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도 소비만 줄이면 된다.
잔액은 수입과 지출의 차이다. 그렇기에 모든 수입과 지출 내역을 기록해야 정확한 숫자가 나온다. 수많은 지출 내역 중 하나라도 빠지거나, 복잡한 결제(예. 현금 충전 금액과 카드 결제를 섞어서 결제한 경우)를 잘 못 기입하면 잔액이 안 맞는다. 잔액을 정확하게 하는 건 굉장히 귀찮고 힘들다.
잔액을 정확하게 하려고 힘들게 시간을 썼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정확한 숫자 그 자체', '그로 인한 만족감'이 있겠다. 회사라면 '정확한 숫자 그 자체'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자 성과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문서인 가계부라면 잔액이 틀려도 된다, 아니 없어도 된다.
우리의 목적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고, '잔액'은 목적을 이루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까지 써야 한다면 과감히 생략하자. '가계부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목적'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을지'만 생각하자. 나는 잔액을 아예 기록하지 않는다.
지출 기록과 수입 기록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전혀 다르다. 지출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목적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반면 수입을 기록하는 목적은 '수입을 늘리는 것' 또는 '수입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기본적으로 완전히 목적이 다르니, 분리해서 관리하는 게 좋다.
목적이 '지출을 줄이는 것'이라면 수입을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이 시리즈 또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지출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수입과 지출은 별개로 관리되어야 하지만 수입은 지출에 영향을 끼친다. 반드시 수입보다 지출이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수입 수준을 '참고'해서, 수입보다 적게 지출 예산을 계획해야 한다. '지출을 줄이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수입 수준을 '참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출 예산을 계획할 때는 '대략적인 수입의 평균'만 알고 있으면 된다. 지출이 수입보다 적기만 하면 되니까. 모든 수입을 자세히 기록하는 것은 '소비를 줄이는 궁극적인 목적'과는 상관이 없다.
수입이 규칙적이라면, 기록하지 않아도 지출 예산을 수입보다 적게 세울 수 있다. 따로 수입을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수입이 불규칙적이라면, '수입을 늘리자' 혹은 '수입을 관리하자'라는 목적으로 수입을 관리하자. 지출 관리와 분리된 별개의 수입 관리 체계를 만들자는 말이다. 수입 관리 체계에는 '수입 내역의 날짜, 금액, 내용'등을 기록할 수 있다.
나는 규칙적인 월급을 받고 있지만, 수입을 관리하자는 목적으로 '수입' 스프레드 시트를 따로 만들어 기록하고 있다. 월급쟁이라면 일단은 지출부터 관리하는 걸 추천한다.
수입 기록과 지출 기록을 분리하고 별개로 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수입의 정도가 지출에 영향을 주면 '지출을 줄이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벌었는지가 돈을 쓰는데 영향을 줘선 안된다. 이번 달에 많이 벌었다고 많이 쓰고, 적게 벌었다고 적게 쓴다면 소비를 줄이기 어려워진다. 수입과 지출이 서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각각 독립된 개념으로 여겨야 돈을 아낄 수 있다.
더 많이 벌면 더 많이 쓰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수입이 늘어났음에도 이전과 똑같이 돈을 쓰는 건 굉장히 어렵다. 특히 나는 본성이 소비지향적이라, 수입이 늘어남과 동시에 지출 예산을 늘려야 할 온갖 이유가 생각난다. 그래서 사실 지출 예산을 조금 늘리긴 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연봉이 인상되거나 보너스를 받더라도)에서도 총지출 예산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걸 지향하고 있다. 지출 예산을 늘리더라도 늘어난 수입의 비율에 따르기보다, 절대적인 금액만큼 지출 예산을 늘린다.
나도 잘 못하고 있긴 하지만, 수입과 지출을 각각 별개의 요소로 보는 건 '소비를 줄이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자세다. 그런 자세를 완벽하게 갖지는 못할지라도 지향하도록 하자. 수입은 수입이고 지출은 지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