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압박받고 있습니다

외부장기 압박 소견

by 카르멘

거의 매년 받는 직장 건강검진에서, 생전 처음 듣는 소견이 나왔다.


"위 기저부 점막하 병변 의심. 상급기관 진료 소견."


검진이 끝나면 늘 집으로 가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갔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어리둥절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을 안고, 4월 2주 사이에 대학병원을 세 번 방문했다. 주차부터 진료, 검사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3차 병원. 생전 처음 조영제가 투입되는 위 CT도 찍었다. 남편과 나의 휴가는 그렇게 날아갔다.


다행히 결과는 이랬다.


"종양 소견 없음. 위와 근접한 비장 또는 간 등 외부장기 압박에 의한 소견."


병변이 아니었다. 그냥 외부에서 위점막이 눌린 거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했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뒤에 뭔가 생각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따라왔다.


왜 하필 지금, 나한테?


10년 넘게 위내시경을 받으면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소견이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 4cm 종양이 생겼을 리 없고, 소화 장애도 없었으니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 안했다. AI에게도 내시경 결과와 그간의 검사이력을 말해주니 "외부 장기 압박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고, 결국 그 말이 맞았다.


다행이었지만, 뭔가 의아했다.

나는 자꾸 그 질문이 들었다.

왜 지금, 나한테 이런일이?


외부에서 오는 압박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말했다. 우리는 평소에 죽음을 잊고 산다고.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카르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제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게 소원인 워킹맘, 필라테스 하는게 낙인 운동녀. 그리고 죽을때까지 내가 나로 살아갈수 있도록 글 쓰는 작가. 삶을 레모네이드처럼 만드는 중입니다.

35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4화“후배에게 혼난 날" 그다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