어떻게, 피닝은 어떻게, 터닝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말로 설명했다. 

호흡충동이 들고 조바심이 날수록 동작을 최소화해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얘기를 강조했다. 

나와 유림 다이버는 서로 돌아가며 선생님이 되었다가 학생이 되었다. 

150명 이상의 강사를 길러낸 동하 쌤에게 "자자, 동하 씨는 지금 다이빙을 처음 해보는 거니까, "

라고 꽤나 뻔뻔한 강사 연기를 할 때는 서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DYN: 대표적인 인도어 프리다이빙 종목 중 하나로, 무호흡 상태에서 수평 잠영 거리를 측정한다. 바이핀(bi-fins)을 착용하는 DYNb, 핀을 착용하지 않는 DNF 등의 하위 종목이 있다. 


동하 쌤은 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강조했다. 

교육생의 다이빙에 대한 피드백은 꼭 칭찬부터 먼저 할 것.

아무리 그 다이빙이 엉터리였더라도 어떻게든 잘 한 점을 찾아 칭찬을 먼저 한 뒤

개선할 점들을 지적하라는 것이었다.

- 정 할 게 없으면요? 

- 좋은 시도였어요! 노력이 훌륭했어요!


Freedive Panglao


풀장에 들어가서도 나와 유림 다이버가 번갈아가며 강사가 되어 시범을 보였다. 

우리의 시범을 보고 따라 하던 학생(알다시피 동하 쌤)은 (일부러) 여러 가지 실수를 했다. 

배운 대로 나는 칭찬부터 했다. 

"자 동하 씨, 너무 잘하셨어요. 입수도 좋고 피닝도 좋아요."

"오 정말요? 헤헤" 그는 훌륭한 AIDA2 교육생이었다. 그리고 나는 덧붙였다.

"그런데 유영 중에 고개를 들고 목표지점(벽)을 보는 것보단 

땅에 그려진 라인을 주시하면서 가는 게 수평을 잡는 데에 더 유리해요.

바닥에 그려진 라인에 T자가 보일 때 손을 뻗어 턴을 준비하시면 돼요."

동하 학생은 미처 몰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아, 네 선생님"


심지어 그는 격한 LMC* 연기를 하기도 했는데, 

경미한 LMC 후에 스스로 회복하는 모습과 

정도가 심해지며 B.O.로 넘어가는 모습까지 모두 리얼하게 보여줬다. 

연기인 걸 알고 봤는데도 걱정이 될 정도의 표현이었다. 

온몸의 경련과 근육 통제 불능 상태에서 

우리가 배운 구조법을 적절히 수행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강사가 된다는 건 교육뿐 아니라 내가 통솔하는 다이버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이기도 하다. 

세이프티의 역할과 구조법을 그저 하나의 과제로만 수행할 것이 아니다. 정신이 똑바로 들었다. 


*LMC(Loss of Motor Control): 대표적인 저산소증세 중 하나로 경련, 근육 제어 불가, 균형 감각 상실 등 여러 증상을 동반한다. 경미한 경우 금방 스스로 회복할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해지며 B.O.(Black Out)로 넘어가기도 한다. 


교육 과제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다시 핀을 벗었다. DNF를 할 차례였다. 

50m를 시도하되 첫 번째 시도에서는 무리 말고 되는 데까지만 해보기로. 

터닝 때 벌써 숨이 달리는 것 같아 중간쯤 일어나야지라는 생각으로 벽을 찼는데 

스트로크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다 보니 레인의 중간쯤 서있던 동하쌤의 다리가 보였다. 

오잉? 벌써? 몇 미터 안 남았잖아? 오예!

첫 번째 시도에서 50m를 성공했다. 


DNF는 역시 꽤나 재밌었다. 첫 번째 50m 달성 후 충분히 준비 호흡을 하고 한 번 더 해봤다. 

가능하면 두 번째 턴까지 하고 조금 더 가보려고 했는데 두 번째에도 50m에서 멈췄다. 

아직 50m 달성을 아직 못한 유림 다이버에게 너무 젠체를 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구라다. 힘들어서 멈췄다. 




이론 시간. 

AIDA2 과정을 대상으로 유림 다이버는 프리다이빙 기초 생체학을, 나는 압력평형*을 가르쳤다. 

압력평형은 말 그대로 프리다이빙의 Key이다. 

다른 여러 가지 기술들은 프리다이빙을 '더 잘' 할 수 있게,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라면, 

압력평형은 말 그대로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냐, 없냐'를 결정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압력평형(Equalizing, EQ): 수심이 깊어지며 수압이 올라감에 따라 고막의 외압과 내압을 맞춰주는 행위. 발살바(valsalva), 프렌젤(frenzel), BTV(béance tubaire volontaire)/VTO (voluntary tubal opening), 마우스필(mouth fill)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실제 교육생들 중에는 태생적으로 BTV*가 되는 사람, 기본적으로 프렌젤**을 할 줄 아는 사람, 스쿠버다이빙 경험이 있어 발살바***를 하는 사람, 생전 압력평형을 듣도보도 못한 사람 등 다양할 것이다. 

