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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각시 Jan 13. 2020

<팩트풀니스> 비관적 세계관에 갇혀 있는 당신에게

[1000자 리뷰 04]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공저



Q.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① 2배로 늘었다 ② 같다 ③ 절반으로 줄었다






답은 3번이다. 1번이나 2번을 골랐다고 좌절하지 말자. 정답을 맞힌 사람은 고작 평균 7%에 불과하니 말이다. <팩트풀니스>는 이러한 비슷한 유형의 문제 13개를 독자에게 제시하며 시작한다. 출제자의 의도는 이렇다. ‘몰랐지? 세상은 이렇게나 진일보했다고!’



저자 한스 로슬링의 주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대책 없는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금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데이터에 근거하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상은 생각보다 살만하다’ 정도가 되겠다.



저자는 사람들이 부정적 세계관에 갇혀 있는 이유를 10가지 본능을 들어 설명한다. 간극·부정·직선·공포·크기·일반화·운명·단일 관점·비난·다급함 본능이다. 이 10가지 본능으로 인해 사람들은 애써 사실을 외면하고 편견에 휩싸인 채 판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다. 특히 '운명본능'에서 “더딘 변화가 불변은 아니다”라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문화, 국가, 종교, 국민은 “바위가 아니”므로 사회는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저자의 문제의식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삐딱한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살만해”라는 말은, 저자가 숫자를 다루는 통계학자라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복지강국 스웨덴 태생의 학자여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경제적 불평등은 물론이고 정치적 양극화로 시름하는 미국에서, 아니면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우리 사회 이렇게나 괜찮다고요!’라는 말은 과연 어떠한 함의를 가질 수 있을까. 


내겐 ‘살만한 세상이야’라는 말보다는 현실의 고통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명확한 진단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누적된 고민이 담긴 책이, 아직은 조금 더 반가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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