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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May 29. 2023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 ‘나좋자고 하는 일인데요’를 읽고

많이 일하면 불행하고 적게 일하면 행복할까?


얼마전 대기업을 다니다 창업한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초기 창업 단계인 지금 일주일에 거의 80시간은 일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를 다닐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대기업 시절이 절대 노동 시간으로는 더 적게 일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의 힘듦은 단지 ‘일이 많기 때문’은 아닌듯 하다. 회사원은 왜 힘들까? 억측해보자면 내가 하는 일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결국 ‘나를 위한 일’이 행복에 정말 중요한 결정 요소가 아닌가 싶다. 방점은 ‘나를 위한’ 이다.


누구에게 추천?  

이도저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게 될까 걱정하는 직장인  → 이직에 도움된다

직원을 ‘정말’ 이해하고 싶은 스타트업 대표 / 장사하는 사장님 → 스스로 왜 창업했는지 상기할 수 있다

커리어의 여정을 시작하는 20대 사회 초년생 → 자소서에 도움된다

전공과 직업이 일치될 것이라 믿는 10대 → 자소서에 도움된다2222


‘나좋자고 사는/일하는 사람들’


‘나좋다고 하는 일인데요’는 이야기꾼 고재형의 2번째 저서다. 저자는 20대부터 콘텐츠를 쓰는 사람 /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번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첫 저작인 ‘문과생존원정대’에서는 ‘돈안되는 전공’인 문과생으로 살아남는 고민, 나름의 해법을 담았고, SNS에서 30만이 넘는 팔로워를 이끌었다. 비교적 최근에는 뮤지션 ‘검정치마’를 테마로 음악 감상 모임 검정치마단으로 우리 세대의 감성을 절묘하게 건드렸다. 모두 ‘누가 시켜서’(요즘 말로 ㅋㅏㄹ들고 ㅎㅂ해서)가 아닌 ‘나좋자고 했던’ 일이었다.

이번에 작가는 자신처럼 ‘나좋자고 일하는(사는)’ 7명의 이야기를 저작에 담았다. 그러면서도 너무 대단하고, “유명해져버린”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정답인것 처럼 보이는 거대담론은 말하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다만 이야기의 공통점은 없지 않다. 7명은 모두 ‘좋은’ 직장에 다녔거나 다니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 일하고 있다.


흔히 직장생활을 자신을 작게 만들고, ‘얼라인 Align’(아아 이것은 스타트업 방언이다)이라는 명목으로 회사에 일상의 모든 것을 다 맞추는 것으로 이해되고는 한다. 하지만 저자도, 인터뷰이들은 명백히 삶의 중심이 자신이다. 회사는 이들의 삶을 (감히) 규정짓지 못한다. 그점이 일하는 사람들, 우리에게 희망으로 읽힌다.

8명(아마도 저자포함)은 역설적으로 자신을 위해 일하기에, 이들은 회사를 떠나기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듯하다. (회사와 직무를 여럿 바꾼 케이스가 많았다.) 다만 자신이 지나는 길을 밀도높게 채우고 싶기에 최선을 다한다. 회사 생활은 경험을 더하는 시간이니까.


인터뷰어
▶ 고재형 우아한 형제들 콘텐츠 매니저

인터뷰이
▶ 김자현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AI 사업개발
▶ 송수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콘텐츠 매니저
▶ 이가은 네이버 엔터 콘텐츠 기획자
▶ 권자경 우아한형제들 프로덕트 매니저
▶ 정보현 컬리 검색/추천 서비스 개발자
▶ 조혜림 PRIZM 음악 콘텐츠 기획자
▶ 김미리 전)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무신사 커머스 MD


기억에 남는 말들


“ ‘혜림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라고 물으면 음악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요. 글도 쓰고, 콘텐츠도 만들고, 영상도 만들고, 오디오도 만들고.. 말 그대로 뮤지션과 음악이 빛나기 위한 모든 일을 서포트하는 거죠. 그러면 그다음 질문들이 조금 귀엽고 황당하면서도 안쓰러워요. ‘그럼 무슨 시험을 봐야 하나요?’ ‘대학에서 무슨 전공을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들을 하거든요. 직업을 구하는 시선이 그정도에서 머물러 있다는 거죠. 사실 그런 것들이랑은 아무 상관 없잖아요. 제가 했던 건 음악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와 책을 꾸준히 곁에 둔거거든요”
p. 193 인터뷰이 조혜림



“내가 열심히 해서 연봉 몇 천짜리 개발자가 됐다고 쳐요. 그럼 그 이후에는요? 왜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특화된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분명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직무 전환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묻고 싶어요. 지금까지 몇 년간 해 온 본인의 전문 분야와 커리어를 모두 버릴 거냐고요. 왜냐하면 그걸 버리지 않고 자신만의 엣지 포인트로 잡는 순간부터가 남들과 조금 다른 개발자가 될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p. 160 인터뷰이 정보현


마치며

일은 항산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하루의 1/3을 차지하는 제법 긴 활동이니까 일을 하며 불행하며 행복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제대로 일하자. 나를 위해 그리고 회사를 위해서도 우리의 지나간 밀도 높은 여정이 우리 삶이 된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내 일/삶을 돌아보게되고, 다른 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니까.
아. 전호진 님의 사진은 이 책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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