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Oct 28. 2024

AI의사와 의사의 AI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지난 11일 의사와 인공지능 사이에 흥미로운 이벤트가 있었다. 뇌졸중 전문 의사들과 AI가 뇌질환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는 대결을 벌였다. 국내 기업 제이엘케이가 주최한 이 대결에는 국내외 뇌졸중 전문가 9인이 참가했고, 제이엘케이는 자사가 개발한 뇌졸중 진단 AI ‘JLK-DWI’를 참가시켰다. 경기 방식은 뇌경색 환자 40명의 MRI 영상 데이터를 보고 향후 상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는 것이다. 더 많이 맞추는 참가자가 이기는 방식이다. 이 대결의 승자는 AI였다. AI는 뇌경색 환자 40명의 영상 데이터를 12분 안에 판독해 정확도 0.72로 상태를 맞혔고 의사들은 한 시간에 정확도 0.50로 맞혔다. 


YTN 보도화면 갈무리


이 이벤트의 목적은 분명하다. 뇌졸중 AI ‘JLK-DWI’의 신뢰성을 공식적으로 알려 향후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임상실험 등이 무리 없이 완료되면 의료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나중에 병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제로 사용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AI의 홍보는 성공적이었다고 보인다. 처음 열린 이벤트고 국내외 주요 뇌졸중 전문의들이 참가했음에도 AI가 꽤 큰 격차로 이긴 행사라 사람들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수도 있다. 마치 알파고와 이세돌의 역사적 대국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처럼 이 이벤트 역시 의료 분야 AI와 관련해서 의미 있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모두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의사와 AI 간의 두 번째 이벤트가 열린다면 그 결과는 이번보다 더 큰 격차로 AI가 이기리라는 것이다. 이벤트가 진행될수록 이 격차는 더 커질 것이며. 어느 순간에는 이벤트 자체가 의미 없게 되는 시간이 오게 된다. AI와의 대결은 초기 단계에서만 의미가 있다.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뇌경색 환자의 MRI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고, 예측한다. 전문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한 번 학습한 내용은 삭제되지 않고 모두 D/B에 저장되어 활용된다. 적어도 데이터 분석에서는 사람이 AI를 능가할 수가 없다. 


제이엘케이 대혈관폐색 검출 설루션 JLK-LVO [제이엘케이 제공=연합뉴스]


이런 경우는 비단 뇌경색 환자 MRI 영상 데이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범위를 영상의학으로 확장해 보자. 로만 J. 게르츠 독일 쾰른대학병원 영상의학과 의학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주치의와 전공의, 시니어 전문의 그리고 AI GPT-4의 분석 능력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에 수집한 엑스선, CT, MRI 등 200개의 방사선학 진단 기록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주치의와 전공의, 시니어 전문의 그리고 AI GPT-4에게 제공해 오류를 발견하라고 요구했고 그 결과를 비교했다. 최종 오류 검출률은 주치의와 전공의 80%, 시니어 전문의 89.3%, GPT-4 82.7%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GPT-4는 시니어 전문의보다 오류 검출률이 낮지만, 소요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분석되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조만간 GPT-4의 오류 검출률은 시니어 전문의의 능력을 뛰어넘을 가능성이다. 2023년 3월에 공개된 GPT-4를 활용한 연구 결과가 이 정도라면 업그레이드된 GPT-4를 참가시켰을 때 결과는 예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연구 책임자인 게르츠 박사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르츠는, GPT-4를 통해 진단의 효율성을 높이고, 오류를 최소화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보장함으로써 의료를 혁신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현재의 능력도 효율적이지만 미래 활용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이다. 


AI (인공지능) (PG)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위 두 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AI의 분석력 또는 오류 검출률 등 일부 특정 분야에서의 능력은 이미 전문가들보다 뛰어나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글자 그대로 불가역적이다. 앞서 언급한 알파고 이세돌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겼고 다시 사람이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질문을 하나 해보자. 영상의학과 같이 특정 분야에서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질문은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AI의 효용성을 인정하는 측면에서만 유효하다. 실제 의료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기는 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데이터 분석 말고도 중요한 의학적 판단이 많이 있다. 


사람은 기계나 컴퓨터와 다른 호모 사피엔스 고유의 운영체계가 있다. 신체, 이성, 감정, 신념 등이 환경과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형성된 독특한 운영체계를 갖고 있고. 이 운영체계는 전체적으로 이해되지, 하나씩 분리되어 해석되지 않는다. 의사와 AI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의사는 인간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전제하고 세부 사항을 분석하지만, AI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벗어나지 않는다. 둘은 협력의 관계이지 대체의 대상이 아니다. 기술에 대한 신뢰는 필요하나 적절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AI가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명의가 등장하는 미래다. ++

매거진의 이전글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결단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