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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Jan 10. 2024

Day4. '가 본' 수심과 '갈 수 있는' 수심

23.12.13

Day1. 1년 만의 프다팡, 1년 만의 다이빙 
https://brunch.co.kr/@engbenedict/118
Day2. 급할수록 천천히 
https://brunch.co.kr/@engbenedict/119
Day3. 칭찬은 프리다이버도 춤추게 한다 
https://brunch.co.kr/@engbenedict/120


오늘은 3일 만에 다시 바다에 나간다!

제법 진중한 프리다이버처럼 오늘은 바다로 나가기 전 방에서 스스로 폐 스트레칭*을 했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니 풀렁(full lung) 스트레칭도 엠티렁(empty lung) 스트레칭도 엄청 힘들었다. 

풀렁 스트레칭을 두 번째 할 때는 땀이 삐질 나고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어질어질했다. 


*폐 스트레칭: 이산화탄소 농도에 대한 내성과 횡격막의 유연성 등을 길러 폐활량을 늘리기 위한 드라이 트레이닝. 최대한의 들숨 후 하는 풀렁(full lung) 스트레칭과 최대한 공기를 뱉어내고 하는 엠티렁(empty lung) 스트레칭(숨을 최대한 내뱉는다고 하더라도 폐에 남은 잔기량(vc)이 있어 실제로 텅 비지(empty)는 않지만 통상 이렇게 부른다)이 있다. 


아침을 먹는데 배식 줄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내가 처음 다이빙을 시작한 스프레드 프리다이빙에 소속되어있던 SM 쌤. 

내가 스프레드에서 마지막으로 교육을 받은 지가 어언 3년은 됐을 거고 

SM 쌤은 그전에 홀로서기를 했으니 못해도 4년여 만에 본 것이다. 

다가가 인사했더니 반가워하며 내 이름을 기억하시는 것도 신기했다. 

SM 쌤은 현재 용인, 수원 지역에서 전업 강사로 활동중이었다. 

본인 센터의 교육생들을 인솔해 프다팡에서 트레이닝도 하고, 보홀 여행도 하러 왔다고.


나는 여러 다양한 장소에서 인연을 쌓은 프리다이버들과 헤어지며

"우리 언젠가 다시 바다에서 봐요!"하는 인사를 한다. 

역시 프리다이버들은 언젠가 바다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를 느꼈다. 

더 친해진 사이끼리야 약속 잡고 만나 밥도 먹고 풀장도 가고 투어도 가겠지만,

언젠가 어느 바다에서 만났던 프리다이버를

불현듯 다른 시간 다른 바다에서 다시 마주치는 일은 또 얼마나 반가운지! 




오늘은 워밍업으로 행잉을 하지 않고 35m 줄을 내려 천천히 FIM*을 했다. 

첫 번째 워밍업에서는 32m를 갔고 두 번째에서는 36m를 다녀왔다. 

이대로면 강사과정의 수심 요건인 40m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아 

내친 김에 오늘 줄을 더 내려주길 내심 바랐는데,

동하 쌤은 오늘은 여기까지만 내리겠다고, 대신 CWT**로도 35m를 다녀오라고 했다. 


*FIM(Free IMmersion): 하강과 상승 모두 로프를 당겨 다이빙하는 종목

**CWT(Constant WeighT): 하강과 상승 모두 핀을 차고 다이빙하는 종목. 바텀에 도달해 턴을 하는 과정에서 한 번 줄을 잡는 것이 허용된다. 바이핀(bi-fins)을 착용하는 CWTb, 핀을 착용하지 않는 CNF 등의 하위 종목이 있다.  


바다로 가는 프다팡 다이버들


CWT 35m면 작년 레벨4 과정에서 이미 다녀온 수심이었다.

이후로 용인 딥스테이션에서도 갔다온 수심.  

그러나 언젠가 '가 본' 수심과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수심은 다르다. 

35m를 다녀오면 얼른 40m 줄을 내려 도전하는 것보다 그 수심을 '내 수심'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마음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수심. 언제나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깊이가 내 수심이 된다.


물론 오늘 나는 40m를 도전하면 갈 수 있었겠지.

그렇지만 동하 쌤은 내가 수심을 대하는, 그에 앞서 프리다이빙을 대하는 자세에서

하루하루 당장의 수심을 늘리는 데에만 매몰되지 말라는 태도를 가르쳐주는 듯 했다. 


