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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같은데 다른 게 보일 때 (feat. 프리 2달)

10주 차 | 넓어지는 시야

by 프리케터 진

─ 프리랜서가 된지 2달,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프리랜서가 된 지 2달이 되었다.

겨우 2개월일 뿐이지만 사실 이미 반년은 지난 것 같다.

나의 시간은 회사에서와 똑같이 흐르지 않았고

높은 산에서는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프리랜서의 시간도 직장인으로 사는 시간과 달랐다.

흔히 사람들이 양자역학 어쩌고 하듯이

나는 그걸 잘 모르는데도 이게 결국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상대적인 건가?

이렇게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불안함이 솟구쳤다.

다른 사람들은 다 직장인이고 월급이 제 때 들어왔다. 그리고 꽤나 만족스러워 보였고.

그런데 나는 첫 달에 나의 비상금을 이체해서 썼다.

월급이 제 때 들어오지 않을 수 있구나, 약속이 된 일자가 되어도 딱 원하는 때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구나를 알아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첫 한 달은 월급만큼의 수익을 벌기 위해서 정신없었고

두 번째 달은 꿈이다, 방향이다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2개월이 지난 최근은 그 생각들이 조금 정리되었으니 다행이랄까.


그때 당시 나를 흔들었던 것은 사람들의 말이었다.

목표가 없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스페셜리스트가 되려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다시 취직을 한다면 스페셜리스트가 확실히 유리했기에,

만약 내가 첫 번째 퇴사 때처럼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생겼다.


덕분에 일생 보지 않던 신점도 봤다. 하하!

그런데 그 말을 들을 때 불안보다 더 크게 든 생각은 이거였다.

왜 프리랜서가 되면 스페셜 리스트가 될 수 없어? (심지어 지금 하는 것도 마케팅인데 왜?)

꿈과 목표가 꼭 거창한 것이어야 하나?

꼭 남들이 이해하는 꿈이어야 하나?


나는 다른 사람을 도와서 비즈니스 성공을 돕고 싶고

당연히 그런 업무를 하는 나의 성공도 돕고 싶었다.


그래서 프리랜서를 선택했다.

지금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마케팅만 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예전과 똑같아도 환경이 달라졌기에, 내 눈이 다른 것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초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다.

그때도 인스타툰을 그렸고, 그때도 내 일에 열심이었고, 공부하는 거 좋아했고, 새로운 거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스타툰을 지금도 그리고 있고, 프리랜서 일에 열심이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거 배우는데 돈도 펑펑 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딱 한가지 바뀐게 있다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갈 시간이 충분한 것.

그러자 나의 눈에는 이런 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운드 테라피를 하러 오는 외국인, 노마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스피커들

-직업이 뭐냐고 물을 때 '블로거', '프리랜서', '사업가'라고 말하는 사람들

-나이가 어떻든 꿈을 찾는 사람들

-해외에 나가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나와 비슷한 템포로 퇴사하고 나아가고 있는데 잘하고 계시는 분들

-그런 니즈가 있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조언해 주는 사람들

여기에서는 빠름과 늦음이 없었다.

자유롭게 쉬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업종을 바꾸기도 했다.

직업이 여러 개인 사람도 있었고 분명 귀찮아서 여러 개의 일 중에 하나를 말한 사람도 있을거다.

그런 사람들이 보여준 것은 이거였다.


언제든 할 수 있는 거였구나. 이렇게 하는 거구나. 내 업무와 시간에 책임을 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이번주에 간 NomadHer 이라는 곳에서는 여행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여성들이 모여있었다.

"She can travel anywhere!" 이라는 슬로건으로 창업을 한 대표님이 영어로 스피치를 하셨다.

어플리케이션도 있는데 20만 명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니 참 대단한 일 아닌가?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앱까지 만들어서 큰 행사로 연결하는 추진력이 대단해 보였다.



싱잉볼 요가를 하며 소리 테라피를 영어로 진행해 주신 이사벨 님의 수업도 들었다.

무거운 핸드드럼, 싱잉볼들, 차임벨, 여러 가지 악기들을 가지고 다양한 장소에서 요가를 하는 이사벨 님.

이렇게 악기가 크고 무거운데 어떻게 이걸 다 들고 다니고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 거지 생각 했다.

엘리베이터가 한가득 찬 채로 여러 번 운반해야 하는 양이었다.



그리고 특히 여기서 뵌 Mahina(마히나)라는 브랜드의 대표님은 발리에서 남은 원단을 업사이클링하여 사롱 튜브탑을 만들어 판매하고 계셨다. 노브라로도 입을 수 있고 명상이나 요가할 때 입으면 좋은 튜브탑.

흘러내림도 없고 촉감도 시원하고 좋았다.


나는 사실 Mahina 브랜드를 만든 대표님처럼 살고 싶다.

환경에 도움이 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착한 브랜드.

제가 링크드인에서 대표님의 이야기를 봐서 그런가, 멋져보였다. 이번에 얼떨결에 뵈었는데 사진이라도 같이 찍을 걸 그랬다.

튜브탑만 샀는데 원피스도 하나 살 걸.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Mahina 살롱 튜브탑


정말 멋지지 않나요? :)



앞으로도 슬로건인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꿉니다'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거다. 이게 이루어지고 나면 다른 슬로건으로 또 활동하겠지.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이 마음과,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 라는 슬로건은 끝까지 잊지 말자는 의미로 나의 초심을 이곳에 조심스레 기록해 본다.


나중에 내가 더 성장해서 이 글을 보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꼭 그런 날이 오겠지? :D


그동안 혼자 일기를 쓸 때에도 항상 긴장하듯 큰 꿈을 적곤 했다.

그러나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 2개월이 지난 지금 이번 글에서는 욕망보다는 용기를 눌러담았다.


여러분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어땠나요?

나눠주시면 모두 답글 달게요!



그래, 힘 빼고 살자. 항상 긴장하듯 말고 춤을 추듯 살자.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7년 차 마케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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