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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피 Apr 19. 2022

오늘도 깜박했지만 13년째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밀린 걸 몰아 쓰면서도 꾸준히 가계부를 쓸 수 있는 비결



▷ 매일 기록하지 않아도 가계부를 쓸 수 있다.


가계부 쓰는 걸 밀렸다가 나중에 쓰려고 하면, 가게 이름과 결제 금액을 알아도 도대체 어디에 돈을 쓴 건지 기억하기 힘들다. 매일 꾸준하게 가계부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어디에 돈을 썼는지 쉽게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부럽다.)


문제는 나처럼 매일 기록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이상 밀린 걸 몰아서 쓴다. 그러면 아무리 과거를 회상하고 흔적을 추적해도, 도대체 그놈의 돈을 어디에 썼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나 또한 13년 동안 가계부를 쓰고 있으니까. 매일 쓰지 않고도 오랫동안 가계부를 지속한 비결은 두 가지다.








▷ 기억이 안 날 때는 애쓰지 않고 적당히 넘어간다.


첫 번째는 '모든 지출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기억나지 않는 내역은 적당히 처리하자.


신용/체크카드의 사용 내역에는 '결제 날짜, 시간, 금액, 도대체 어딘지 모르겠는 상점 이름'이 있다. 나는 우선 날짜나 금액 같이 확실한 정보를 기록하고, '기억안남'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분류했다.(지금은 '예비비'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애매한 소비는 다 여기로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대충 기록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충 기록해도 된다. 


기억이 안나는 건 '기억안남'이라는 카테고리로  기록한다.


현금으로 결제한 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떠올리기 어렵다. 결제한 흔적이 남지 않으니 돈을 썼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수 있다. 아예 기록하지 못하는 것도 많을 텐데, 별 수없다. 기억해 내는 데 너무 에너지를 쓰지 말고 넘어가자. 








▷ 리셋은 절대 금물.


두 번째는 오랫동안 밀렸을지라도 리셋하지 않기. 내일부터는 잘해보자고 다짐하고 리셋하는 순간, 그 가계부는 지속한 게 아니게 된다. 과거의 결제 내역을 어떻게든 수습하고, 현재와 연결해야 한다. 이 두 번째가 핵심이다. 첫 번째 비결인 '적당히 기록하기'는 두 번째 비결을 쉽게 만들어주는 방법일 뿐이다. 


다시 정리하면, 밀리더라도 절대 리셋하지 말자. 가계부 쓰는 건 포기하지만 않으면 지속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완벽하게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야 한다. 중요하니까 굳이 다시 말해본다. 꾸준히 기록하는걸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놈의 지긋지긋한 가계부를 오랫동안 쓸 수 있다. 






 


▷ 이 정도로 밀리고 몰아서 쓰면서도 13년 동안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내 목표 루틴은 '일주일에 한 번은 밀린 지출을 기록하기', '매달 초, 지난달을 회고하고 이번 달 예산을 계획하기'다. 하지만... 


1월 회고(+ 2월 예산 계획)는 무려 한 달을 넘게 밀렸다. 미루고 미루다 2월 예산을 세우기도 전에 3월이 됐다. 이렇게 밀린 적은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이제 와서 2월 예산을 세우는 것도 이상하니까 1월 예산을 그대로 적용하는 식으로 수습했다.


한 달 넘게 밀리면, 그걸 수습하면서 많이 후회한다. 한 달 전 지출을 어디에 썼는지 기억해 내는 건 정말 힘들다. 하지만 나는 또 미루겠지. 뭐 괜찮다. 또 후회하면서 수습하면 되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까지 밀리고 몰아서 쓰면서도 13년 동안 쓰는 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P.S.

나의 가계부 시스템은 이미 내 소비 패턴에 최적화되어서 카테고리나 예산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방만하게 기록해도 큰 문제가 없다. 기억해 내는 게 힘들 뿐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가계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중이라면 '한 달에 한번 회고하고 다음 달 예산 세우는 것'을 타이트하게 지키자. 초반 세팅을 할 때는 열정이 불타오를 때라 어렵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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