다이빙은 안전하고 편안해야 한다. 

4기압-5기압* 정도의 그리 깊지 않은 수심권에서도 

함부로 줄을 내려 매번의 다이빙이 새로운 도전이 되게 하지 않는 것은 

5m, 5m 수심을 늘리는 것이 결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프리다이빙이라는 종목이 오로지 '수심', '한계', '도전'과 같은 키워드에만

국한된 종목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압(bar≒atm): 수면에서 1기압(bar≒atm)의 기압은 수심이 10m 깊어질 수록 1bar씩 올라간다. 그러므로 수심 30m는 4기압(bar), 40m는 5기압(bar)의 압력을 갖는다. 이에따라 이를테면 50m대를 가는 다이버를 속칭 '6기압 다이버', 90m대를 가는 다이버를 속칭 '10기압 다이버'라고 부르기도 한다. 


35m 줄을 내리고 CWT를 하는데 프리폴(freefall)을 타고 내려가다가 미처 캔디볼을 못 보고 

랜야드가 캔디볼에 걸려 줄이 팽팽해질 때까지 내려갔다. 최종 수심은 36.6m. 

근소한 차이지만 PB*였다. 전혀 힘들거나 불편한 느낌 없이 다녀왔다. 숨도 이퀄도 남았다. 

지난 3일 간 다이빙을 하며 몸이 다시 다이빙 모드로 전환된 건가 싶기도 하고,

오늘 아침 방에서 했던 폐 스트레칭이 이렇게 직빵으로 효과가 있나 싶기도 했다. 


*PB(Personal Best): 개인 최고 기록.


Freefall


오늘 해야 하는 과제는 ①15m 수심에서 1분 대기 후 다이버 레스큐, 

②20m 왕복 5번 인터벌이다. 


①을 하는 이유는 이렇다. 

세이프티*로서 딥다이버를 15m까지 마중 나갔는데 다이버가 예상보다 느리게 올라온다면

그가 올라올 때까지 해당 수심에서 기다렸다가 다이버를 만나 올라와야 한다.

그 시간에 다이버가 올라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두고 혼자 올라올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이때 15m 수심에서 다이버가 블랙아웃이 됐다! 그를 구하시오(5점). 

뭐 이런 거지. 


*세이프티(safety): 다이버의 안전을 위한 보조 역할. 수심 종목뿐 아니라 프리다이빙의 모든 종목에 세이프티 역할은 필수적이다. 수심 종목에서의 세이프티는 다이버가 올라오는 타이밍에 맞춰 정해진 수심에서부터 다이버와 함께 상승하며 그의 상태를 살핀다. 


과제 수행 과정은 이렇다.

세이프티 역할이 먼저 내려가 15m 수심에서 행잉*을 하며 1분 정도 대기하고 

B.O.**다이버 역할이 내려가 세이프티 눈앞에서 입으로 버블을 '뽀로록'하고 뿜는다. 

(정상적인 다이빙 과정에서 프리다이버는 공기를 내뿜지 않는다. 

다이빙 중 입으로 공기를 뿜는 건 다이버에게 실제로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징후다.)

그러면 기다리던 세이프티가 다이버를 끌고 S.A.FE.***와 B.T.T.****를 수행한다.

먼저 내가 세이프티 역할을, YR이 B.O.다이버 역할을 하기로 했다. 


*행잉(Hanging): 음성부력 구간에서 로프를 잡고 매달리듯 떠있는 동작

**B.O.(Black Out): 의식 상실

***S.A.FE.: Surface(다이버를 수면 위로 구조), Airway(기도 확보), Facial Equipment(안면 장비(마스크, 노즈클립 등) 제거)

****B.T.T.: Blow(눈 아래쪽을 힘차게 불어 깨우기), Tap(양 볼을 두드려 깨우기), Talk(말을 걸어 깨우기. "다이버!! 다이버 숨 쉬세요!!")


내가 내려가 15m에서 행을 하는데 갑자기 숨이 달렸다. 

'이 상태로 내가 다이버를 구할 수 있을까? 왜 아직도 안 내려오지? 안될 것 같은데?'

나는 YR이 미처 다 내려오기도 전에 올라와버렸다. 

