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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오발 Dec 02. 2016

매력을 말하다. 칠레 여행

산티아고, 파타고니아, 아타카마 사막

생각지도 못했던 매력, 그리고 놀라움


칠레 여행이 마무리될 즈음 웃으며 여행자들에게 질문한다.

'칠레, 어땠나요?'

그럼 대부분의 대답은 비슷하다.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


어쩌면 이런 반응들을 예상하고 있기에 웃으며 질문을 하는가 보다.

한국인들에게는 첫 FTA 협정국으로 더 유명한 칠레는 생소하지만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칠레, 파타고니아를 떠올리다.


이름만으로도 머릿속에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의류 기업들 사이에서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미지, 친환경적 브랜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품을 구입하지 마세요'

????

이건 무슨 소리인지 당최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속내를 알고 나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슬로건을 접한 이후 더욱 굳건해진 친환경적 이미지.

사실 그들의 브랜드 네임은 칠레의 남쪽 지역 '파타고니아'에서 나온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지역의 이름이라는 것도 그곳이 칠레에 있다는 것도 여행을 준비하며 알게 되었다.

'자연, 깨끗함, 천연'의 이미지가 떠올려지는 그곳이 실제로도 그러할까 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다.



파타고니아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가야 한다.

가는 법이 그리 만만치는 않지만 (푼타 아레나스 -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되도록 길게 여유를 가지고 갔으면 한다.

트레킹이 가능한 국립공원 내부에서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3박 4일 또는 4박 5일로 가는 W 트레킹 코스.

방대한 국립공원의 트레킹 코스 중 가장 많이 찾는 서킷이다.

누군가는 텐트를 지고, 또 누군가는 곳곳에 자리한 산장을 예약해서 자연과 한 몸이 되기 위해

매섭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걷고 또 걷는다.

바람에 몸을 맡긴 휘어진 나무들과 바람결에 흩날리는 호수의 물결을 보며 걷노라면

나를 괴롭히던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귀에는 발자국 소리와 내 숨소리 그리고 바람소리가 전부다.

지치면 배낭을 깔고 앉아 경치를 구경하고, 목이 마르면 흐르는 물을 아무 의심 없이 떠먹으면 그만이다.

반대편에서 오는 이들과 눈인사를 하며, 나 역시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가끔 등장하는 산장은 여러 트래커들의 휴식처이다.

따뜻한 코코아와 달콤한 초코바를 하나씩 들고 화덕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길에서 나무와 바람과 함께 보내다 사람들로 북적 거리는 산장에 들어서면  

모여있는 이들의 온기에 괜스레 마음이 놓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3,4일을 자연의 품속에서 걷다가 보니 가장 기본 적인 것들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한 것 같다'

'목마를 때 마실 물이 있고, 배고플 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 한가?'



사실 W 트레킹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꽤 고생을 했었다.

트레킹이 끝나고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오지 않고 국립공원에서 바로 아르헨티나로 넘어갈 요량으로

배낭에 모든 짐을 메고 길을 나선 것이다.

상상 이상으로 힘이 들었다. 가장 힘든 것은 바로 배고픔이었다.

산장에서 밥을 먹을 생각에 길을 나섰다가 도착 한 뒤 '예약 필수'라는 말을 듣고는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장거리 트레킹을 많이 접해 본 게 아닌 터라 간식도 부족했다.

트레킹 중 산장이 보이면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가 초코바와 초콜릿 우유 같이 당분이 많은 것을 골라 잡았다.

너무 지쳐 있어 가격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다행히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해서 마구 긁어 댔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트레킹이 끝날 즘 위에서 언급한 기본적인 것들에 고마움이 생겨났다.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걱정도 없이 그냥 걷고 끼니 걱정하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파나고니아에서 기본에 행복함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지구 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 도민준-


칠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이야기했던 사막이다.

일조량도 많고 건조해서 밤에 별을 보기가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타카마로 가게 되면 굉장히 많은 여행사에서 별 투어를 진행한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건조함으로 치면 전 세계에서 최고다. 덕분에 손톱 밑이 다 일어나고 입술이 바짝 마른다.

코 안도 말라서 나중에는 피딱지가 생긴다.

별들은 투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밤이 오면 보게 된다. 내 생애 첫 은하수를 이곳에서 봤다.

별들이 너무 많아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탄성을 삼키고 있노라면 어느새 별똥별이 지곤 했다.

사막 마을이라 휘황 찬란한 시설은 없지만 넉넉한 살림을 사는 칠레라는 나라답게 숙소도 대부분 깨끗했다.

아늑한 숙소의 마당에 앉아 칠레산 싸구려 와인 한잔을 곁들여 하늘의 별똥별 쇼를 보는 재미는 지금 떠올려도 봐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사막 마을답게 뜨거운 낮 시간 동안은 도시가 꽤 한산하다. 더워서 그렇기도 하고  투어를 하러 나간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 마을에서는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가만히 휴식을 취하고 따뜻한 햇살을 맞이하고, 높은 고지대 덕에 고생했던 고산병도 없어 시원한 맥주

한 병을 홀짝거려도 좋았다. 밤이 아름다워서 일까? 동네 떠돌이 개와 고양이들도 모두가 낮에는

게으름을 실컷 피우고 있다.



