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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우리가 함께한 시간 6년 7개월

by 프리케터 진

2025년 10월 9일 한글날에 똘이가 하늘나라로 갔다. 왜 사람은 동물을 키우고 정을 주고
서로 의지하는 걸까?

추석 연휴 전에 집에 가서 일주일 동안 같이 있고 서울에 올라온 지 6일 만에 똘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다른 강아지들은 12년 13년 이렇게 산다던데, 똘이는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이렇게 그 절반인 6년만 있다가 빨리 갑자기 가버린 건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을 이어주던 똘이.

이별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이별을 하기 싫어서 사실 아무에게도 무엇에게도 정을 주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산 것은 또 살고 있는 대로 그렇게 살아야겠지.

슬프면 울고 생각나면 이야기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기를.

즐거웠던 이야기도 하고 우리랑 같이 있어서 그래도 좋았을 거라고 추억할 수 있기를. 사실은 우리는 똘이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았다. 조그마한 게 얼마나 의지가 되던지.

생명이 다한 모든 것들이 실제로는 정말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죽어봐야 알겠지만, 다음이 있던지 없던지 그저 행복하기만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기를. 떠나고 난 자리는 남은 자들의 몫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더 느꼈다. 정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옆에는 누군가 있어야 하겠다고. 시간이 지나서 가족이 사라지고 혼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내 옆에 의지하고 같은 걸 추억할 수 있는 다른 가족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최대한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항상 후회가 없게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모든 것의 끝에는 어느 정도의 후회가 항상 남는 법이라는 거.

다음에 나중에 하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미루지 않아야겠다. 너무 많은 고민을 하며 살지 않아야겠다.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기록하면서 웃고 울고 표현하며 살아야겠다.

삶은 너무 짧고 언젠가 끝은 있으니 살아있는 동안 후회 없이 옆에 있는 사람을 최대한 아끼며 살아야겠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내가 죽으면 나는 어떤 마음일까? 어떤 끝을 맞이하든 안 좋은 게 내 선에서 끝난다면 나는 미련이 없을 거 같다. 열심히 살아왔고 열심히 살고 있고 오히려 마무리하는 게 홀가 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남은 사람이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를 너무 오래 기억하며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이란 휴식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어떻게 생각하고 사느냐에 따라 상인지 벌인 지 다르게 받아들여지겠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너무 평온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삶을 사는 신선들이 도파민 터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가는 놀이공원 같은 거. 그렇지만 먼저 보내는 건 너무 힘들어서, 뱀파이어 다이어리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너무 힘들면 뱀파이어들이 자기감정을 꺼버리는 이유를 알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똘이를 추억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슬퍼하다가도 또 새로운 좋은 인연들로 나를 가득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집 막내아들 똘이.

우리 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정말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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