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더라도 걷는 걸음
잔걸음으로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샛길과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언덕, 각자의 속도로 걷는 주위 사람들까지. 산책을 하다 보니 인생을 길에 비유하는 이유를 알겠다.
약간의 문제는 내가 인생도, 길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길치라는 것. 낮에 걸었던 길도 밤이 되면 헤매는 중증 길치여서인지, 가끔은 인생도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인생이 일방통행이라면 마음이 편할까. 길을 헤맬 이유가 없으니 천천히 걷고, 때로는 뛰고, 가끔은 쉬면서 어느새 목적지에 편안하게 도착하겠지.
하지만 곧은길을 곱게 걷는 건 영 재미가 없다. 아무래도 몸에 익은 익숙한 길보다 낯선 길을 탐구하는 편이 훨씬 즐겁다. 낯선 길을 걷는 행위에는 흥미와 긴장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물론 지도 앱이 없으면 수시로 고난과 역경의 로드무비를 찍곤 하지만, 그게 길치가 인생을 걷는 법이지 않을까. 이 영화의 끝에는 틀림없이 결말이 있을 테니 헤매고 또 헤매더라도 흘러가는 시간에 맡긴 채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길의 끝에서 해피엔딩을 맞이하며, 길치일지언정 ‘인생치’가 되지는 않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