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포트바튼 비치 / 이타이테이 비치(셋째 날 아침)
"팔라완에서 렌트를 해서 움직여야 할 것 같아.."
현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밴으로 이동을 생각했다가..
비용과 편의를 고려해 팔라완에서 차를 렌트하자고 누나에게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래!! 우리가 인원이 많아서 그게 좋을 것 같아. 해외 운전면허증 준비할까?"
해외에서의 운전 경험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 같아서..
팔라완은 렌트 후기도 거의 없고, 안전문제, 내비게이션 등 확인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더니..
"괜찮을 거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나도 지금부터 찾아볼게"
고민할 줄 알았던 누나가 오히려 더 과감하다.
여행에 있어서 걱정보다 의지가 더 앞서는 누나를 보며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명언이 떠올랐다.
"여행은 용기의 문제다!"
Ferranco Tourist Inn(포트바튼 숙소)
포트바튼에서 숙소를 찾으려면 포트 바튼 비치 또는 이타이테이 비치를 찾아야 한다. 구글 지도에서 포트 바튼을 검색하면 포트바튼만(Port Barton Bay) 주변지역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너무 광범위하다. 우린 호핑투어를 할 수 있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이타이테이 비치 주변에서 숙소를 찾았다.
이타이테이 비치는 포트바튼 비치와 이어져 있는데 포트바튼이 지명도가 더 높기 때문에 포트바튼이라고 하면 이 지역을 통틀어 얘기하는 것 같다.
포트바튼에서 숙소를 찾으려면
포트바튼 비치 또는 이타이테이 비치를 찾아야 한다.
많은 숙소들 중 해변에서 가까운 숙소들은 가격대가 좀 있어서 우린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숙소를 예약했다. 하지만 마을 어디든 걸어서 10분 내에 해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예약하더라도 거리가 문제 될 일은 없다.
강아지 두 마리가 야자수를 실은 배를 타고 항해를 나가는 그림.. 아침에서야 포트바튼에서 2박을 보낼 숙소의 간판을 확인했다. 의미는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스토리가 있을 것 같은 숙소라는 생각이 들어 기대가 되었다.
아침 일찍 우리를 깨운 건 수탉이다. 새벽부터 울어대는 수탉 소리에 늦잠을 잘 수가 없다. 밖으로 나와보니 수탉들이 장대위에 올라가 연신 목소리를 뽐내고 있다. 마치 서로 경쟁하듯 울어대는 참에 아침 내내 온 동네가 닭 우는 소리로 가득하다.
시끄럽기도 했지만 실제 경험할 기회가 없다 보니 신기해서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마을은 닭과 계란이 주식일 거라는 논리적 사고가 뒤따랐다.
숙소를 보니 지붕보다 높은 곳에 물탱크 시설을 갖춰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상수도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가 머무는 동안 수압에 문제가 있거나 샤워를 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숙소가 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숙소 앞은 야자수와 열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정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녹음이 가득한 열대 숲을 보니 제대로 휴가를 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타이테이 비치
산책을 겸해 해변까지 가보기로 했다. 해변으로 연결된 거리에 관광객들을 위해 서비스를 판매하는 광고가 붙어있다. 화려하지도 않고 사람들이 이용할까 싶을 정도로 소소하다. 포트바튼이 팔라완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주민들 입장에선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이런 서비스 업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화려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건 호핑투어를 홍보하는 현수막이다. 광고판만 보면 투어 종류도 다양하고 선택사항이 많은 것 같지만 투어코스 상관없이 1인당 1,200페소로 통일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점심도 포함이다.
포트바튼 호핑투어는 1인당 1,200페소로 통일되어 있다.
전날 체크인을 할 때 숙소에서 호핑투어를 안내해줄 선장님을 소개해 줬는데 선장님 얘기로는 어차피 프라이빗 투어이기 때문에 그날그날에 따라 선장님이 알아서 안내를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코스를 선택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비슷하기 때문에 선장님들이 알아서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로 안내하는 것 같다.
마을을 구경하며 10분 남짓 걸어가면 해변의 입구를 알려주는 문이 나타난다. 문이 없어도 이 곳이 해변임을 알 수 있지만 입구를 발견했다는 것에 신이 났다. 특별하지 않아도 뭔가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신이 나는 건 아마도 여행 자체가 주는 즐거움의 영향인 듯하다.
고요한 이타이테이 해변을 마주하니 곧 시작할 호핑투어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가슴이 설렜다. 설레는 마음으로 휴양지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 고요한 해변을 잠시 걸었다.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열대나무들과 잔잔한 바다가 휴양지의 느낌을 한껏 끌어올려주었다.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는데 천장에 도마뱀 한 마리가 움직이지 않고 붙어있다. 아주 귀여운 모습에 신기하고 재미있어 한참을 관찰했다. 새로운 경험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 키워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