스스로 황당해 회복호흡 후에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있으니 

동하 쌤과 YR이 뒤따라 올라와 왜 올라왔냐고 물었다.

나도 몰랐다. 15m는 부이에 매달려서도 바텀이 훤히 보이는 얕은 수심이었다. 

돌이켜보건대, 그렇기 때문에 최종호흡도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방심했던 것 같다. 

15m에서 1분을 버틸 숨조차 가지지 않고 내려간 것이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별 무리 없이 완수했다. 

교재에 쓰여있던 '세이프티 시에도 본인이 다이빙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임하라'는 말을 깊이 새겼다.


②20m 인터벌은 각 다이빙 간 1분의 간격을 두고 20m 수심을 5번 다녀오는 과제다. 

실제로 다대일로 교육을 하다 보면 내 호흡이나 리듬보다는 

교육생들이 번갈아가며 다이빙하는 템포에 맞춰 

수시로 다이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이 훈련이 필요하다. 

회복호흡-준비호흡-최종호흡*을 1분 안에 하라고? 

회복호흡만 10초는 걸리고, 최종호흡만도 10초가 더 걸리는데

그럼 준비호흡에 쓸 시간이 40초가 채 안 되는 거 아냐! 


*준비호흡: 다이빙 전 준비과정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편안한 호흡단계

 최종호흡: 다이빙 직전 최종적으로 다이빙에 사용할 공기를 폐 가득 채우는 긴 들숨

 회복호흡: 다이빙 후 쌓인 CO2를 내뱉고, 공기(O2)를 빠르고 강하게 들이쉬어 회복하는 호흡법



CWT 상승



막상 해보니 세 번째 다이빙을 들어갈 때쯤이 제일 힘들었고,

네 번째부터는 '이제 다 왔다'하는 생각에 오히려 안정이 됐다. 

물리적으로야 네 번째, 다섯 번째 다이빙이 세 번째보다 덜 힘들리 만무한데,

확실히 프리다이빙은 멘탈 스포츠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숨이 달리는 느낌 보다는, 허벅지에 빠르게 쌓이는 젖산*이 더 힘들었다. 

마지막 다이빙 때는 상승 중에 팔로 스트로크를 한 번 치고 올라왔더니 

수면에서 동하 쌤이 웃었다. 

"지호 씨 다리 많이 힘든가 보죠? ㅋㅋ 올라올 때 손 쓰는 건 또 첨보네. 잘했어"

다이브 타임이 얼마가 됐든 수면 휴식시간은 1분만 주어지니, 

인터벌을 잘 수행하기 위한 팁은 다이빙을 최대한 천천히 하는 것이다.

에너지를 아끼면서 느릿느리잇 내려갔다가 느릿느리잇 올라오기. 

어차피 숨은 충분하니까. 


*젖산(lactic acid): 운동 후 근육에 쌓이는 피로물질. 휴식과정에서 혈액에 용해돼 혈류를 통해 운반되는데, 프리다이빙 중에는 포유류잠수반응(MDR)으로 인해 말초혈관이 수축되어 젖산이 잘 운반되지 않고 쌓인다. 



오후에는 이론교육이 이어졌다. 

AIDA3 교육생들을 상대로 하는 이론 교육법이었다. 

AIDA1,2가 프리다이빙에 입문하는 과정이라고 치면

AIDA3 과정부터는 스스로 프리다이빙에 흥미를 느끼고, 

보다 본격적으로 프리다이빙을 해보려는 사람들이다. 

그에 걸맞는 교육의 자세와 전문성이 필요했다.

이제 내일부턴 AIDA3 과정 교육 과제들이 생기겠지.

더 깊이, 더 많이 공부 해와야겠다. 


아 그리고 15일 있을 스페셜 프리젠테이션 준비도 해야 한다. 

각자 프리다이빙과 관련해 원하는 주제를 정하고 PPT를 만들어 발표하는 강사과정의 마지막 과제. 

나는 <미디어 속 프리다이빙>이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각 장르나 매체 별로 프리다이빙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미디어를 이용해 프리다이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내용이다. 


사실 작년 이곳에서 강사후보생 분들의 스페셜 PT를 들으며 

그때부터 생각해 놨던 주제다.

그땐 내가 강사과정을 할지 안 할지도 결정하기 전이었지만. 








Day5. 얼리턴과 다이빙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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