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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y 07. 2024

'틱톡' 강제 매각이 의미하는 것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지난 20일 미국 하원이 중국의 동영상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 '틱톡'의 강제 매각 법안 수정안을 찬성 360표, 반대 58표로 통과시켰다.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이 법안은 상원으로 송부돼 다음 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21st Century Peace through Strength Act)’라는 다소 비장한 이름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270일 이내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매각을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 권한으로 1회에 한하여 최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강제 매각이라는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이 법안은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인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을 포함해 여야 의원 20명이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틱톡 서비스가 미국에서 계속 운영된다면 미국 국익에 치명적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두 당의 협력을 끌어낸 것이다. 법안 발의 몇 년 전부터 미국 정부 역시 틱톡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다. 2020년 트럼프 정부 때부터 틱톡 사용 논란이 있었고, 2022년 의회는 정부 부처가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틱톡 사용 금지를 의무화했다. 이 규정은 정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모든 회사까지 포함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틱톡 강제매각 법안을 처리하고 나오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조처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유럽연합위원회는 위원회 소속 모든 공무원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벨기에와 프랑스, 폴란드, 영국에서도 공무원들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또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도 공무원의 틱톡 이용을 금지했다. 모두 보안상 이유에서다. 공무원들의 틱톡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대만은 그 범위를 민간에게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쯤 되면 틱톡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문제의식이 엄중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국가 모두 틱톡 사용이 개인정보의 불법적 유출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가 정보 보안에 중요한 문제를 초래해 국익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5초~15분 길이의 짧은 비디오 영상을 공유하는 틱톡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SNS 플랫폼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사용자 수는 16억 7,700만 명이며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1억 명에 달한다. 틱톡은 2년 연속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가장 긴 시간 사용하는 SNS이며 이들은 유튜브보다 틱톡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1시간 넘게 틱톡에 빠져있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틱톡 운영 회사인 바이트댄스는 하루 이용 시간을 60분으로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틱톡에 들어가게 되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취향에 맞는 짧은 콘텐츠를 계속 보여주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중독성이 아니다.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정보의 내용이다. 틱톡은 사용자에게 이름, 비밀번호, 생년월일, 이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이 정보들은 틱톡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꼭 제공해야 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틱톡은 사용자의 동의를 전제로 사용자 콘텐츠, 틱톡 내 메시지, 클립보드에 있는 텍스트 이미지 자료, 구매 정보, 동기화된 친구 및 연락처 목록, 신원 또는 연령 증명 정보, SIM 카드 또는 IP 주소에 기반한 위치 정보, GPS정보, 쿠키정보,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 이용 방법 등도 수집하고 있다.


틱톡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발적 동의라는 명분하에 진행되는 정보 수집의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호주 사이버보안 업체 ‘인터넷2.0’이 지난 2022년 작성한 '틱톡 기술적 분석' 보고서에 언급한 것처럼 "틱톡이 요구하는 권한과 정보수집은 지나치게 침해적이며, 응용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데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런 정보들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 의회에서 지난 3월 열린 틱톡 사용 제재와 관련한 공개 청문회에서 추 쇼우즈 틱톡 CEO는 틱톡이 중국 공산당과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부인했지만 청문회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회 멤버들은 중국 공산당의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 GFW) 운영, CCTV를 통한 얼굴 정보 취합 및 활용, 홍콩 보안법 제정뿐 아니라 알리바바 마윈의 갑작스러운 잠행 등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갖고 있다. 정보는 늘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실제 유출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정보 유출이 분명하게 예측되는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틱톡 강제 매각 결정에 주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한번 유출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개인에게 치명적이고 그다음에는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 의회가 이번 결정이 정보 주권을 수호하는 중요한 결단이라고 판단한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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