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은 요즘 떠오르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다. 신생 채널에다 시스템상 구독자가 불편 아닌 불편을 감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롱블랙은 주목 받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직접 구독하고 롱블랙만의 특징을 정리해보았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는 업로드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덕분에 이용자는 부담 없이 사진을 찍어 스토리에 올린다. 어차피 사라져 버릴 테니까. 롱블랙은 24시간의 휘발성을 시스템에 접목해 24시간이 지나면 읽을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롱블랙에 족쇄일까 기회일까? 함께 살펴보자.
월~토요일까지 하루에 단 한 개의 노트(=콘텐츠)가 홈페이지에 업로드된다. 그리고 이 콘텐츠는 단 24시간 동안만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설사 월 4,900원을 지불하는 멤버십 회원일지라도 말이다. 얄짤 없다. 24시간 안에 노트를 읽었다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고, 만약 24시간이 지났다면 일종의 캐시 개념인 샷을 결제하거나 노트 1편당 1개씩 쌓이는 스탬프 10개를 모아 샷 1개로 교환해야 한다. "매달 4,900원을 내는 데 샷까지 결제하라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역시 추가 결제를 자꾸 유도하는 것 같아 불편했는데 마침 무료 체험을 하길래 가입했다. 지금은 비용을 내고 멤버십을 유지 중이다.
이처럼 신규 콘텐츠를 24시간 안에 무조건 읽으라고 제한하는 건 이용자에게 족쇄를 채우는 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롱블랙의 입장에서 이는 곧 기회다. 시간제한을 둠으로써 이용자는 매일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되고 이는 곧 홈페이지 방문자 수 증가로 이어진다.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고르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것처럼 선택권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하루에 단 하나의 콘텐츠만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집중도를 높인다. 자연스럽게 홈페이지 체류시간 역시 늘어난다. 롱블랙은 홈페이지 기반 플랫폼이기 때문에 구독자 수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방문율, 체류시간이 매우 중요한 지표일 것이다. 그래서 이메일 뉴스레터와 카카오채널 메시지를 이용해 매일 아침마다 새로 업데이트된 노트를 소개하고 홈페이지 방문을 유도한다. 인스타그램 - 이메일 - 홈페이지, 삼박자가 고루 맞는다.
롱블랙을 아직 이용해 보지 않았다면 24시간 시스템은 가입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벽을 넘어선 사람에게는 '오늘은 어떤 노트가 올라왔을까? 빨리 읽어봐야겠다' 같은 기대감을 실어주며 PUSH 하는 역할을 한다. 24시간 제한이라는 이 과감한 시스템은 롱블랙의 고민과 영리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 월 4,900원을 결제할 것
- 올라온 노트는 24시간 안에 읽을 것
고객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는 두 가지 시스템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콘텐츠 퀄리티'다. 아메리카노보다 더 진한 크레마를 느낄 수 있는 롱블랙 커피처럼, 깊이 있는 프리미엄의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롱블랙의 의지를 뒷받침하려면 클릭 몇 번으로는 닿을 수 없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롱블랙은 트렌디한 아이템 선정의 귀재다. 여의도 더현대백화점을 들썩이게 한 원소주(래퍼 박재범이 런칭한 소주 브랜드)부터 성수동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LCDC를 디렉팅 한 김재원 대표, MZ세대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자크뮈스 등 캐스트가 어마어마하다.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도 소개된 아이템 아니냐고? 자세히 읽어보자.
모두가 원소주 론칭 소식을 전하며 박재범의 행보에 집중할 때, 롱블랙은 원소주 기획의 A to Z를 책임진 김희준 브랜드 매니저를 소개한다. 그리고 성수동의 개척자 김재원 대표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LCDC가 알려지기 전, LCDC의 실질적 소유주 SJ 그룹의 이주영 대표를 인터뷰했다. 이처럼 롱블랙은 트렌드의 최전선을 달리면서도 핵심 메시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해서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현재의 성공을 이루었는지 보기 좋게 정리해 알려준다. 그것이 롱블랙의 역할이다. 겉멋에 취해 간판스타들을 줄줄이 소개하며 '이 사람 정말 대단하지? 우리가 인터뷰했어'가 아니다. 이 사람은 뭐가 잘났길래, 망해가던 브랜드가 도대체 뭘 했길래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됐는지 열심히 캐물어 알아낸 '방법' 그리고 우리가 얻어갈 '영감', 두 가지를 콘텐츠로 만들어 매일 아침, 하루에 한 편씩 전달한다.
롱블랙은 발굴자다. 대중이 잘 모르는 인물과 브랜드를 파헤쳐 소개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대표적으로 덕화명란이라는 브랜드를 아는가.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으며 역사 속에 잠들어 있던 한국식 전통 명란 레시피를 발견, 연구해서 제품으로 선보인다. 명란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한국식 명란의 발전에 평생을 받친 부자의 이야기는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이와 함께 씨름 선수를 꿈꿨지만 좌절을 겪다가 결국 선장이 되어 미쉐린 레스토랑에 최고급 멸치를 납품하는 젊은 어민 홍명완 선장, 직원 30명 규모의 작은 기업이지만 평생 무상 교체 서비스 + 끈기와 집념의 제품 개발을 통해 일본 특수거울 시장의 80%를 점유한 코미까지, 롱블랙은 전 세계를 오가며 숨은 이야기를 발굴한다.
코너 속의 코너랄까, 롱블랙에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해서 과거와 현재를 짚고, 미래를 예상하는 콘텐츠가 있다. 지금까지 올리브영, 코스트코, 젠틀몬스터, 스타벅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장부를 펼치며 매출과 기업 운영 방식을 분석했다. 주식을 할 때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라고 하지만 사실 보기 까다롭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일 잘하는 롱블랙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출, 매출 원가, 매출 원가율, 영업 이익까지 모조리 밝히며 이 브랜드가 어떤 식으로 흑자를 이루고 있는지 회계, 마케팅 등 다양한 관점에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철저히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이들의 미래 행보를 예견하며 신뢰감을 전한다.
우리는 언제든지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정확하고 질 좋은 정보를 분별해내는 능력은 곧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플랫폼마다 지향하는 방향도, 제공하는 정보의 종류도, 운영방식도 모두 다르다. 여러 채널을 경험하면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획득하고 활용한다면, 당신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성취를 앞당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