이곳은 쉴 새 없이 놀 수 있도록 다양한 투어들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으로 '달의 계곡' 투어가 있다. 마치 달 표면과 흡사한 지역을 가이드와 함께 돌아보는 것인데

자연의 위대함과 나의 초라함을 느낄 수가 있다.

오후 늦게 투어가 시작되어 여러 협곡들을 둘러보고는 노을이 질 때쯤 절벽이 있는 코요테 바위라는 곳에

우리들을 내려놓는다. 이곳은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곳인데, 아슬아슬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바위에 앉아

석양과 함께 인생 샷을 찍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람이 많으면 줄이 길다)

사진을 찍다 보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순간 온통 주위가 붉게 물든다. 황홀하고 벅차오른다.

일행끼리 아무 말 없이 넋 놓고 하늘만 바라보는 시간이 계속된다.

슬슬 차가운 바람이 불면 하나 둘  옷깃을 여미고 각자의 차로 돌아간다.

약 4시간 정도의 투어는 짜릿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이 달의 계곡 투어의 매력이다.

 

일몰을 맞이하는 방법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주로 맑은 날씨가 많다. 비가 자주 오지는 않지만 종종 내리긴 한다. 

대뜸 날씨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라는 말은 칠 레인들에게 가슴 아픈 역사의 

한마디로 해석된다. 

남미 최초의 합법적 사회주의 정권을 실현시켜 많은 발전을 정책을 이끌어 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1973년 그가 당선된 지 3년 만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다. 아옌데 대통령은 죽음을 맞이 했고 정권은 바뀌었다

그리고 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암호명이 바로 '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저 암호에 맞춰 군부 쿠데타가 일제히 일어난 것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는 16년간 군림하며 독재체제를 이어 갔고, 죽음의 특공대를 결성하여 

저항을 하는 이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최소 3000명 이상이 죽어 나갔고 2000명이 실종되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나가 같은 독재정권 체제였던 아르헨티나로 망명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16년이 지나 피노체트 정권의 연장을 묻는 투표가 부결되며 그의 정권은 막을 내렸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그와 관련된 사건을 기소하며 압박을 했다. 하지만 건강의 이유를 들어 칠레로 돌아와 여러 재판 끝에 가택연금이라는 처벌을 받게 된다. 결국 91세에 심장 질환으로 사망하게 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무심결에 지나 치는 건물들과 광장들이 알고 보면 역사의 중요한 흔적인 경우가 많다. 

산티아고의 대통령 궁전도 그러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산티아고를 가던 시절에는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건물

이었지만, 그 시절 쿠데타의 진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된다. 

 

산티아고의 아르마스 광장 



어쩌면 산티아고는 여행자들이 잠시 거쳐 가는 곳의 역할이다. 

그래서 하룻밤만 머물다 이른 아침 떠나거나, 숙소에서 종일 쉬었다 가기도 한다. 

반시계 방향으로 남미를 여행하다 보면 처음 나오는 현대적 대도시이고 비교적 갈 곳 없는(?) 도시로 인식

된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여행책자에 나오지 않는 산티아고를 발견할 수 있다. 



와이너리 투어 


칠레산 와인이 유명하다는 것은 대부분이 알 것이다. 칠레산 와인은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많이 수입되어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다. 그중 많은 이들이 즐겨 마시는 디아블로라는 와인을 만드는 곳이 산티아고에 

있다. 지하철과 택시를 이용해 1시간 정도를 투자한다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약 20달러 정도에 '콘차이 토로' 와이너리의 투어를 받을 수 있는데, 와인 테스팅과 넓은 포도밭, 와인 저장고에서의 시청각(?) 시간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파티오 베야 비스타 


여행자들이 주로 모이는 곳은 '아르마스 광장'이다. 

하지만 현지 인들은 저녁이 되면 '파티오 베야 비스타'라는 곳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남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식당과 카페들이 구역을 이루어 모여있다. 

단언컨대 젊은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만하다. 대학가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주말뿐 아니라 

평일 낮부터 밤까지 북적거린다.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대 자연과 역사 속에서 살짝 지쳤다면 이곳에서

색다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관광지(대통령궁, 아르마스 광장, 산토 크리스토발 언덕, 누에바 거리 등) 뿐 아니라 

위의 두 곳도 추천해본다. 조금은 무겁기도 하지만 활기차기도 한 산티아고를 누구나 느껴봤으면 좋겠다.



최근 기사에서 칠레에도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나는 연령제한에 걸려 해당 사항이 없지만 호주나 영국같이 영어권이 아닌 스페인어권에 1년짜리 비자가 열린 것이다. 칠레를 오가고 알아가는 나로서는 참 아쉽다. 

이렇게나 매력적인 나라에 좋은 기회가 늦게 생긴 것이...

나름 남미에서는 치안이 좋기로 유명하고 먹고 살만 한  나라인 이곳의 매력은 앞으로도 더 많이 발견되지 않을까?  


2018년 1월 또다시 남미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칠레도 가게 된다.

들여다볼수록 매력을 뿜어대는 이 나라를 조금 더 깊게 천천히 음미해 볼 생각이다. 

어쩌면 비슷한 아픔의 역사와 그들이 삶이 나를 더 끌어당기는 게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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