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 이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래진 Aug 25. 2021

칠흑 같은 바다의 불꽃

이국의 밤바다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땅거미가 지고 바다가 짙게 물든다.


발바닥의 간질거림이 고운 모래 때문인지 아니면 부서진 파도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질 무렵, 약속이나 한 듯 작은 불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핸드폰과 라이터 그리고 모닥불까지 각양각색의 빛이 춤을 추는 밤바다. 개중에 주인공은 단연코 폭죽의 불꽃이다.


불꽃놀이와 밤바다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감성적인 조합이지만, 면면을 따지고 보면 지극히 이성적인 조합이기도 하다. 경계 없는 암흑 속에서 더욱 또렷이 보이는 빛. 불똥이 떨어져도 걱정이 없는 마른 모래와 축축한 바다. 날카로운 불꽃의 비명을 달래주는 단단한 파도 소리까지. 어쩌면 불꽃놀이와 밤바다는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인생의 바다를 거닐다 보면 나를 위한 불꽃을 찾는 일이 당연한 숙명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짙은 어둠 속을 헤매는 나를 위해 기꺼이 찬란한 불꽃이 되어주는 존재들. 연인이나 친구, 때로는 일이나 취미와 같은 인생의 동반자들에게서 그런 불씨를 찾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그들의 불꽃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걸음을 옮기지만, 평생 타오르는 불꽃은 없는 법. 그들의 불꽃은 사그라들기 마련이고, 작아지는 불꽃에 노심초사하던 조급함이 소멸의 불씨가 되어 더욱 빠르게 칠흑 같은 바다로 돌아오고야 만다. 



결국, 나만의 불꽃을 피워야겠지. 불시에 사라져 버린 외부의 불씨를 기다리며 수 없이 많은 밤을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고, 내 안의 작고 소중한 불씨에 있는 힘껏 바람을 불어넣어야겠지. 그렇게 나의 바다를 환하게 비출 정도로 찬란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되면 우리의 바다도 함께 비출 수 있지 않을까.




 <이주>

드문드문 생각을 글로 옮겨요.

매거진의 이전글 새까만 글을 쓰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