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거아니면 할 줄 아는게 없는데, 어떻게 해야해요?
지난 주, 매일경제 뉴스에 뜬 기사를 봤다.
"원서 내면 무조건 붙겠지만..." MZ가 기피하는 이 직군. 광고 홍보 마케팅 '구인한파'
'쓰면 붙는다' 1:1 밑으로 추락, '주말없는 삶' 피로감에 타 업종 취업 준비
광고대행사를 그만둔 것은 2019년도였다. 여전히 이 업계가 변하지 않았단 씁쓸한 사실을 마주하며, 기획자에서 웹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된 내 이야기를 정리해봐야지 싶었다.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서울에 있는 광고대행사에 취업했다. 야근은 당연했지만 그 사실에 대해 딱히 불만은 없었다. 대학시절부터 공모전으로 다져진 맷집이 단단해진 상태였고, 이미 각오를 했던 일이라 업무강도에 대한 의문조차 없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의 다양한 브랜드의 일을 진행하는 것도 성취도감이 높게 와닿았던 것도 있다. 회사에선 새벽까지 일을 하고도, 다음날 출근해서 웃으며 일하는 열정적인 동료들이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5년차 주니어쯤이 되던 때 나는 광고대행사를 관뒀다. 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투여하여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피로도가 쌓였었고. 현재의 내 삶에 대한 희생이 미래를 얼마나 보장할지에 대한 불안감이커졌다. 2018년, 중소 광고대행사를 다니던 내가 계약한 연봉은 3800만원 남짓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돈이었지만 내가 회사에 투여하는 시간에 비하면 시급은 형편없었다. 일에 대한 재미로 시작했던 처음과 달리 돈이 먼저 보이기 시작한 순간, 어쩌면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의 애정과 열정은 식었던 때가 아니었을까.
일요일이면 '사고라도 나서 출근하고싶지 않다.'라는 끔찍한 생각을 시작했고, 야식과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30kg가량 살이찌며 건강상태는 나빠졌다. 불면증은 심해지고, 퇴근 후에도 오늘업무와 예정되는 업무생각들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불안한 마음은 한켠에 숨긴채 '버티자'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잠이오지 않던 10월의 새벽3시의 어느날. 잠 못이루는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일기를 적어갔다.
'광고기획업무를 더 이상 하고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기서 말문이 꽉 막혔다. 대학교 4년간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20대의 후반까지 이 일을 해왔으므로 얼마뒤면 서른을 앞둔 나로썬 막막했다. 8년가까이 내 직업이니 하려던 이 일이 하고싶지 않아진다면.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해간다면 현재가 불행하다. 아마도 미래에도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쉬웠다.
'다른 일을 시간내서 배운다.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내가 가진 현실의 불만과 그 불만을 그대로 안고있어야 하는 원인 자체를 인정하는 날부터 불면증이 사라졌다. 직업을 전향하겠다는 거창한 꿈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방황스러웠던 스물여덟. 그 날을 계기로 평일엔 회사원이되고, 주말은 학원 수강생으로 나를 탐색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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