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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래진 Mar 12. 2021

새까만 글을 쓰고 싶어요

열한 번째 이주 : 글쓰기

몸을 쓰는 것, 마음을 쓰는 것, 글을 쓰는 것.

무언가를 쓰는 행위는 나의 일부를 소모해야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근육을 태워 몸을 쓰는 것처럼, 감정을 태워 마음을 쓰고, 생각을 태워 글을 써야 한다. 쓰디쓴 과정을 감내해야 달콤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달콤한 사탕은 먹고 싶어도 씁쓸한 한약을 먹고 싶지는 않다. 건강한 몸이 갖고 싶지만 운동을 하기는 귀찮고, 글을 잘 쓰고 싶지만 책을 많이 읽거나 글을 자주 쓰는 일은 등한시하게 된다. 10줄짜리 정답은 정해져 있지만, 1줄짜리의 다른 정답이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 답을 적지 않는 모양새다.


이제 11번째 글이 된 이 글쓰기는 위와 같은 모순적인 내 행태를 잘 알기에 시작한 루틴이다. 2주에 한 번으로 마감일이 정해져 있고 함께 글을 써서 약간의 강제성을 띄는 루틴. 이렇게 꾸준히 쓰다 보면 글을 잘 쓰게 되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다. 꾸준함이 부족한 내가 10월 말부터 4개월이 넘게 쓰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함이 부족한 내게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나 보다. 마감일에 글을 쓰는 날은 점점 늘어나고 요즘은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했을까.


생각해보면, 글을 쓰고 싶다는 갈증보다는 글을 '잘'쓰고 싶다는 욕구에서 시작한 일이다. 내 말은 수십 명이 듣기도 어렵지만, 내 글은 수만 명이 읽기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내 생각을 오해 없이 잘 전달하고 싶었다. 그렇게 다른 이들에게 온전한 생각을 전하고 그 생각이 그들의 마음에 남을 정도로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그래. 답은 정해져 있으니 이제 밀린 책을 읽자


공부와 그리 친하진 않지만 도서관은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퀴퀴한 책 냄새가 좋기도 했고, 빽빽한 책 중에 하나를 골라 3페이지 정도만 훑어보고 읽고 싶은 책을 보물 찾기 하는 과정이 좋았다. 그렇게 보물 찾기를 하다 보면 가끔 새까만 연필로 밑줄이 죽죽 그어져 있는 책이 나오곤 했다. 당시에는 그 수많은 밑줄을 지우개로 지울 도서관 관리자의 노동이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빌린 책에 밑줄을 긋게 만든 작가의 문장력이 부럽다.


지금은 디지털 글쓰기라 당할 일이 없지만, 언젠가는 죽죽 그어진 밑줄과 각종 문장 부호로 흰 종이가 까매질 정도의 새까만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니 이제는 이미 알고 있는 정답을 하나하나 적어야겠다. 책도 더 읽고, 반강제적인 글보다는 자발적인 글을 자주 써서 부족한 여백을 풍성하게 채워 나가야겠다. 




글쓰기 모임 <이주>

이 주에 한 편씩 생각을 글로 옮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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