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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Sep 23. 2024

조폭 유튜브와 게이트 키핑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경찰청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조폭 유튜버’는 총 23명이고 이들이 올린 영상은 지난 8월 기준 총 1,630개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조회수가 200만이 넘는 콘텐츠도 있다. 영상 내용은 유튜버가 자신이 경험한 조폭 시절 활동, 교도소 수감 당시 겪었던 이야기 등이다. 대부분의 유튜브 콘텐츠가 그런 것처럼 조폭 유튜브 내용도 당연히 자극적이다. 오히려 조폭이라는 장르의 성격상 더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영상을 보면, 절제되지 못한 장면이 처음부터 계속 이어진다. 거친 언사는 기본이고 음주, 흡연 장면에 문신한 모습까지 글자 그대로 날 것들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영상에 출연한 유튜버가 특정 범죄를 교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할 근거가 없어 일단 조폭 유튜브라도 합법적으로 영상을 올리고 있고 조회수에 따라 플랫폼과 수익을 공유한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조회수를 올려야 하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자극적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야 한다. 여기서도 시장의 논리가 똑같이 적용된다. 문제는 이 영상들이 폭력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튜버들은 명목상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 또는 어린 시절 잘못된 판단 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실제 영상들의 전반적인 기조는 천박한 마초이즘에 기반해 폭력을 미화하는 경우가 많다.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자극적 내용으로 가득 찬 이런 영상들을 시청하는 사람 중에는 미성년자들도 많다. 조폭 유튜브와 같은 성인용 콘텐츠의 경우 만 18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표시되지 않아 볼 수 없다고 하지만 성인인증 없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사실상 시청에 제약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조폭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영화, 드라마, 만화, 웹툰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조폭을 소재로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경우와 실제 조폭이 나와 콘텐츠를 진행하는 경우는 전혀 다르다. 드라마의 경우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수용되지만, 유튜브의 경우 실제 조폭 출신이 출현하는 것이라서 완전히 다른 장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의 성인 경우 이 구별이 가능하다. 가상현실 속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실제 조폭 생활을 동경한다든지 조폭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지는 않는다. 일종의 대리 만족에서 끝난다. 문제는 아직 자기 정체성 확립이 안 된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은 발달 단계에 따라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는 정도가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허구적 요소를 구분하는 능력이 강화되지만, 감정적으로나 인지적으로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의 경우는 현실과 픽션을 혼동할 수도 있다. 조폭 유튜브 진행자가 자신의 경험담에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해 내러티브를 구축한다면 영화 속 배우의 연기와 조폭 콘텐츠를 혼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직폭력배 일러스트 (이미지=연합뉴스)


때로는 오히려 조폭 콘텐츠를 더 진지하게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미리 작성된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와 대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몇 가지 전형이 있지만, 유튜브의 경우 개인마다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용자 입장에서는 더 설득력 있게 수용된다. 게다가 유튜브 플랫폼 특성상 청소년들이 직접 댓글을 남기거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유튜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치관에 더 깊게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영화 속 캐릭터와 달리,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만큼 더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구분 못(안)하는 것은 청소년들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성숙하게 되면 합리적 판단을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상태임에도 현실과 가상을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성인이 특정 콘텐츠만 시청하면서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극단적 유튜버가 자극적으로 생산한 콘텐츠에 중독되어 그 세계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인들이 많다. 극단적 이념 노출, 종교적 편향, 소수자에 대한 편견, 외국인에 대한 혐오 등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상대를 그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회개시켜야 할 악마의 자식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우리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만든 이런 상황을 피해 갈 수가 없다.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미 온 세상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누구나 미디어가 되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매스미디어가 담당하던 유해 가능성 있는 콘텐츠의 사전 제어 즉, 게이트 키핑이 실종되었다. 언론사 데스크는 콘텐츠 선택과 유해 콘텐츠 사전 제어 기능을 동시에 포기했고 개인미디어에게 그 권한과 책임 모두를 양도했다. 일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매스미디어가 담당하던 게이트 키핑은 이제 개인 책임이 되었다. 더 많은 자유를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 발생한 것이다. 과도한 지출의 부작용은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귀속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시간뿐이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그 시간을 단축시켜 주길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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