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한줄평 - 우리 시대 마지막 수필가 황현산 선생이 남긴 아름다운 산문.
책을 읽을 때 그 목적은 무엇인가? 그 답은 정보인가 관점인가. 감정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어떤 이유를 논하기에 이 책의 사유는 특별하고, 문장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 책을 읽을 이유, 그것은 특별하고 아름다워서다. 그 자체로 이유이며, 목적이다.
아름다운 이 책의 구성은 사실 별다를 것이 없다. 쓴 글들을 갈무리한 책이다.
선생은 서문에서 말한다.
삼십여년에 걸쳐 쓴 글이지만, 어조와 문체에 크게 변함이 없고,
이제나저제나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보기에도 신선하다
놀라운 점은 선생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 선생이 ‘신선하다’고 말하는 까닭은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86년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선생의 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점은 정말 놀랍다.
한 사람이 결을 유지하며 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당대의 지성, 고결한 신념을 지켰던 사람들조차 말년에 다가가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문체가 바뀌고 관점이 바뀌고 무엇보다도 사람 자체가 변해버린다.
그것은 변절인가 자연스러운 변화인가?
‘결’이 변한 것이 아니라, 본래의 결을 ‘잃은’ 이를 나는 천박하고 무례하게도 ‘헤까닥’했다고 하겠다.
그런데 선생의 글은 한결같이 선생같았다.선생은 대표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썼다. 일상에서 지나치는 것에 대해 썼고, 삶에서 놓치는 것들에 대해 썼다. 한결같이 선생은 썼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에 관해.
여성인 지인은 선생의 책을 읽고 “남자 어른의 책이 불편하지 않았던 신기하고 (거의 유일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책을 사기 전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막 책을 덮고 이 글을 쓴다.
책을 읽고는 선생의 글을 새롭게 만날 수 없음이 아쉬웠다.
책은 아름다웠고 선생이 4년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시라.
한국어 문장이 이렇게나 아름답다.
사유는 특별하다.
밤이 선생이다.
선생이 남긴 책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24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