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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Apr 29. 2024

가상직원이 주문 도와드립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무인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과 대면 서비스의 중간쯤 되는 새로운 형태의 고객 서비스가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일 기사에서 뉴욕 퀸스의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산산치킨에서 가상 직원(Virtual staff members)이 줌(Zoom)을 통해 고객에게 특정 음식을 추천하거나 주문을 받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언급된 가상 직원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고, PC 화면 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을 가리킨다. 신체는 다른 장소에 존재하면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서비스하는 직원을 가상 직원으로 부르고 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면 화면 속 가상 직원이 인사를 한다. 소리가 들려온 화면 앞으로 고객이 가면 화면 속 가상 직원이 주문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메뉴를 추천하기도 한다. 가상 직원은 영어를 사용하는 실제 사람이라 완벽한 인터랙션이 가능하다.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고, 추가 정보 제공도 가능하다. 무인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별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이 서비스는 산산치킨과 산산치킨의 자매 매장인 산산라면, 중국 수프·만두 전문점 야소 키친을 포함해 맨해튼 퀸즈와 뉴저지 주 저지시티 매장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총 12명의 가상 직원이 일하고 있다. 


사진출처= The New York Times 4월 11일 자 보도


현재 근무 중인 가상직원들은 모두 필리핀에 살고 있다. 뉴욕과 필리핀의 시차는 12시간이라 뉴욕 상점 운영 시간에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밤부터 새벽까지 근무해야 하지만 불편한 근무 환경을 감내할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상직원들은 시간당 3불을 받고 있는데 이 금액은 필리핀 현지의 유사 서비스에 비하면 두 배에 해당된다. 여기에다가 팁을 받는 경우도 있다. 기사에 의하면 식당 한 곳은 매일 합산된 총금액의 30%를 가상 직원에게 지급한다. 실제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출퇴근 비용과 시간 절약을 감안하면 좋은 근무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가상 직원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당연히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뉴욕과 같은 대도시 레스토랑들은 높은 임대료와 인플레이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지속적인 경영 압박을 받아 왔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은 대폭 감소했지만, 그에 비례하여 인건비를 줄이기는 힘들었다. 종업원 대신 무인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고객들의 저항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솔루션은 되지 못한다. 이때 떠오른 것이 해외 콜센터를 통한 고객 서비스였다. 실제 비행기 예약 등과 같은 예약, 주문 시스템은 제3국 콜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대면 회의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또는 화상 회의 등에 익숙해지면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대면 만남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선택지의 하나가 되었다. 네트워크 기술과 화상회의 솔루션 등이 좋아지면서 의사 전달과 청취에 불편함이 없어 굳이 대면 회의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비대면 회의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전에는 대면하지 않는 경우 어색하다고 느꼈지만 코로나 시기에 학습효과를 거치면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대면 시스템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 가상 직원 시스템은 지금 일종의 실험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서비스를 개시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고 이용하는 레스토랑도 제한적이다. 보도에 의하면, 작년 10월부터 조용히 테스트를 거쳤으나 아직 회사 홈페이지도 구축되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은 12명에 불구하고, 그중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국 식당 두 곳은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가상직원 시스템에 대한 반대도 존재한다. 뉴욕시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16불인데 3불로 가상 직원을 채용하고 있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노동시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만 보면 이 시스템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 보면 오분의 일 가격으로 직원을 채용할 수 있어 지출 부담이 그만큼 줄어 가격 상승 요인이 줄어들었다. 고객은 당연히 인상되지 않은 가격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초기에 약간의 어색함만 감수하면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 시스템이 상점 모든 분야에 도입될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식당과 같은 특정 업종에서는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달과 시장의 요구가 적절하게 만나는 순간 비즈니스는 성장하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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