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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각시 Dec 17. 2020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볼품없는 일기장

"매일 촬영장에 가기가 무서웠다. 메이크업을 받을 때부터 오늘 하루는 얼마나 욕을 먹을지 두려웠다."

유퀴즈에 나온 주지훈 배우가 데뷔 시절 자신의 상황에 대해 털어놓은 이야기다.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주 배우의 말이 왜인지 모르게 위로가 됐다.


모델에서 드라마 궁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그의 첫 연기를 나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처음이라고 해도 보는 내가 다 민망했던 그런, 연기였다. 그런데 영화 서양골동양과점부터였나, 본인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으로 리스트업하게 됐다.


10월로 슬럼프는 끝난 줄 알았던 요즘의 나는 또다시 실수투성이에 엉망진창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전에 취재원이나 데스크한테서 전화가 오는 것만으로 심장이 벌렁벌렁할 정도로 새가슴이 되어 있고 쪼그라들다 못해 발로 밟은 캔처럼 납작히 찌부된 상태다. 사춘기도 아닌데 하루에도 감정이 오락가락 울다가 괜찮아졌다가 선배한테 급발진하기도 하고. 특히 애인을 못살게 굴고 있다.


어제는 정말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었고 오늘도 눈물을 삼키며 점심밥을 넘겼다.


이런 내게 지금은 어엿한 연기자가 된 그가 그도 처음엔 매일 하루하루가 두려웠다고, 출근하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고 말하는 게 마치 '너만 그런 거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됐나 보다.


하루하루가 너무 버겁지만 어떻게든 하루는 굴러가고 매일이 제자리인 것 같다가도 어느새 한걸음은 앞서간 내일의 내가 있을 거다. 그러니 한껏 웅크려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적당히 넘기고 적당히 슬퍼하는 법도 배워야지. 오늘 밤엔 BTS 00:00 듣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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