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수업료] 보이지 않는 육아 패널티
'아이를 낳기 전과 후는 마치 전생과 후생 같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아이를 낳기 전 다녔던 회사와 아이를 낳은 후 다니는 회사는 같은 회사라도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 변화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럽다.
싱글일 땐 '안 과장'이라는 역할 하나면 충분했지만, 엄마이자 아내가 된 지금은 2~3인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총에너지의 법칙처럼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적·신체적·심리적 자원은 한정돼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85년생 워킹맘 안 과장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아마도, 비슷한 또래의 많은 이들이 1인분의 삶에서 2~3인분의 삶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비슷한 고민을 마주할 것이다.
"왜 아이를 낳고 회사에 다니는 일이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질까?"
"왜 나는 자꾸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상황과 마주치게 되는 걸까?"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5~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미혼 남성은 '경제적 부담'을, 미혼 여성은 '역할 부담'을 꼽았다.
우리는 종종 '모성 벌칙' 혹은 '모성 페널티'라는 표현을 쓴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평가나 임금, 경력에서 불이익을 겪는 현상을 통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모성'이라는 단어는 아빠를 배제할 뿐 아니라, '모성'과 '비모성'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여성 내부에서도 갈등을 유발한다. 그래서 '모성 페널티'보다는 '육아 페널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인 안 과장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이와 비슷한 시간에 문을 열고 닫는다. 아이를 등원시키려면 문을 여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고, 하원시키려면 문 닫기 전에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 결국 출근은 조금 늦게, 퇴근은 조금 일찍 해야만 한다. 너무나 단순한 산술이다. 시간이라는 물리적 조건이 그렇게 만든다.
만약 안 과장이 도우미 없이 아이를 직접 등·하원시키며 회사까지 다니려면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친정엄마 찬스'를 쓰거나 '근무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하는 것. 하지만 안 과장이 다니는 회사에서 단축근무를 하는 직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여전히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안 과장이 8시간 근무 중 2시간을 단축해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고 가정해 보자. 갑자기 회의가 오전 9시에 잡혔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남편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휴가를 쓰거나 안 과장이 '죄송하지만 9시 회의는 참석이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어느 쪽이든 '비용'은 발생한다. 바로 '눈치 비용'이다.
그리고 만약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일 년에 여러 번 반복된다면? 우리는 안다. 사회생활은 단지 눈에 보이는 정량 지표로만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상정'이 지배하는 조직 문화 속에서 안 과장의 연말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안 과장이 단축근무 대신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아이를 맡기기 위해 친정엄마 집 근처로 이사했고 아이 등·하원은 전적으로 친정엄마가 책임진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도 매달 지급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상사와 동료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안 과장이 속한 부서는 출장이 잦다. 한 달에 두 번씩 몇 박 며칠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마다 친정엄마도, 남편도 불만을 토로하고 가족 내 갈등은 일상이 된다.
결국 안 과장은 상사에게 말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요, 출장 일정을 조금 조절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상사는 이렇게 답한다. "친정어머님이 아이 봐주시는 거 아니었어요? 어쩔 수 없이 단축근무 중인 정 과장이랑은 상황이 좀 다르지 않나요?"
그렇다면 어느 경우의 안 과장이 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까?
이 모든 상황이 단지 가정이나 가설이면 좋겠지만,
실제로 직장 내에서 자주 목격되고 가족친화 복무 담당자로서 직접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단축근무를 하는 안 과장도,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는 안 과장도 '육아'와 '회사생활'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을 겪는다.
정답은...어디에 있을까?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이 브런치글은 오마이뉴스기사에도 실립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148717&SRS_CD=000002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