나는 압력평형이라는 것을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발표를 준비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성문, 연구개, 혀뿌리 등을 이러이렇게 해라 하는 얘기가 

초심자들에게 상당히 난해할 것을 이해한다. 이해가 아니라 사실 나도 너무 그랬었으니까. 


*BTV(béance tubaire volontaire): VTO (voluntary tubal opening)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손으로 코를 잡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면에서 '핸즈프리 이퀄라이징'이라고도 한다. 내이로 통하는 유스타키오관을 자발적으로 여닫을 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가능한 이퀄라이징. 타고나는 능력으로, 별도의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습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렌젤(frenzel): 성문을 닫고 입 안의 공기만을 사용해 수행하는 압력평형. 목과 혀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프리다이빙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압력평형 방식. 

***발살바(valsalva): 성문을 열고 폐의 공기를 사용해 수행하는 압력평형. 배의 힘을 이용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해부도 그림이나, 압력평형 시 목과 혀의 움직임, 

공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 등 여러 시청각 자료를 준비했다. 

원칙적으로 프렌젤은 AIDA3 과정에서야 가르치는 기술이지만, 

나는 그 개념이나 방법론은 AIDA2에서부터 가르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프리다이빙을 이 단계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면 결국엔 프렌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귀 해부도


수압이 증가하면 보일의 법칙*에 따라 중이의 공기는 부피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고막이 안으로 말려든다.

이때 유스타키오 관을 열어 중이로 공기를 보내주어 

공기 공간의 부피를 유지해 주는 것을 압력평형이라고 한다. 

이때, 배에 힘을 줘 폐의 공기를 올려 보내면 발살(valsalva)

목과 혀의 움직임으로 입 안의 공기를 밀어보내면 프렌젤(frenzel)이다. 


*보일의 법칙(Boyle's law): 기체의 온도가 일정하면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


프렌젤은 강사들마다 설명하고 교육하는 방식이 다양했다. 

유튜브에는 <이 영상 하나면 프렌젤 완성!> 따위의 제목들이 많았지만 

교육생의 프렌젤은 누구도 담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많은 영상들이 많은 점에서 훌륭했다. 

그러나 프렌젤은 개인의 신체적 특성, 이해도, 연습량 등 여러 조건과 상황에 따라 가능 여부가 갈렸다.

여러 강사들이 여러 영상에서 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들을 종합적으로 체득해서 

미래 나의 교육생들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설명하면 좋을 것 같았다.


잠시 내 경험을 얘기하자면, 

많은 프리다이버들이 그렇듯이 나도 스쿠버다이빙을 먼저 접해봤었고 그 후 프리다이빙을 시작했다. 

그래서 발살바 이퀄라이징은 할 줄 알았다. 처음부터 프렌젤을 하지는 못했다. 

발살바로도 10m, 깊게는 15m 정도까지 갈 수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여럿 있었지만 

나는 헤드퍼스트 자세로 발살바를 하는 거 자체가 어려웠다.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 몇 미터 못 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AIDA1을 취득한 후 주현이와 갔던 세부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숙소 앞바다에 물구나무를 서서 프렌젤을 연습했다. 

여러 영상과 이론을 보고 치밀하게 연구해 연습한 것은 아니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올라와 숨 쉬다가 다시 머리를 박고 끙, 끙거렸다. 

사실 길고 지난한 노력을 한 건 아니었다. 

만 이틀을 채우기도 전에 프렌젤이 터졌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귀가 뽀보복하고 뚫렸다. 

"어....어? 유레카!"


2019.07.30 Cebu. 앞바다에 머리 박고 프렌젤 연습하러 가는 길.


프렌젤이 한 번 시원하게 되는 순간 그 사람은 그냥 '프렌젤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됐었는데 좀 안 하다 보면 다시 깨닫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거나, 

다시 방법을 익힐 때까지 시간을 들여야 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유레카, 하는 순간 그 사람은 프렌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 한순간을 위해 이런저런 설명도 찾아보고 이런저런 방법도 써보고 이런저런 훈련도 해보는 거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한 번만 되면 정말 신세계가 펼쳐질 테니. 

물론 그 후 EQ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깊이까지 할 수 있는지는 다른 이야기지만...




내일은 AIDA2 교육생(김동하 교육생이라고 있다.)을 상대로 

스트레칭과 폐 스트레칭, 프리다이빙 호흡법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스트레칭이야 다른 운동을 할 때도 매번 하던 거고,

폐 스트레칭도 이론적으로 설명할 내용이 깊진 않으니 어제보단 준비할게 많지 않다. 

Overgrown이라는 카페에서 과제를 준비했다. 


아싸 개꿀. 얼른 하고 마사지 받아야지. 


Cafe 'Overgrown'







Day4. '가 본' 수심과 '갈 수 있는' 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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