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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an 23. 2024

인간 본성에 대한 재미없는 분석

인간의 본질. 로저 스크루턴 저/노정태 역


책 본문 몇 페이지를 미리 봤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책이다.  재미도 없고 동의도 안된다. 아니, 양보해서 동의는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다. 인간본성에 대한 이런 형이상학적 분석은 일단 읽기가 쉽지 않다. 한 문장이라도 놓치면 다음 문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구조적 분석이 아니라 관념적이고 주관적 서술이라서 한번 길을 잃으면 다시 찾기 힘들다.  다시 길을 찾으면 앞만 보고 걸어야 한다. 옆을 보거나 한눈팔면 안 된다. 등산이 레저에서 노역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고 정상에 올라가면 신빡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어느 노인의 인생 담을 오래 들어주었던 느낌뿐이다. 그래도 다 읽었다. 기억 삼아 몇 문장 적어 놓는다. 


저는 우리(인간)가 유전학에 의해 제시된 설명과는 다른 방식으로 ㅇ해도어야 하며, 우리가 생물학적 유기체로 규정되는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는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48


인간 동물의 진화를 탐색함으로써 인격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마치 베토벤 교향곡의 특별함을 발견하기 위해 그 작곡 과정을 추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불가능한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48


오직 책임 있는 존재(인간)만이 이러한 감정(존경, 헌신, 찬양 등)을 느낄 수 있고, 그러한 감정을 느낌으로써 스스로를 자연적 질서 바깥에 위치시켜 자연의 질서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것을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57


인간 본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론을 목표로 삼는다면 일단 그 모든 유혹(생물학에 귀를 기울이고픈 충동)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61 


하나의 비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순전히 물리적 수단을 통해 물리적 대상을 만들어 내지만 그 결과는 예측과는 다른 부드러운 얼굴이 나올 수도 있고, 이러한 것을 유기체의 창발성이라고 한다. 62/63 요약


지금까지 제가 주장해 온 바는 이렇습니다. 우리 인간이 어떤 부류에 속한다고 한다면 그 부류의 성격은 온전히 생물학적인 용어로만 규정될 수 없는 ㄳ이거니와, 오히려 상호인격적 관계의 그물망을 반드시 언급하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거죠 83


종교를 걷어내고 철학을 걷어내고 예술의 고차원적 목포를 걷어내고 나면 평범한 사람들은 그들의 소외를 대변할 방법을 박탈당하게 됩니다 87


결과주의(레닌과 마오쩌등)의 바탕에는 오류의 가능성, 아니 차라리 개연성이 내재되어 있는데, 이는 과오를 지적 오류로 바꿔버리면서 변명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거부되어야 마땅한 것 아닐까요 155       


어여 다른 책을 보기 위해 후다닥 끝냈다.. 

++


목차

옮긴이의 말
들어가며

CHAPTER 1: 인간이라는 종 HUMAN KIND
-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인간성


1. 인간은 정말 유전자의 복제품에 불과할까?
2.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이 간과한 것들
3. 인간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이 잘못된 이유
4. 과학은 인간이 웃는 진짜 이유를 모른다
5. 니체가 오해한 인간의 근본적 진실
6. 육체에서 ‘창발’하는 고유한 인격의 세계
7. 지향성, 인간을 이해하는 단초
8. 인격은 결코 유물론자의 손아귀에 붙잡히지 않는다
9. 인간과 동물의 넘어설 수 없는 간극, 주체성
10. 과학적 빈곤함을 넘어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CHAPTER 2: 인간관계 HUMAN RELATIONS
- 인격,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철학의 열쇠


1. 인간 관계의 기반, ‘나’에 대한 자기 인식
2. 타인이 없이는 자아도, 도덕도 없다
3. 쾌락을 단지 뇌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4. ‘성적 쾌락’은 단지 본능의 문제가 아니다
5. 타인을 ‘향한’ 도덕적 의무의 기원
6. 정념의 재중심화와 탈중심화
7. 우리 세계의 근간, 상호인격적 반응

CHAPTER 3: 도덕적 삶 THE MORAL LIFE
- 도덕에 대한 현대 윤리학의 오해를 바로잡기


1. 인간 조건의 구성 요소, 깊은 개인성
2. 사회적 관계 속 도덕 감정을 주목하라
3. ‘오염과 금기의 윤리’를 정확히 이해하기
4. 개인의 도덕 감정과 ‘공통법’의 관계
5. 트롤리 문제, 피터 싱어가 무시한 도덕적 상식
6. 도덕은 결코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
7. 결과주의자로부터 도덕적 감각을 구출하기
8.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찾은 도덕적 삶의 열쇠
9. 자아의 중심에서 느끼는 타인을 향한 책임
10. 선한 사마리아인이 과연 계산에 따라 행동했을까?
11. 인간의 공동체는 곧 인격체의 공동체다
12. ‘나-너’ 관계 속에 드러나는 도덕적 삶의 핵심

CHAPTER 4: 신성한 의무 SACRED OBLIGATIONS
- 근대적 회의로 가득한 세상, 인간과 도덕을 회복하는 길


1. 계약주의에 대한 두 가지 비판
2. 자유주의자들은 모르는 오이디푸스가 눈을 찌른 이유
3. 동의와 합의를 넘어서는 ‘도덕 감정’을 재구성하기
4. 계몽주의자들이 외면한 경건함의 도덕
5. 경건함과 신성함에 뿌리내린 도덕의 맹아
6. 진화심리학으로는 ‘신성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7. ‘인격’을 말살하는 악의 패러다임
8. 종교는 어떻게 도덕의 버팀목이 되는가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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